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의 정치적 고향
아직 마음 못 정한 부동층 많아
“정부, 해준 게 뭐 있노” 싸늘
3040은 “인물은 이재명이 낫다”
자영업 50대 “윤에 투표할 것”
배우자·무속 논란 ‘현재 진행형’
일부 안철수 대안으로 꼽지만
“다만 사표가 될까 걱정” 고민
지난 18일 낮 부산시 중구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상인 손영일(55)씨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뽑을 거냐’는 질문에 손부터 내저었다. “찍을 사람이 없다 아입니까. 투표 날까지 가봐야지예.” 자갈치 시장에서만 10여년째 장사해온 ‘부산 토박이’ 손 씨는 얘기 도중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부산 경제가 다 죽었어예. 지금도 사람 없는거 보이소. 누가 되건 경제 좀 살려줬으면 좋겠어예”대선을 20여일 앞두고 <한겨레>가 지난 17~18일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선뜻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에 이어 인구가 가장 많은 부산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하긴 하지만,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당선시켰다.
3당 합당 이전에는 부마항쟁을 이끌어낸 ‘야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에게 득표율 60% 넘는 ‘압도적 승리’를 안겨준 지역이기도 하다. 야권 단일화의 핵심 변수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부산 출신이다. 여야가 부산을 이번 대선의 주요 전략 지역으로 선정해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새해 첫날 부산을 찾은 데 이어 공식 선거운동 첫날의 첫 유세를 부산에서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선거운동 첫날의 마지막 유세를 부산에서 마무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부터 1박2일간 부산을 누볐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겨냥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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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인 50대 김아무개씨는 “정부의 방역 정책 때문에 힘들다. 윤석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부 김아무개(60)씨는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깨끗해야지. 이재명이는 신세진 사람이 많아서 안 된다”고 했다. 대학생 정아무개(25)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가 어려워졌다. 세금도 많이 걷고 건강보험료도 많이 걷혔다”고 했다. 자갈치시장 상인 부아무개(57)씨는 “윤석열 장모, 처 문제도 보니깐 다 옛날 얘기더라”며 “이재명은 대장동 있고 엉망진창”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양 당 후보에 대한 대안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상인 조아무개씨는 “안철수 후보가 제일 똑똑하다. 정직한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 김아무개씨도 “(이재명-윤석열 후보) 둘 다 싫어서 안 후보 찍겠다는 이들도 주변에 많다. 다만 사표가 될까 걱정한다”고 전했다.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문제, 무속 논란 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가족들은 무속 믿는 사람을 대통령 할거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왜 탄핵했냐고 한다.
열차에서 의자에 발 올리는 걸 보면 (윤 후보의) 인성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권교체는 하고 싶다. 민주당이 싫다. 이재명 후보 부인 논란도 걸린다”고 했다.대선이 여전히 박빙으로 흘러가면서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산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여야 모두에게 부산은 전국 선거를 이끌 기준선”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을 지켜야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국민의힘의 경우 이를 차단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목표로 하는 부산 득표율은 40%, 국민의힘은 60%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득표율인 38.71%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산 득표율인 59.82%가 기준점이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상임선대위원장은 “부산은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표가 나오는 지역”이라며 “윤석열 후보의 부산 지지율을 보면 50%를 넘지 않는다. 국민의힘의 60% 득표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부산총괄선대위원장은 “윤 후보가 상승세긴 한데 현재 부산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표를 받은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이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두 대통령을 향한 애정도 남아 있다.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했다.
부산/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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