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경찰 징계…“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되나” 비판 확산
경향, 국민, 동아, 한겨레, 한국은 ‘경찰 징계 지나치다’는 논조의 사설
서울, 세계, 조선, 중앙은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논조로 사설 써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해 우려하는 경찰서장들이 모임을 열고, 모임 주도자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참석자들도 감찰을 받게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징계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은 대부분 이 이슈를 다뤘고 주요 종합일간지 9개가 사설에서는 모두 이 이슈를 다뤘다. 다만 논조는 두갈래로 갈렸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경찰의 집단행동을 징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썼고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경찰의 집단행동이 잘못됐다고 하는 논조의 사설을 발표했다.

다음은 25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여권의 ‘검로경불’”
국민일보 “행안부 ‘국민일상과 무관’ 경찰국 신설 졸속 예고”
동아일보 “초유의 ‘경란’ 경찰국 신설에 집단반발 확산”
서울신문 “초유의 ‘총경의 란’ 경찰국 사태 확전”
세계일보 “총경 이어 경감·경위도 ‘경란’ 확산 조짐”
조선일보 “등돌린 중국시장 ‘한국산은 추억의 제품’”
중앙일보 “총경 이어 경감·경위, 또 경찰 집단행동 예고”
한겨레 “‘모였다고 징계’ 검찰정권의 경찰 길들이기”
한국일보 “게임체인저 양자컴퓨터, 인력양성 뒷짐 진 한국”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찰 집단 행동에 징계…“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되나” 비판 확산

지난 23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장들이 회의를 열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된 회의에는 서장급인 총경 710명 가운데 189명이 참석했고 오프라인 참석자 56명은 감찰을 받게 됐다.

총경급 간부가 이렇게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 모임을 제안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 총경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25일 중앙일보 1면. 
▲25일 중앙일보 1면. 

경찰서장들은 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인 만큼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총경 회의를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경찰서장들의 집단행동에 엄정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두환식’이라며 반발했다.

▲25일 경향신문 1면. 
▲25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의 1면 기사 제목은 “여권의 ‘검로경불’”이었다. 1면 기사는 “올해 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국면에서 평검사 회의, 부장검사 회의, 검사장 회의, 고검장 회의가 잇달아 열릴 때는 검찰의 집단행동을 지지했던 여권이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서는 징계와 감찰의 칼을 빼든 것을 두고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동아일보 사설도 이같은 ‘이중잣대’의 문제를 지적했다. 25일 동아일보 사설은 “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추진하자 평검사와 부장검사, 검사장이 각각 회의를 열었지만 회의 참석자를 징계 대상으로 삼은 적은 없었다”며 “경찰의 지휘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경찰들이 의견을 밝혔다고 해서 징계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전했다.

이어 동아일보 사설은 “경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는 필요하지만 ‘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경찰이 필요하다’는 31년 전 논의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경찰의 의견을 먼저 귀담아듣고, 위법 시비를 없앨 수 있는 국회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일 동아일보 사설. 
▲25일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 사설 역시 “검찰과는 사뭇 다른 대응도 논란이다. 전국 검사장·평검사 회의가 여러차례 열렸지만 불이익을 받은 이는 없다”며 “‘말할 의무’가 검찰에만 있을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경향, 국민, 동아, 한겨레, 한국은 ‘경찰 징계 지나치다’는 논조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9개 모두 사설에서 이 이슈를 다뤘는데,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경찰 집단행동 징계가 지나치다는 논조였다. 반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경찰의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5일 사설에서 “상부의 지시만 수용하고 내부의 건강한 의견 제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찰 지휘부에 실망과 더불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공무원에게도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를 일방적으로 찍어누르는 것은 구시대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 지휘부와 정부는 총경들이 제기한 우려와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감안해 경찰 통제 방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묵살한 채 징계를 강행한다면 더 큰 반발만 부를 것”이라 썼다.

국민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찰제도 개선이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들으며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돼 우려스럽다”며 경찰국 신설 과정에 대해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 각계에서 제기된 위법 가능성 등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경찰 제도 개선은 정권 차원의 경찰 장악 의도’라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명분만 앞세운 무리한 제도 개선은 반드시 탈이 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25일 국민일보 사설.
▲25일 국민일보 사설.

한겨레도 사설에서 “현장 치안 책임자인 총경급 간부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경찰 중립성 확보가 그만큼 정당하고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며 “총경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대대적 징계는 권력에 의한 ‘경찰 장악’의 예고편이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 전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일차적 책임을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무직 공무원인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지휘권을 부여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를 자초했고, 실행 방식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 서둘러 고치는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초유의 총경 회의마저 경청하는 자세 없이 무더기 징계로 덮으려 한다면 상황 수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전했다.

▲25일 한겨레 1면.
▲25일 한겨레 1면.
▲25일 한국일보 사설.
▲25일 한국일보 사설.

서울, 세계, 조선, 중앙은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사설

반면 서울신문은 사설 ‘사상 초유의 경찰서장 집단행동 부적절하다’에서 “경찰 지휘부가 사전에 모임을 만류했지만 상당수가 불복했다. 상명하복의 지휘체계가 엄정한 경찰에서 이들의 모임이 집단항명으로 비쳐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 썼다. 그러면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 대기발령과 참석자에 대한 감찰 착수도 “경찰도 공무원법상 집단행동을 못 하게 돼 있는 신분인 만큼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이 정부와 국민을 거꾸로 겁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잘못”이라고 썼다.

▲25일 서울신문 사설.
▲25일 서울신문 사설.

세계일보도 이날 사설 ‘초유의 총경회의, 집단행동·강경대응으론 해결 안 돼’에서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경찰의 집단행동은 치안 부재 등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동안 경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이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등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같이 경찰의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펼친 신문들의 주장은 경찰이 그동안 중립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은 “경찰국을 신설하면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인데, 그동안 경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었는지 자문부터 해볼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만 봐도 경찰은 매번 권력의 편에 섰다”며 “정권의 잘못을 눈감고, 봐주고, 뭉개는 데 앞장섰다. 대통령 선거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 수사는 질질 끌었고, 택시기사를 때린 폭행범은 민변 출신 친정권 인사라고 봐줬다. 대통령 친구였던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청와대가 흘린 정보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조선일보 사설.
▲25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역시 이날 사설 ‘집단 행동으로 어떤 경찰 독립 지킨다는 건가’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경찰이 대통령실 의중을 떠받들기 위해 해온 낯 뜨거운 일들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라며 드루킹 사건, 울산시장 문제 등을 거론했다. 이어 “경찰국에 반대하는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찰이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며 “치안과 질서 유지를 핵심 업무로 하는 경찰이 숫자의 힘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면 다른 집단들의 불법 집회나 시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25일 중앙일보 사설.
▲25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국민 안전을 우려해서 경찰의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어떤 경우에도 정부·경찰 정면 대결 안 된다”에서 “경찰국 신설이 민주화 역사에 역행한다는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간부들이 정부와 정면 대결을 불사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며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찰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누가 이를 막는다는 말인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공무원법 57조가 규정한 ‘복종의 의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찰관이 힘으로 목적을 달성하려고 집단행동에 나서선 안 되며,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의견을 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경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썼다. 다만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행안부의 책임도 크다”며 “총경들을 설득해 집단행동을 막지 못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책임을 통감하고 행안부와 경찰의 갈등이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지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사설을 마무리했다.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