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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바스 무력충돌,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개벽예감 480] 돈바스 무력충돌,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2/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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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크레믈리궁에는 첩자가 없다

2. 미국의 심리전과 여론전을 압도하는 로씨야의 대반격

3. 뿌찐, 마침내 전쟁을 결심하다

 

 

1. 크레믈리궁에는 첩자가 없다

 

전쟁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보다. 정보전(intelligence warfare)에서 이겨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고대 중국의 병서인 ‘손자병법’에서는 정보전이 전쟁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를테면, 상대도 알고 자신도 알면, 백번 싸워 위태하지 않고(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알지 못하고 자신만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고(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상대도 알지 못하고 자신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하다(不知披不知己 每戰必殆)는 것이다.  

 

지금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위기를 목격하면서, 그 전쟁위기 속에서 정보전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위기 속에서 치렬한 정보전을 전개하는 쌍방은 미국과 로씨야다. 미국은 로씨야련방안보회의(Security Council of Russian Federation)가 우크라이나 전쟁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력을 집중시켰고, 로씨야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가 우크라이나 전쟁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력을 집중시켰다. 

 

정보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첩보활동과 정찰작전이다. 첩보원은 적국 수뇌부에 접근하여 정보를 빼내고, 정찰병은 적진에 접근하여 정보를 수집한다. 적국의 첩보원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간첩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첩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손자병법’에는 “뛰어난 지략으로 간자를 사용하면, 반드시 큰 공을 이룰 수 있다(能以上智爲間者 必成大功)”고 지적되었는데, ‘간자’는 첩자를 뜻하는 말이다. 정체를 숨긴 첩자들이 활동하는 정보전의 은밀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14년 10월 26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폭로기사에 따르면, 지난 냉전시기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육군방첩대(CIC)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도이췰란드 나찌정권에 복무했던 전범자 1,000명 이상을 첩자로 사용했다고 한다. 2021년 12월 19일 도이췰란드 주간지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냉전시기에 서부 도이칠란드 총리를 지낸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는 1948년부터 1952년까지 미국 육군방첩대 첩자로 활동하면서 동부 도이췰란드의 정보를 미국 육군방첩대에 정기적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2021년 11월 27일 <월스트릿저널> 보도에 따르면,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오늘에는 생체인식기술, 얼굴인식기술, 인공지능, 해킹, 방범용 폐쇄회로카메라 등이 유력한 방첩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미국 중앙정보국 첩자들이 가명으로 발급받은 여권을 들고 다른 나라에 침투하려고 해도, 생체인식기술과 얼굴인식기술로 첩자신분이 노출될 위험이 따르고, 다른 나라에 침투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신용카드로 결재하거나, 방범용 폐쇄회로카메라에 촬영되면 첩자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고 한다. 2021년 10월 5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첩자신분이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로씨야, 이란, 파키스탄에 침투했던 미국 중앙정보국 첩자 수십 명의 정체가 드러나는 바람에 현지 사법당국에 의해 체포 또는 처형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즈음 미국 중앙정보국은 위험부담이 없는 첩보위성과 전자도청장비를 이전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20년 2월 11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120개 나라에 암호통신장비를 판매하는 스위스 기업체 크립토(Crypto) AG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가안보국(NSA)이 장악통제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전자도청장비를 사용해 전 세계 120개 나라의 비밀통신내용을 계속 도청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다.   

 

이처럼 정보전에 혈안이 되어 날뛰어온 미국은 요즈음 우크라이나 전쟁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2022년 2월 15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위기 속에서 로씨야를 상대로 정보전을 어떻게 벌이고 있는지를 보도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은 첩자 한 명을 울라지미르 뿌찐(Vladimir V. Putin) 대통령의 측근에게 접근시켜 뿌찐 대통령의 정치활동에 관한 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첩자는 2016년부터 로씨야가 미국의 2017년 대통령선거에 은밀히 개입한 고급정보를 빼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중앙정보국은 2017년에 그 첩자를 미국으로 도피시켰고, 그 이후에는 뿌찐 대통령의 정치활동에 관한 정보를 거의 파악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과 영국은 크레믈리궁(로씨야 대통령 관저)에 접근하는 통로를 차츰 재건하면서 뿌찐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창문들을 또 다시 가졌다(United States and Britain once again have windows into Mr. Putin's thinking)고 한다. 이 인용문을 고찰하면, 미국 중앙정보국이 로씨야를 상대로 하는 정보전을 어떻게 벌이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2019년 9월 미국 언론매체들과 로씨야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크레믈리궁 대통령 행정실에서 근무한 올렉 스몰렌꼬브(Oleg Smolenkov)는 뿌찐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꼬브(Yuri V. Ushakov) 밑에서 수 십 년 동안 미국 중앙정보국 첩자로 활동했는데, 2016년 미국 중앙정보국은 로씨야가 미국의 2017년 11월 대통령선거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정보를 그 첩자를 통해 파악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2017년 5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쎄르게이 라브로브(Sergey V. Lavrov) 로씨야 외무장관을 만나 담화하는 중에 첩자의 존재를 암시하는 발언을 흘렸고, 그로써 첩자의 정체가 드러날 위험이 생기자 미국 중앙정보국은 스몰렌꼬브와 그의 가족을 남부유럽 쯔르나고라로 휴가여행을 떠나게 한 다음, 미국 버지니아주의 보안경비구역 스태포드(Stafford)로 빼돌렸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스몰렌꼬브의 첩보활동을 통해 파악한 극비정보자료는 특별히 봉인된 봉투에 담겨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국이 스몰렌꼬브를 미국으로 도피시킨 이후에는 크레믈리궁의 내부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 

