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시민들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2.05.10. ⓒ뉴시스
전기요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전기요금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 통제력을 완화하는 방안은 우려가 크다. 민영화 전초로 해석된다. 대기업 특혜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장에서 전기를 대량으로 쓰는 대기업은 값싼 전기요금으로 한전 적자를 가중시킨다. 대기업 계열 LNG 발전사는 고유가 시기를 틈타 수천억원대 초과이익을 낸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 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은 5,656억원이었으나,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총 적자 규모는 5조 8,601억원이었다. 올해는 1분기 만에 전년 총 적자 규모를 2조원 이상 웃돈 셈이다.
경영 악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전 적자 규모 전망치는 17조원 수준이다. 유연탄과 천연가스 가격 하락을 전제로 한 수치다. 연료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 적자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전은 채권을 발행해 적자를 메운다. 올해 들어 한전이 발행한 채권 규모는 11조 6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총 국채 발행 규모 약 10조원을 넘었다. 지난 2020년에는 3조 4천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매년 채권 발행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전 채권 발행에는 한도가 있다. 현행 한국전력공사법은 채권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제한한다. 지난해 말 기준 발행 한도는 91조 8천억원이다. 현재 한전 채권 발행 잔액은 40조 5천억원 수준이다. 약 50조원이 남았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채권 발행이 누적되면 정작 필요한 사업을 위한 채권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기업이 부채 비율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시설 확충 등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건 문제”라면서도 “현재 한전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적자가 쌓였다”고 말했다.
한전은 자구책을 내놨다.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을 하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지분을 매각한다. 한전과 KT,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공동 출자한 회사로, 민관이 함께 충전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원전과 석탄 발전소 종합설계 회사인 한전기술 지분 일부도 판다.
비상장 자회사 지분도 매각 대상이다. 정부와 협의를 거쳐 상장한 후 매각을 추진한다. 한전KDN이 거론된다. 전기가 오가는 전력망 관련 사업을 한다. 전력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IT 기술을 적용하는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태양광 발전 설계 시공도 한다.
한전은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한다고 했지만, 민영화와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부 기관과 개인 지분이 높아질수록 회사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커진다. 공공성과 수익성 간 균형을 둘러싼 주주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긴축 경영 계획도 우려를 더한다. 발전기 성능 유지와 고장 예방을 위한 예방정비 공기를 단축한다. 하동화력발전소 보강 사업도 미룬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사업이 효율화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축소·지연되는 양상이다.
자구책으로 확보할 자금 목표는 총 6조원이다. ‘고강도’라고는 하지만, 올해 1분기 적자 규모에도 못 미친다.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공공성 훼손 부작용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이 내놓은 자구책은 자산을 판다는 것인데, 자회사를 팔아넘기는 건 결국 민영화로 가는 길”이라며 “정부가 한전 적자를 빌미로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독립성’ 빌미로 한 민영화 아닌, ‘운용의 묘’ 살려야
한전 적자가 누적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 등 원가 변동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는 도매가격에는 원가 변동이 반영되지만, 한전이 소비자에게 전기를 파는 소매가격은 정부가 통제한다.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지난달 전력 도매가격은 1kWh당 202.11원이었다. 전년 동기 76.35원보다 125.76원(164%) 올랐다. 지난해 소매가격은 평균 110원이었다. 지난달부터 적용된 인상분을 반영해도 120원이 채 안 된다. 1kWh를 팔 때마다 80원 이상의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지금도 국제 유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제도가 마련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도입했다.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했다. 최근 1년간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와 3개월간 평균 연료비(실적연료비) 차이를 매 분기 적용하도록 했다.
원가 변동은 최대 1kWh당 5원만 반영한다. 한 분기 최대 조정폭은 3원이다. 급격한 전기요금 변동을 방지한다는 목적이다. 지난해 1분기 연료비 하락을 반영해 3원 낮췄다가, 같은해 4분기 원상복귀했다.
올해 1·2분기에도 연료비가 올랐지만, 연료비 조정요금은 오르지 않았다. 단기간 내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 발생할 때는 정부가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과 물가 동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준연료비는 2021년도 연료비로 산정한다. 정부에 따르면 2021년도 연료비는 전년 대비 9.8원/kWh 올랐다. 정부는 4월과 10월 각각 4.9원씩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에 대해 올해 도입한 원가연계형 요금제의 도입 취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연료비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건 아니다. ‘한전 이사회 의결-산업부·기재부 협의-전기위원회 심의’로 이어지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전 지분은 산업은행(32.9%)과 정부(18.2%)가 과반을 보유한다. 전기위원회는 총 9명 중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한다. 학계·업계·시민사회 인사는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다. 전기요금 결정 모든 과정에 정부 통제가 작용하는 구조다.
