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대우조선 파업에 조선 “수천 억 피해 주고 ‘책임 면제’, 노조 악순환”
한겨레 “대우조선 파업에 ‘공권력 투입’, 정부가 아닌 일개 사정기관임을 자처”
조선 “세계 최다 한국 공영방송들, 세금 먹는 하마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국민이나 정부나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더 이상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를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정부의 대응에 대한 20일 아침신문들의 평가는 달랐다.
한겨레는 1면에서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 취재를 전했다. 기사의 제목은 ‘철장보다 답답한 강경 정부’였다. 기사는 “19일 오후 2시께 ‘전운’이 감도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상공에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총괄하는 두 사람이 떴다”며 좁고 높은 농성 현장에 겁 없이 ‘공권력 투입’을 벼르는 대통령, 시너와 유언장을 품고 ‘끝까지’를 결심한 하청노동자의 극한 대치를 풀기 위한 사실상의 ‘최후 협상’인 셈”이라고 했다.
사설에서는 “(현재 정부의 기조는) 권력을 투입하겠다는 ‘무력시위’ 성격이 다분해 보인다”며 “정부의 이런 강경 기조는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이제 막 머리를 맞댄 대우조선 노사의 대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윤 대통령의 말과 달리, 대우조선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의 4자 협상은 지난 15일에야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사 교섭이 늦어진 것은 하청업체들이 ‘우리는 해줄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원청업체 대우조선이 하청 노조의 대화 요구를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도 파업이 시작되고 40여일이 지나도록 ‘하청업체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으로 수수방관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하며, “‘하청 노조가 대화에는 응하지 않고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쪽과 협상 중인 하청 노조를 겁박해 ‘백기 투항’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면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정부의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5년간 삭감·동결된 임금을 정상화해달라는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 앞에서 ‘법치’니 ‘엄단’이니 엄포만 놓는 건 국정을 이끄는 정부가 아닌 일개 사정기관임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최근 정부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명분 쌓기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노동부 업무보고 이후 노조의 불법 행위와 엄단 의지만 밝힐 뿐 노사 간 자율적 해결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친기업 반노조 인식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 공권력 투입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공권력 투입 시사 발언은 사태 해결을 돕기는커녕 더 꼬이게 한다. 더구나 지금 공권력을 투입하면 물리적 충돌에 따른 불행한 사태를 낳을 게 뻔하다”, “나아가 공권력 투입은 향후 노·정관계의 악재가 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사 간 자율 협상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3면 기사 ‘윤 대통령 “많이 기다렸다”…파업현장 달려간 두 장관’에서 “윤 대통령은 “불법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며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공권력을 곧바로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파업 현장에 인화성 물질이 있고, 고공농성 중이어서 안전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실 일부 참모 사이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용산 참사처럼 되면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용산 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남일당 4층 건물에서 점거 농성하던 철거민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우조선 파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설은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 근로자 350여 명이 가입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가 약 50일간 불법 파업을 벌여 6000여 억원의 매출 피해를 입힌 가운데 재개된 노사 협상에서 노조 측이 ‘민형사상 소 취하’를 새로운 조건으로 제시했다. 당초의 임금 30% 인상 요구를 10% 인상으로 낮출 테니 사 측은 불법에 대한 형사 고발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우조선은 오래전에 파산해야 했지만 정부가 주인인 산업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연명시키고 있다. 국민 부담으로 부실 기업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민노총이 산업 현장에서 극렬 투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사측은 노조를 달래느라 형사 고발, 손배 청구를 거두는 것이 관행이었고 정부도 파업만 끝내면 눈감고 넘어갔다.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수 없다. 이번엔 반드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했다.
조선 “세계 최다 한국 공영방송들, 세금 먹는 하마 아닌가”
이밖에도, 조선일보는 한국 공영방송들에 대해 ‘세금 먹는 하마’라며 비판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에 대해 “편파 방송 봐주기 심의를 남발한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방심위가 문제 없다고 판단한 ‘편파 방송’의 사례로 모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내용을 꼽으며 “김어준 등 괴벨스보다 심각한 편파 방송을 대부분 문제 없음으로 처리하는 방심위의 행태에 대해 국민의힘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TBS는 교통 정보 제공에 충실했으나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되면서 정치 방송으로 바뀌었다. 선거 때는 특히 심했다. 시사 프로를 맡고 있는 김어준씨 같은 사람은 아예 TBS를 이용해 민주당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방송을 했다”며 “그런 사람들이 정권이 바뀐 지금도 그대로 있다. 방송 환경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교통방송은 의미가 없다. 시민 세금 낭비일 뿐이다. 민영방송이었다면 없어졌을 방송이 세금을 먹으며 정치 방송을 해왔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국은 공영방송 천국”이라며 “공영방송 체제의 비효율은 모두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 각국 공영방송은 수신료 폐지에 나서고 자구 노력을 벌이지만 한국 공영방송은 무풍지대다. KBS는 거꾸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TBS는 서울시의회가 준 유예 기간 동안 방송 내용을 바꾸든지, 아니면 민영화해야 한다. TBS에 더 이상 세금 지원은 안 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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