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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경찰' 발언 후폭풍... "평양의원이냐?"

정치권 안팎에서 조명철 의원 비판 거세... 새누리당 "지역감정 없애자고 한 것"

13.08.20 17:19l최종 업데이트 13.08.20 18:1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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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양심선언을 한 광주의 딸 권 과장을 당력을 총동원해 지키겠다"는 문희상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심문을 해 논란을 빚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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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의 '광주의 경찰'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한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명철 의원은 지난 19일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대선에 부정한 영향을 미치기 위함은 분명하다"고 말한 권은희 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인가, 대한민국의 경찰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권은희 과장은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대한민국의 경찰"이라고 답변했다.

조 의원은 "(지난 4월 21일) 문희상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 합동 연설회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한 권은희 과장이 광주 출신임을 언급했다"면서 "양심선언한 권 과장에 대해 당력을 총동원해 지키겠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에 맞는 성향이면 '광주의 딸'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조명철 의원의 발언 직후 국정조사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왜 멀쩡한 증인한테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 광주를 운운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나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TK(대구·경북)' 출신이라고 했다"고 맞받았다.

호남 국회의원 "경찰공무원과 광주시민 모독"... 안철수 "개탄"

민주당·통합진보당 호남 국회의원 28명은 조명철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권은희 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라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국정조사의 품격을 떨어뜨렸고, 13만 경찰 공무원의 명예를 짓밟았으며 광주시민들의 마음 속 상처를 다시금 터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정원 국정조사는 사상 초유의 국가 정보기관에 의한 국헌 문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데에 있는 것이지, 증인의 출신지와 사상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호남 의원들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을 공천한 새누리당의 의도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앞장서 달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한 것으로 믿고 싶다"며 "이런 국민들의 여망을 져버리고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대한민국의 분열을 조장하고 경찰 공무원의 명예를 짓밟은 조명철 의원은 대한민국 경찰과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를 묻는 망언도 문제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이를 준엄하게 꾸짖는 단 한명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지금 새누리당에는 단 한명의 의인(義人)도 없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무소속)은 성명을 통해 "참으로 개탄스럽다, 광주 출신임을 부각시켜 권 증인의 발언에 지역주의 색깔을 칠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면서 "대한민국 경찰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국정조사 본질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 이처럼 후진적 발언이 나온 것을 국민은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강조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까지 설치한 마당에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의원이 공공연하게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다면 정부의 정책 의지를 국민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고 반문했다.

온라인에서도 '광주의 경찰' 비판 쇄도... "평양 의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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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심문에 응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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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도 조명철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unheim)는 "묻습니다, '대한민국 의원이냐, 평양 의원이냐'"라며 "대한민국에 오셨으면 이곳 수준에 좀 맞춰주세요, 어디서 북조선식 선동질입니까?"이라고 비판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mindgood)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질이 의심스런 사람, 조명철(의원)이 '일베'임을 인증했군요"라고 비꼬았다.

트위터 이용자 'Young*******'은 "케케묵은 지역감정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부단히 애쓰는 조명철씨에게, 당신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입니까"라고 비판했다. 누리꾼 'kkoms*****'는 "지역감정 색깔론은 어디서 배웠는지, 누구의 지령을 받았을까? 새누리가 그렇게 가르치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권은희 과장에 대한 응원은 쇄도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권은희 과장 응원 서명에 참여한 누리꾼은 20일 오후 4시 현재 2만6000명을 넘었다. 송파경찰서 게시판에도 응원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시대의 양심, 부디 꺾이지 마세요" "권은희 과장의 소신 있는 발언으로 인해 직무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 등의 글이 올라왔다.

새누리당, "지역감정 없애자고 한 발언" 해명

한편, 새누리당은 조 의원의 발언은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20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조 의원의 발언 취지는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말 것과 권 과장에게는 민주당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에 휘둘리지 말고 대한민국 경찰의 입장에서 행동해주기를 요청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조명철 의원은 평양 출신의 유일한 탈북자 국회의원이라 지역감정이라는 개념에도 익숙하지 않다"면서 "그런 조 의원이 우리 정치의 구태인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발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은 탈북민인 조명철 의원을 희생양 삼아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민주당은 조명철 의원의 발언 전체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TK' 출신이라고 한) 박영선 의원의 발언을 확인 비교하고, 즉각 새누리당과 조명철 의원에게 정중히 사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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