정부는 전기요금 결정 독립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전기위원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인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결정 구조 개편보다 제도 운용 측면에서의 개선을 강조한다. 독립성 강화가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전기요금에 대한 정부 통제력이 약해지고, 시장논리에 따르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전기의 공공재 성격을 고려하면, 적절한 수준에서 정부가 요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전향적으로 개편하기보다, 제도 운용에서 한전의 적정 수익과 국민 부담 완화 간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은 교수는 “연료비 변동을 추세적으로 따라가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은 유가가 하늘로 치솟는데 전기요금이 추세를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 맡기면 연료비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이 들쑥날쑥해져 안정성을 해친다”며 “정부 통제하에 고유가 시기에 연료비를 모두 반영하지 않고 어느 정도 한전이 적자를 보더라도, 유가가 내려갈 때 일부 보전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의 독립성을 얘기하면서 시장논리 쪽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며 “현 정부도 정부 통제하에서 전기요금을 올리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니, 독립성 핑계를 대면서 시장에 맡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 개편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도록 한 현 제도를 정부가 잘 운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개편 1순위는 대기업 특혜 요금
낮은 전기요금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대기업이다.
전력은 용도에 따라 산업용·일반용·주택용·농사용 등 6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총 전력 사용량 가운데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달한다. 빌딩 등 일반용은 22%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 비중은 15%에 그친다.
매출 기준 산업용 비중은 53%다. 사용량 비중보다 적다. 전기를 싸게 사, 사용량 비중보다 매출 비중이 낮은 것이다.
전기요금은 용도별로 다르다. 산업용 판매단가 평균은 107원이다. 일반용(132원)과 주택용(108원)보다 싸다.
산업용과 일반용은 시간대별로 1kWh당 단가가 달라진다. 시간대는 전력 수요에 따라 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로 구분한다. 일반적인 생활패턴을 반영한다. 경부하 시간대는 전력 수요가 적은 야간(오후 11시~오전 9시)이다. 중간부하 시간대는 출근 직후(오전 9~10시), 점심시간(오후 12~1시), 저녁(오후 5~11시)이다. 직장인이 업무를 시작하고 공장이 가동되는 주간(오전 10시~오후 5시·점심 시간 제외)은 최대부하 시간대다.
경부하 시간대 단가가 가장 싸고, 다음으로 중간부하, 최대부하 순이다. 시간대별 요금제는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면, 발전소를 더 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 피크 시간대가 아닌 때에는 발전소를 돌릴 필요가 없어 가동률이 떨어진다. 수요를 분산하면 비효율적인 발전소 건설을 막을 수 있다.
주택용은 시간대가 아닌 전력 사용량으로 차등을 둔다. 200kWh 이하, 201~400kWh, 400kWh 초과 3개 구간으로 나눈다. 전력 사용량이 적을수록 단가가 싸다.
문제는 산업용 경부하 시간대의 싼 단가가 대기업 특혜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야간에 공장을 돌릴 수 있는 건 대기업뿐이다. 중소기업은 야간작업까지 할 정도로 생산 물량이 많지도 않고, 근무시간 조절도 쉽지 않다. 빌딩은 직장인들이 퇴근하면 불이 꺼진다.
대기업은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통해 주택용 요금보다 싸게 전기를 쓴다. 산업용 경부하 단가는 55.9원이다. 주택용은 4인 가구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187.8원(201~400kWh)이다. 산업용 최대부하가 비싼 것도 아니다. 187.4원으로, 주택용보다 싸다.
수요 분산 측면에서도 역효과가 났다. 지난 2020년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력 소비 50대 기업은 경부하 시간대에 약 54%의 전기를 썼다. 중간부하는 30%, 최대부하는 16% 정도다. 오히려 경부하 시간대에 수요가 쏠렸다.
한전은 경부하 시간대 대기업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밑지는 장사를 했다. 1kWh당 70원대에 산 전기를 50원대에 팔았다. 2015~2019년 5년간 50대 기업에 전기를 팔며 한전이 부담한 손해는 7조원 수준이다. 그만큼 대기업이 전기를 싸게 샀다는 의미다. 면면을 보면, 삼성전자, 현대제철, 포스코 등이다.
감사원도 2019년 시간대별 차등 요금을 조정하도록 산업부에 통보했다. 전기사용자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2019년 기준 산업용 경부하와 최대부하 요금은 1kWh당 각각 53.7원, 187.5원으로 133.8원 차이였다. 지난달 전기요금표를 보면, 경부하와 최대부하 요금이 각각 0.1원씩 내려가, 격차가 그대로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최대부하로 설정된 낮에는 업무시간이라 대부분의 공장과 빌딩은 전기를 안 쓸 수가 없다”며 “야간작업이 가능한 건 대기업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가정의 전기요금 제값 내기도 필요하다”면서도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60%에 육박하는 만큼 산업용 요금을 잡는 게 한전 적자 개선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고유가 틈탄 민간 발전사 초과이익 환수해야
이익을 내는 건 전기를 쓰는 대기업뿐이 아니다. 한전은 전기를 만들어 파는 민간 발전사 이익도 보전한다.