 

그래서 미국 중앙정보국은 크레믈리궁을 노리는 신종 첩보활동을 개척해야 했는데,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뿌찐 대통령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창문들을 또 다시 가졌다”는 말은 크레믈리궁에 첩자를 또 다시 침투시켰다는 뜻이 아니다. 위에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뿌찐 대통령의 정치활동에 관한 정보를 “전자감청을 통해(through electronic intercepts)” 수집하고,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이 뿌찐 대통령과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대화에 의해 그 정보를 보강한다(bolstered by his periodic conversations)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요즈음 크레믈리궁에 첩자를 또 다시 침투시킬 수 없게 된 미국 중앙정보국은 영국 비밀정보국(SIS)과 합동으로 전자감청에 힘을 집중하여 뿌찐 대통령의 정치활동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보려고 애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국이 영국 비밀정보국과 합동으로 전자감청에 힘을 집중해도, 그것은 성과를 거둘 수 없는 헛발질로 보인다. 왜냐하면, 고급첩보교육을 받고 해외첩보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뿌찐 대통령에게 있어서 방첩활동은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뿌찐 대통령은 1975년 소련의 국가안전위원회(KGB)에 들어가 제401첩보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레닌그라드에서 방첩대 책임자로 근무했다. 9년이 지난 1984년 그는 유리 안드로포브 붉은기학원에서 고급첩보교육과정을 이수하고,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동부 도이췰란드 드레스덴에 파견되어 국가안전위원회 소속 해외첩보원으로 근무했다. 이처럼 청년기에 고급첩보훈련을 받고 해외첩보원으로 근무한 뿌찐 대통령은 ‘첩보활동의 달인’이다. 그래서 그의 생활은 적국의 첩보활동을 차단하는 체질화된 방첩행동으로 일관되어 있다. 2022년 2월 15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뿌찐 대통령은 평소에 (전자감청위험이 있는) 전자통신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정보류출위험을 피하기 위해) 측근들이 자기 발언을 받아 적지 못하게 금할 뿐 아니라, 보좌관들에게도 말을 적게 한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은 지난 시기 크리미아반도를 로씨야에 귀속시킨 뿌찐 대통령의 결정이나 수리아에 로씨야군을 파병한 그의 결정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그의 의도와 구상을 거의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위기 속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은 뿌찐 대통령이 언제 전쟁을 결심할 것인지를 파악해보려고 혈안이 되어 날뛰면서 첩보위성체계의 통신감청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첩보활동의 달인’인 뿌찐 대통령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첩보위성체계의 통신감청도 봉쇄해버렸다. 

 

 

2. 미국의 심리전과 여론전을 압도하는 로씨야의 대반격

 

