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대법원 첫 판결 다수 신문 1면에, 파장 해석 제각각

일정 나이를 넘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 등 보상 없이 시행됐다면 연령에 따른 차별에 해당돼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임피크제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첫 확정판결에 다수 신문이 주요 뉴스로 다뤘지만, 판결에 따른 파장에 대한 풀이는 신문마다 달랐다.

대법원 1부는 26일 A씨가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연구원은 2009년 노동조합과 합의를 거쳐 만 55살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 61살은 그대로 유지됐다. 도입 뒤 만 55세 이상 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평가 등급에 따라 93만~283만원 줄었다. 51~55세 미만 노동자들보다 업무평가가 좋았는데도 급여는 더 적었다. A씨도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는데, 명예퇴직한 뒤 임금피크제가 연령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에 위배돼 무효라며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냈다.

▲27일 경향신문 1면
▲27일 경향신문 1면
▲2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2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2·3심 모두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B연구원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55살 이상 직원만을 상대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도 임금피크제의 합리성 판단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노동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 여부 △절감된 인건비가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제시했다. 모든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임금피크제는 지난 2013년 ‘60세 정년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박근혜 정부의 2015년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강행을 시작으로 널리 도입됐다. 당시 ‘쉬운 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등과 함께 노동개악 시도로 불렸다.

노동계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자 권리 보장에 충실한 전향석 해석이라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선언하지 않고 유효가 될 여지를 남겨뒀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환영 입장을 내고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지 만 5년을 넘겼지만, 도입 사업장에서 청년 일자리가 느는 효과는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만 삭감됐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고령자의 고용불안과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26일 경향신문 1면
▲27일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해설 기사를 통해 “그동안 공공기관 중심으로 사실상 의무 도입돼온 임금피크제에 노사 협상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그러면서도 판결의 파장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B연구원과 같은)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이던 사업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때문에 노동자 임금 삭감만 되는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은 이같은 이른바 ‘정년유지형(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고 본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며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밝힌 4가지 무효 사유가 새로운 노사 협상 문을 열게 됐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서 했다고 하고, 기재부는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에서 노사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기관별로 특별 교섭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접수할 수도 있다”는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임금이 깎일 게 뻔했지만 도입 성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노사합의를 통해 채택한 방식이다. 그 결과 임금피크제가 인건비 축소와 고령 노동자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인건비 절감에 따른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했다”라고 밝힌 뒤 “노사는 이번 판결의 취지에 맞게 임금피크제 적용 시 고령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사설
▲27일 경향신문 사설
▲26일 국민일보 3면
▲27일 국민일보 3면

국민일보는 “이날 대법원 판결로 퇴직자들의 임금 소송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년 연장 여부, 업무량 축소 정도, 급여 삭감 폭 등이 각각 중요하게 따져질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대법 판결이 임금피크제의 합리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 판결 소식을 전한 뒤 3면 이어지는 기사에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 관계자를 주로 취재해 ‘기업 경영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해설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에 대한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문가들은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노사협의로 제도를 재설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27일 한국일보 3면
▲27일 한국일보 3면

한국경제는 1면에서 “대법원이 2015년 사회적 대타협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익명의 기업 대표 말을 인용해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 취업 확대 위한 대승적 양보가 임금피크제 취지인데, 앞으로 이런 사회적 흐름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판결이 기업 일선에 ‘혼란’과 ‘정년 채우려는 분위기’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곳이 54.1%에 이른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혼란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사설에선 “기업들은 임금피크제가 사라지면 정년을 채우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인건비가 늘어 경영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며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근로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27일 동아일보 3면
▲27일 동아일보 3면
▲27일 중앙일보 사설
▲27일 중앙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임금피크제가 불가피한 제도였다며 직무급제 도입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임금피크제가 흔들릴 경우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꺼리게 돼 청년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연공서열형의 경직적 임금 체계 때문에 불가피하게 도입할 수밖에 없는 제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봉제 대신 직무와 성과에 따른 급여 시스템으로 바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단식농성 중단…사진으로 전한 경향·한겨레

차별금지법 통과를 요구하며 46일간 단식농성을 이어오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6일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단식농성을 해온 미류 차제연 책임집행위원은 “단식투쟁은 중단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싸움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향신문이 1면 사진 기사로 미류 책임집행위원이 단식 중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다 고개를 드는 모습을 전했다. 한겨레는 미류 책임집행위원의 발언을 기자회견 기사로 전했다.

▲27일 경향신문 1면
▲27일 경향신문 1면
▲27일 한겨레 1면
▲27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법무부가 처음으로 법을 발의했지만, 개신교계 등의 반대로 15년 동안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됐다. 지난해 6월에는 10만명 이상이 함께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법사위로 회부됐지만, 법사위는 지난해 11월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29일까지로 연장했다”며 “단식농성 45일째인 전날(25일)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공청회라며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차제연은 내일 오전 국회 앞에 설치한 농성장을 철거하고, 활동가들의 회복 등 재정비를 거쳐 오는 하반기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