한전이 적자를 보는 가운데 민간 발전사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GS EPS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5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치 영업이익 2,123억원을 한 분기 만에 채웠다. SK E&S는 6,402억원으로 전년 동기(2,592억원) 대비 2.5배가량 뛰었다. 포스코에너지도 지난해보다 약 50% 증가한 1,192억원을 기록했다. 발전사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건, 그만큼 한전 비용 부담이 컸다는 의미다.
이들 공통점은 모두 LNG 발전사라는 점이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불하는 도매가격은 국제 LNG 가격에 연동된다. 한전은 발전단가가 싼 발전원으로부터 먼저 전력을 공급받는다. 연료비가 가장 싼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가 가동되고, 부족한 전력을 LNG 발전소에서 산다.
특이한 구조가 있다. 수요량을 다 채운 시점에서 가장 비싼 발전소의 발전단가를 다른 발전소에도 적용한다. 이를 계통한계가격결정(SMP)이라고 한다. 가령 SMP가 A사의 LNG 발전사 발전단가 200원으로 결정됐다면, 원전과 석탄, 다른 LNG 발전사에도 같은 값을 쳐준다. SMP는 대부분 LNG 발전소 발전단가로 결정된다.
공기업이 주를 이루는 원전과 석탄 발전사에는 SMP의 일부만 지급한다. 한전과 발전사 간 실적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민간 LNG 발전사는 SMP를 온전히 다 받는다. 특히 LNG 원료를 외국에서 직수입하는 대기업이 이익을 독차지한다.
발전사는 LNG를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조달하거나, 직수입할 수 있다. 주로 구매력 있는 대기업 계열 발전사가 직수입한다.
가스공사 LNG를 사는 경우 SMP 상승에 따른 이익 효과가 거의 없다. SMP가 올랐다는 건 발전사가 원료를 들여오는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여러 건의 20~30년짜리 장기계약을 맺는다. 2010년 중반 들어 국제 LNG 가격이 하향세를 보였다. 계약이 끝나지 않은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의 비싼 가격으로 LNG를 들여와야 한다. 민간 발전사가 직수입을 통해 LNG를 낮은 가격으로 가져갔다. 직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가스공사가 계약 만료 물량에 대해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어 조달할 수 있었을 터다.
가스공사는 발전사에 LNG를 공급할 때, 여러 계약 건의 평균 값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LNG 가격이 내려갔을 때 민간 발전사가 낮은 가격으로 조달한 LNG 가격보다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가격이 비싸다.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조달한 발전소의 발전단가로 SMP가 결정될 때, 민간 발전사는 직수입 가격과 가스공사 가격 간 차액만큼 이익을 본다.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낸 GS·SK·포스코 계열 발전사는 LNG 물량 상당 비중을 직수입했다. GS EPS의 LNG 직수입 비중은 53%에 이른다. 나머지 36%만 가스공사로부터 샀다.
LNG 물량 대부분을 가스공사로부터 조달하는 중소중견 기업은 실적이 답보하거나 줄었다. 삼천리 계열사인 에스파워의 1분기 영업이익은 303억원이다. 전년 275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평택에너지는 244억원에서 162억원으로 감소했다.
직수입 제도 폐지를 촉구한 구준모 기획실장은 “가스공사가 신규 계약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LNG를 들어올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민간이 가져가는 것”며 “직수입은 공공이 이익을 공유할 것인지, 대기업이 누리도록 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민간 발전사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진다. LNG 직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당초 민간 발전사가 직수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면 SMP가 낮아진다는 취지로 제도가 도입됐다. 여전히 고유가 시기 SMP는 치솟고 대기업만 폭리를 취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두드러진다.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에너지기업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익이 일정 수준으로 초과하면 법인세 등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식이다.
구준모 기획실장은 “고유가 등 경기 변동 과정에서 한전 부담은 가중되는 가운데, 대기업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초과이익을 거두고 있어 외국의 횡재세와 같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짜로 뿌리는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해야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한전 부담을 전기요금에 보다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되기는 했으나, 미흡하다. 기후환경요금은 기존 1kWh당 5.3원에서 지난달부터 7.3원으로 2.0원 인상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후환경요금을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소요되는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 인식을 높인다는 취지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원전과 석탄보다 비싸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
기후환경요금에는 발전사의 온실가스 배출 비용이 녹아있다. 발전사를 포함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를 정부가 할당한다. 할당량을 넘기면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야 한다. 할당량은 온실가스 조기 감축 실적과 과거 배출량,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
문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공짜로 뿌린다는 점이다. 유상 할당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할당량 이내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는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유상 할당 비중을 10%로 유지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비용 없이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주장은 국민 인식을 왜곡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을 전기요금에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독일의 2019년 전기요금 구성을 보면,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21%에 달한다. 한국은 한 자릿수다.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 할당 비중을 대폭 올리고,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제안이다.
송재도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기요금에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반영하면, 한전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사업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 추가이익으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설비를 구축하고,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겪는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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