우크라이나 전쟁위기는 날로 고조되는데,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로씨야 첩보활동이 실패하는 바람에 미국이 의존할 수 있는 수단은 정찰위성체계밖에 없다. 미국의 정찰위성체계는 국가정찰국(NRO)이 운영한다. 지금 미국 국가정찰국은 정찰위성체계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결한 로씨야군의 전쟁준비태세를 24시간 감시하는 중이다. 미국은 로씨야군의 전쟁준비태세를 감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에 관한 정보를 미국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이 로씨야군의 전쟁준비태세에 관한 민감한 군사정보를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까닭은, 로씨야의 군사행동이 24시간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함으로써 로씨야군의 전투의지를 위축시키고, 강자인 로씨야가 약자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고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국제사회에서 로씨야를 반대하고 우크라이나를 동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해보려고 교활하게 책동하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12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실장 에이브릴 헤인즈(Avril D. Haines)와 미국 중앙정보국장 윌리엄 번즈(William J. Burns)는 로씨야의 전쟁의지를 “중지(disrupt)시키기 위해” 로씨야의 군사행동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였다고 한다. 명백하게도, 미국은 로씨야를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2022년 1월 하순부터 2월 중순까지 미국이 로씨야를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벌이기 위해 로씨야의 군사행동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해온 사례는 다음과 같다. 2022년 1월 26일 웬디 셔먼(Wendy R. Sherman)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얄타유럽전략연단(Yalta European Strategy Forum)에서 발언하면서 뿌찐 대통령이 최종결심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오늘부터 2월 중순 사이에 어느 날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확실한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12일 앤서니 블링큰(Anth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은 인도-태평양 4자안보대화(QUAD) 외무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뿌찐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결심하면 언제라도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14일 존 커비(John F. Kirby)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뿌찐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최종 결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어느 때이건 사전경고 없이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에 열거한 발언내용은 허위선전이나 과장선전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를 완료한 로씨야군은 뿌찐 대통령이 전쟁을 결심하면 언제라도, 즉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로씨야군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를 완료했다는 사실을 미국의 고위관리들이 공식석상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을 발표하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로씨야를 적대하고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고, 여론전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자기들이 로씨야군의 전쟁준비태세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므로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위기가 극도로 고조된 책임이 제국주의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로씨야 인접국들에로 확장해온 적대정책에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마치 모든 책임이 로씨야에 있는 것처럼 본말을 전도하는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씨야는 미국의 심리전과 여론전에 맞서는 강한 반격에 나섰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1)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전쟁준비태세를 계속 강화하면서 미국의 심리전에 맞서 강한 반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테면, 로씨야군은 중국과 인접한 원동지역에 주둔하는 동부관구 소속 전투부대를 2022년 2월 9일까지 약 10,000km 떨어진 벨라루씨-우크라이나 국경지대로 이동, 배치했고, 로씨야와 노르웨이 북부의 국경지대에 주둔하는 전투부대를 약 2,000km 떨어진 벨라루시-우크라이나 국경지대로 이동, 배치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로씨야군은 서부관구, 북부관구, 남부관구, 중부관구, 동부관구로 편성되었는데, 그 중에서 우크라이나를 마주하는 서부관구에는 300,000명의 병력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서부관구 병력만 동원해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벨라루씨-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동부관구와 북부관구에서 각각 병력과 무장장비를 차출해서 많은 경비와 시간을 들여 벨라루씨-우크라이나 국경지대로 이동, 배치한 것은 미국의 심리전을 압도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행동이었다. 

 

또한 로씨야군은 2022년 2월 10일부터 열흘 동안 벨라루씨, 흑해, 지중해, 카스피해, 바렌쯔해, 북극해, 대서양에서 동시다발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으며, 2022년 2월 19일에는 뿌찐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 항공우주군, 전략미사일군, 남부관구, 북해함대, 흑해함대가 동시다발로 각종 핵타격수단을 발사하는 전략핵무력훈련도 실시했다. 이런 동시다발 군사훈련과 전략핵무력훈련은 미국의 심리전을 압도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행동이었다.  

 

2)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가침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의 여론전에 강한 반격을 가하고 있다. 로씨야는 2021년 12월 15일 미국에 보낸 공식서한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공격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 이후, 미국이 로씨야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려한다고 떠들어댈 때마다 그에 대응하여 불가침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를테면, 2022년 1월 19일 쎄르게이 랴브꼬브(Sergei A. Ryabkov) 로씨야 외무차관은 로씨야전문가 국제회의에서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로 침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1월 28일 알렉세이 자잇체브(Alexey Zaitsev) 로씨야 외무부 공보국 부국장은 외무부 출입기자단에 로씨야는 누구를 침공할 계획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고 하면서, "우리는 로씨야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생각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28일 뿌찐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과 영상회담을 진행하는 중에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3) 로씨야는 반미공동전선을 더욱 강화하면서 미국의 심리전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로씨야와의 반미공동전선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한 나라는 벨라루씨다. 2022년 1월 28일 알략산드르 루카셴꼬(Alyaksandr R. Lukashenko) 벨라루씨 대통령은 텔레비전방송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우리 동맹국인 로씨야가 공격을 받으면, 벨라루씨도 전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씨야와 벨라루씨는 2022년 2월 10일부터 20일까지 벨라루씨-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했고, 그 훈련을 2월 20일 이후 무기한 연장했다. 로씨야는 이번 합동군사훈련에 스페쯔나즈(Spetsnaz) 특수작전군 정예병력을 포함한 30,000명 병력과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무장장비를 참가시켰고, 벨라루씨는 60,000명 병력을 참가시켰다.   

 

2022년 2월 4일 뿌찐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여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개막식에 참석했다. 뿌찐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단독회담을 진행한 것은 로씨야와 중국이 반미공동전선을 구축하였음을 보여준 것이다. 2022년 2월 12일 <스푸트닉통신>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쩨고라(Alexandr Mazegora) 조선주재 로씨야 대사는 2월 7일 임천일 조선외무성 부상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위기와 한(조선)반도 군사상황을 논의했으며, 2월 12일에는 쑨훙량(孫洪量) 조선주재 중국대사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위기와 한(조선)반도 군사상황을 논의했다고 한다. 

