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한국, ‘반지하’ 이슈 때만 관심 갖는 정부 비판
조선, 윤 대통령에 “노 전 대통령 표현 빌리자면 농부가 밭 탓할 수 없어”

지난 8일부터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5년 만에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방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40대 여성 자매 2명과 13세 어린이 등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 역시 빗물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에 10일 서울시가 “앞으로 서울에서 지하·반지하는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지하·반지하를 주거용으로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기존 건축물에 있는 지하·반지하 건축물은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비주거용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창고나 주차장으로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자 동아일보, 한겨레, 국민일보 등은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11일자 아침신문들 1면.
▲11일자 아침신문들 1면.

 

동아·한국일보, ‘반지하’ 이슈 때만 관심 갖는 정부 비판

전국에 있는 반지하 32만7320가구(2020년 기준) 중 2만 가구가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한 관악구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4면 기사에서 “(전체 반지하 가구)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있다. 이번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2만113가구가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정부는 1992년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반지하에 배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2010년 태풍 곤파스 이후 침수 피해가 많은 저지대에는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대책들이 나오기 전에 지어진 건물 반지하는 여전히 침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번에 사망자가 발생한 동작구 주택도 1980년대에 지어졌다”고 보도했다.

▲11일자 동아일보 4면.
▲11일자 동아일보 4면.
▲11일자 한국일보 1면.
▲11일자 한국일보 1면.

신문들은 ‘반지하’가 이슈될 때만 잠깐 관심 갖고 말아버리는 정부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국토교통부는 영화 ‘기생충’의 영향으로 반지하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2020년 초 전국 반지하 주택을 전수조사해 주거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흐지부지됐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0일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아 ‘건축물 설계관리 기준을 정비하는 등 실질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한국일보 역시 “반지하 침수는 집중호우 때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고질적’ 사회문제”라며 “이제는 진짜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장마철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저지대 주거용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전국의 반지하 거주 가구는 30만 곳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폭우 피해와 복구 모두 ‘약자’ 몫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에 퍼부은 기록적인 폭우는 수년째 지하철 청소 업무를 하는 A씨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해였다. A씨는 폭우로 폐쇄됐던 서울 9호선 동작역의 청소 작업에 투입됐다”며 서울 지하철역 청소노동자들이 감전 위험 속 모래와 진흙을 닦아내는 복구작업을 하는 것에 주목했다.

▲11일자 경향신문 1면.
▲11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이어 “7호선 이수역 청소노동자 B씨도 상황은 같았다. 이수역은 지난 8일 폭우로 빗물이 들어차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B씨는 이날 ‘(지난 8일) 지하철 계단 등에서 물이 막 폭포수처럼 내려오는 게 보이더라. 물길을 막고는 싶었지만 쓸려 내려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그때는 위험한 줄도 모르고 일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까 침수지역 곳곳에 전기 설비가 참 많았다’고 했다”며 “자칫 감전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B씨는 ‘연일 강행군으로 일하다보니, 언니들(청소노동자) 얼굴이 다들 붓고,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엔 흙과 쓰레기만 남은 것이 아니었다”며 “한국 사회 ‘재난 불평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침수로 인한 피해도, 이를 복구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짐도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이번 재난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지하철역을 지킨 이는 평균 연령 60대 청소노동자들이었다”고 강조했다.

폭우 속 반지하 사망자 속출에 동아일보 “BANJIHA” 사설

동아일보는 ‘BANJIHA<반지하>’ 제목의 사설에서 “주거용 반지하는 일부 불법 개조 건축물 외에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열악한 생활공간이다. 햇볕이 부족하고 환기도 잘 안 되는 눅눅한 환경에서 거주자들은 습기와 퀴퀴한 냄새, 곰팡이, 벌레와 싸워야 한다. 외부 보안이 취약하고 폭우 시 물에 잠길 위험도 크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외신들은 ‘banjiha’를 고유명사처럼 쓰면서 한국의 폭우 피해를 전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참사에 대해 ‘영화 기생충 속 폭우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결말은 더 최악’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11일자 동아일보 사설.
▲11일자 동아일보 사설.

이번 폭우로 반지하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와 동작구에 반지하가 절반 이상 몰려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통계청에 따르면 반지하에 사는 가구 수는 32만7320가구(2020년 기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집값이 비싼 서울에, 서울 내에서도 침수 피해가 잦은 관악구와 동작구 등지에 몰려 있다”며 “수백만 원의 보증금조차 버거운 사람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호화 아파트와 마천루가 들어선 세계적 도시 서울의 어두운 그늘”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서울시가 반지하 사용을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는 순차적으로 없애거나 창고, 주차장으로 전환토록 하는 대책을 내놨다”며 “이번엔 말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속도감 있는 이행과 함께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보 등 주거 대안도 함께 제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이 반지하 주택에 갇힌 채 목숨을 잃는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윤 대통령에 “노 전 대통령 표현 빌리자면 농부가 밭 탓할 수 없어”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4%를 기록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대선 득표율 48.64%의 꼭 절반 수준”이라며 “윤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1639만명 중 820만 명가량이 마음을 접었다는 뜻이다. 5년 전 이맘때 갤럽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7%였다. 대선 득표율 41.1%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다른 대통령들도 취임 100일 이내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을 크게 웃돌곤 했다. 그 짧은 기간에 특별히 일을 잘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민심’이 화난 이유로 김창균 논설주간은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이 인사(人事)다. 검사 후배, 초등학교 동문, 술 친구에 이르기까지 사적 인연으로 사람을 고른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 비판에 ‘그래도 전 정권보다는 낫다’고 뻣대며 맞선 것이 화를 키웠다”며 “정책 혼선도 윤 대통령 지지율을 깎아 먹은 주범으로 지목됐다. 장관이 발표한 주 52시간 방침을 대통령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하고, 만 5세 입학, 외고 폐지를 불쑥 꺼냈다가 거둬들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11일자 조선일보 칼럼.
▲11일자 조선일보 칼럼.

이어 김 논설주간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등 5파전에서 당선됐다고 설명한 뒤 “ 문 대통령이 얻은 41.1%는 말 그대로 문재인 표였다. 이들은 문재인 지지를 5년 내내 거두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얻은 48.65%도 자신에 대한 지지라고 여겼다”며 “양자구도였던 지난 대선은 원하는 후보를 고르는 게 아니라, 혐오하는 후보를 떨어뜨리는 선거였다. 이재명 당선만은 막으려는 국민들에게 선택지는 윤석열밖에 없었다. 그들 중 절반가량이 대통령의 언행을 보고 실망해서 등을 돌린 것이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과대 평가한 윤 대통령은 선거 기간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들에 대한 뺄셈 정치까지 했다. 반토막 지지율엔 이런 착각과 오판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은 임기 5년 차 레임덕 대통령에게 어울릴 부스러기 지지율을 자본 삼아 새 출발에 나선다. 내가 전임보다 잘못한 게 뭐냐는 분한 마음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썼던 표현을 빌리자면 농부는 밭을 탓할 수 없는 법”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