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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외압 몸통은 누구?’ 국정원 국정조사 풀리지 않은 의문

새누리당-국정원-경찰 커넥션 의혹 증폭, 특검 필요성 대두

최지현 기자 cjh@vop.co.kr
입력 2013-08-20 14:49:48l수정 2013-08-20 18:39:29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위 활동이 19일 청문회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하지만 의혹은 더욱 커지고 수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바로 ‘몸통’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서울경찰청의 수사 축소·은폐 혐의는 이미 검찰의 공소장에도 자세하게 설명돼있다. 하지만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윗선’으로 꼽히는 권영세 주중대사(전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국정조사 증인채택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특검 도입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의원들 질문 듣는 원세훈과 김용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양지웅 기자

 



의문점1.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압수수색 ‘윗선’ 반대 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작년 12월 11일 발생한 이른바 ‘오피스텔 국정원 댓글녀’ 사건에 대한 축소 은폐 수사를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전 청장의 ‘윗선’ 지시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작년 12월 12일 문제의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 했지만 김 전 청장이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권 전 과장은 지난 19일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 “지난 해 12월 12일 김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내사 사건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맞지 않다. 경찰이 신청했는데 기각하면 어떡하냐’고 했다”면서 ‘격려성 전화였다’는 김 전 청장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권 전 과장은 “(작년 12월) 12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이광석 수서경찰서장도 강한 의지를 갖고 지시했다”며 “그러나 서울경찰청에서는 그것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었고, 이 서장이 영장 신청을 계속 설득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다가 권 전 과장이 같은 날 김 전 청장으로부터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권 전 과장은 더 나아가 “김 전 청장이 저에게 (영장 신청 말라는) 전화했을 때 그 현장에는 이 서장도 있었는데, (이 서장이) ‘오전에 설득했을 때 무슨 일인지 누구에게 말을 들었는지 입장을 바꿔서 영장 신청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는 것으로, ‘윗선’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의문점2. 김용판의 ‘특별하고 수상한 점심’은 누구와?

‘국정원 댓글 흔적이 없다’는 허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12월 15일, 김 전 청장이 청와대 인근에서 ‘특별한 오찬’을 한 것 역시 국정조사 도마 위에 올랐지만 현재까진 의문만 증폭된 상태다.

민주당 김민기·정청래 의원 등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작년 12월 15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청와대 인근에 있는 ‘백송’이라는 음식점에서 6명과 함께 1인당 3만5천원 상당의 식사와 함께 술을 마셔 총 28만원을 계산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기 의원은 16일 청문회에서 “(김 전 청장의) 업무일지는 당시 점심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장 및 직원들 15명과 28만원어치를 먹었다고 돼 있지만 사실과 달랐다”며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다 물어봤는데 당시 김 전 청장과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누구와 식사했나”라고 추궁했다. 특히 “이 점심은 특별한 점심이다. 결제가 오후 5시에 이뤄졌다”며 “매우 중요한 얘기가 오갔다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청래 의원도 “국정원 직원을 만났는지, 청와대 직원을 만났는지, 박근혜 캠프 요원을 만났는지 궁금하다”고 계속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은 “그 날 (오찬 후 간 사우나에서) 손톱을 다쳤기 때문에 저녁은 누구와 먹었는지 기억나지만 점심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추궁이 계속되자 나중에는 “결코 대선 기간 중에 어떤 정치인도 만나지 않았다는 대원칙을 정했고,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그의 ‘수상한 점심’ 이후 국정원 댓글 분석 작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던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분위기가 ‘댓글 흔적이 없다’는 브리핑을 준비하는 방향을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오찬 자리에 여권 인사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권영세 관련 질문하는 박범계 의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 특위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권영세 주중대사의 발언을 공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의문점3. 김용판과 박원동의 ‘부적절한 전화’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 김 전 청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한 전화통화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청장은 청문회에서 경찰의 중간수사발표가 있었던 12월 16일 오후 한 차례 박 전 국장과 전화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김 전 청장에 따르면, 박 전 국장은 당시 통화에서 “조심스럽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전하겠다. 경찰이 과연 댓글 흔적을 분석해 낼 능력이 있는지 우려하는 이야기도 있고, 전문가들에 의하면 2~3일이면 증거 분석 작업이 충분하다”며 “경찰이 분석을 끝내 놓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김 전 청장은 박 전 국장의 발언이 ‘외압’ 아니냐는 질문에는 “압력이라기보다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동안 민주당 측에서는 박 전 국장과 권영세 전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이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제보를 근거로 들며, 박 전 국장이 김 전 청장에게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흔적이 없다’는 허위 수사결과를 발표토록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박 전 국장은 청문회에서 권 전 실장과의 통화여부에 대해 “과거 정보위원장이었기 때문에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시인했다. 다만 박 전 국장은 “그 무렵(대선 전) 통화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현재 제기된 의혹 관련해서는 통화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청장은 ‘수사 발표 전에 권 실장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얼토당토않은 사실무근”이라며 “권 대사와는 전혀 모른다.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의문점4. 박근혜·김무성·박선규, 경찰 수사결과 발표 예고

문제의 12월 16일 밤 11시 경찰이 중간수사결과를 전격 발표하기에 앞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비롯한 대선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수사 결과를 ‘예고’하는 모습을 보여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경찰 수사에 박근혜 대선캠프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이날은 대선 전 마지막 3차 TV토론회 열리는 날이었다. 당시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중으로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는 “실제로 그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느냐, 하나도 증거가 없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아직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없다’고 단정 지은 것이다. 토론회가 끝난 뒤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도 “오늘 중으로 경찰 수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나서 밤 11시께 경찰은 예고대로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 등에서 대선에 개입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준비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권 전 과장은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청문회에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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