위와 같은 움직임은 조선, 중국, 로씨야, 벨라로씨가 유라시아대륙을 포괄하는 반미공동전선을 구축하였음을 보여준다. 유라시아대륙에 구축된 반미공동전선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군사동맹의 도발과 전횡을 억제하는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3. 뿌찐, 마침내 전쟁을 결심하다

 

2022년 2월 11일 닐스 안드레아스 스텐쇠네스(Nis Andreas Stensoenes) 노르웨이군 정보국장은 연례정보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로씨야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를 완료했으며, 이제는 뿌찐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고 말했다. 뿌찐 대통령의 마지막 결심만 남은 급박한 상황에서 미국의 정보력량은 그의 결심여부를 파악하는 데로 집중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뿌찐 대통령의 전쟁결심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뿌찐 대통령은 어떤 중대한 사안을 상당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검토하다가 마지막에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15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뿌찐 대통령은 어떤 중대한 사안을 재검토하다가 마지막 시점에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2022년 2월 18일 백악관에서 놀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한다. 

 

“로씨야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를 포위하고 병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우리는 로씨야군이 다음 주,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실제로 공격할 것으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 로씨야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끼예브를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 뿌찐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심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 이와 관련된 정보가 있다. 지금 나는 그가 전쟁을 결심했다고 확신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확정적인 발언에 따르면, 뿌찐 대통령이 마침내 전쟁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가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단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뿌찐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결심을 굳혔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근거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22년 2월 17일 로씨야 외무부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를 외무부 청사로 불러 미국에 보내는 공식서한을 전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공식서한에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1)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반입하는 것을 중단하고, 이미 우크라이나에 반입한 무기들도 해외로 반출해야 한다. 

2) 미국은 중부유럽과 동부유럽에 배치한 미국군을 전면적으로 철수해야 한다. 

3) 우크라이나는 민스크협정을 준수해야 한다. (민스크협정은 우크라이나 돈바스에서 계속되는 무력충돌을 중지시키기 위한 정전협정이다.)

4)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공격할 계획도 갖지 않았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로씨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취해야 할 법적 구속력 있는 조치가 미국에 의해 거부당하면, 로씨야는 군사행동을 포함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위에 인용한 내용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거부할 수밖에 없는 요구조건들이다. 주목되는 것은, 로씨야가 이번에 미국에 보낸 공식서한에서 기존 요구수준을 한층 더 높여, 미국과 그 동맹국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즉각 거부할 수밖에 없는,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한 요구조건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로씨야가 2021년 12월 미국에 보낸 공식서한과 이번에 미국에 다시 보낸 공식서한을 비교하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2021년 12월 17일 쎄르게이 랴브꼬브 로씨야 외무차관은 외무부 출입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이 명시된 공식서한을 2021년 12월 15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캐런 돈프리드(Karen E. Donfried)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통해 미국에 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1) 북대서양조약기구는 확장을 중지해야 하고,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2) 1997년 5월 이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았던 동유럽나라들에 병력과 무기를 추가로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3) 북대서양조약기구군대는 동유럽, 우크라이나, 캅카스, 중앙아시아에서 어떤 군사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4) 중거리미사일과 단거리미사일을 동유럽에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요구조건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데, 2022년 2월 17일 로씨야가 제시한 네 가지 요구조건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로씨야가 이번에 미국에 보낸 공식서한은 정치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한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인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최후통첩은 전쟁을 결심하였을 때 적국에 보내는 마지막 조치다. 로씨야가 미국에 보낸 최후통첩을 받아본 바이든 대통령은 뿌찐 대통령이 전쟁을 결심하였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뿌찐 대통령이 전쟁을 결심했다고 공개석상에서 확언한 것이다. 

 

우려했던 것처럼, 무력충돌은 돈바스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과 로씨야 사이에 있는 돈바스에서는 2022년 2월 17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치렬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다. 총포탄이 오가는 가운데, 반정부군은 전시총동원령을 내렸다. 교전쌍방에서 사상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돈바스 주민 40,000명이 급히 국경을 넘어 로씨야 임시수용소로 대피했다. 반정부군은 돈바스 주민 700,000명을 로씨야로 대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전면전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돈바스에서 시작된 무력충돌은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어느 날 새벽 로씨야군이 기습적으로 전면전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돈바스에서 시작된 무력충돌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전면전을 벌이려는 것이 로씨야군의 전쟁전략이다. 

 

그런데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한(조선)반도와 대만해협에서 고조되는 동아시아 전쟁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미국은 2개의 항모타격단을 남중국해에 배치해놓고 대만해협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어떤 격변사태가 벌어질 것인지를 예리하게 주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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