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진상규명 등을 위한 국정조사 마지막 청문회를 마친 야당 국조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사건 재발방지대책을 담은 ‘공개서한’을 박 대통령에 전달하려 했으나 함께 온 국회 출입기자들의 동행 문제로 청와대가 끝내 편지를 받아들이지 않아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정원 국조특위 소속 정청래, 김민기, 박남춘, 박범계, 전해철(이상 민주당), 이상규(통합진보당) 등 6명의 야당 위원들은 21일 오후 3시 청와대 정문 앞 분수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한 뒤 청와대에 이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경찰이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방문객 면접장소인 영풍문 내 회의실로 야당위원들을 오라고 하면서도 20여 명의 국회 출입기자들의 동행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 김선동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대신 받아가겠다고 했으나 ‘일이 바빠 못나온다’고 하면서 끝내 서한이 전달되지 못했다. 야당 위원들은 22일 오후 2시 다시 전달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21일 “이날 오전에 정무수석과 연락해 청와대에서 나와서 이 편지를 받아가기로 했음에도 경찰에 막혀서 편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며 “정무수석실에서는 중요한 업무가 있어 못나오겠다라고 얘기 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분수광장 앞에까지 나와서 받아가라고 전했으나 (청와대측은) 청와대로 야당의원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가려했다”며 “그러나 국회에서 같이 동행한 기자들과 못들어간다고 해서, 국회의원만이라고 들어가겠다고 했으나 경찰이 철벽처럼 막고서서 결국 실패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 이명박 정권 때도 비서들이 나와서 수령했는데, 박 정권은 이명박보다도 못한 불통정권임을 보여줬다”며 “참으로 서글픈 현장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을 중국 관광객과 일본관광객들은 사진으로 촬영하기도 한 모습을 들어 정 의원은 “외국관광객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길은 야당 의원과 국회 출입기자들은 지나갈 수 없는 길이었다”며 “이런 오만 불손한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고 언젠가 반드시 국민앞에 눈물 흘리며 사과할 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청래 국정원 국조특위 야당간사를 비롯한 야당위원들이 21일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공식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막혀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청와대는 들어오라고 했는데 야당 의원들이 들어오지 않고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그쪽에서 문서를 전달하겠다고 해서 김선동 정무비서관이 영풍문의 가장 큰 회의실 잡아놓고 맞이하겠다고 야당측에 전달하고 3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런데 그 쪽에서 자기들이 기자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해서 ‘청와대 경내에서 일어난 행사이며 청와대도 출입기자를 배치했으니 걱정말고 오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오늘은 그냥 가겠다’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고 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김선동 비서관이 4시반까지 영풍문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회 기자들이 촬영하고 취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김 대변인의 설명에 대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못들어간 것은 경찰이 막아섰기 때문”이라며 “관광객도 다니는 길에 왜 기자들이 못가느냐. 그 길에 기자들이 가지 못하도록 할 권한이 우리에게 어디있느냐”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언론에 촬영되는 것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 한 것”이라며 “공개서한 자체가 거부당하고 퇴짜를 맞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받을 마음이 있으면 비서진이 거기까지 못내려오느냐”며 “경찰이 막고 있어서 못들어가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즐기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정조사 청문회가 3차까지 마무리된 마당에) 지난해 대선 토론회 등에서 박 대통령이 ‘댓글 사건의 증거가 나온 것이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어떻게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오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지라’고 했던 말을 지금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을 듣기 위해 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청래 국정원 국조특위 야당간사를 비롯한 야당위원들이 21일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공식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막혀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 동행했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받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던 것”이라며 “청와대 북문 앞에서 비서관이 사진 찍히는 것이 두려워 불과 수 백 미터 밖에 안되는 곳으로 서한을 받으러 나오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가 말한) 영풍문 앞에 청와대 출입기자는 한 신문사 사진기자 한 사람만 기다렸던 것으로 안다”며 “중국인 관광객들, 차량조차 자유롭게 드나드는 길에 불과 20여 명 남짓의 국회 출입기자가 충분히 질서있게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막은 것이다. 우리는 기자들과 함께 가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한 적이 있는 박 의원은 “경찰이 오늘 막은 곳은 청와대 앞길로 전면통제가 되는 길도 아니고 자유롭게 통행이 되는 곳인데, 비서관이 문 앞으로 나오면 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국회 기자들이 갈 수 있는 길”이라며 “그 앞길은 청와대 땅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6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게 되어 있다”며 “대통령께서 헌법수호의 최고책임자인 만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야당위원들은 대통령께 이에 대한 입장과 책임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했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니며, 그렇게 탄생한 국가의 권력 역시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이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 당일 직전까지 국정원 여직원 무죄를 수차례 주장해놓고도 대통령 당선 뒤 자신이 임명한 채동욱 검찰총장 휘하 검찰이 국정원과 경찰의 범죄혐의를 입증하자 8개월 동안 단 한마디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 “헌법책임자로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야당 위원들은 “헌법수호의 최고책임자로서 헌정 유린, 국기 문란을 야기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다”며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김무성 선대본부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돼 청문회에 나올 수 있도록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