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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 '오보 소동', 그리고 MB정부發 '원전게이트'

[분석] 두달 전 박근혜의 '격노'는 무엇을 의미했나?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23 오후 9:43:28

 

 

이명박 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원전 사업이 결국 측근 비리로 귀결될 조짐이 모인다. 검찰의 원전 비리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이름까지 튀어나왔다. 사정 당국의 칼끝이 점차 전 정권 실세들을 조준하고 있는 모양새다. 'UAE 원전 게이트'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포라인(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 포항 출신)' 원전 브로커 오희택 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한국정수공업의 로비자금 6000여만 원을 현금으로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김기동 단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과 관련해 한국정수공업의 수처리 수주 과정에서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 이윤영 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박영준 전 차관을 다음주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현재 파이시티 비리 등으로 구속된 박 전 차관은 조만간 부산구치소로 이감될 전망이다. 이르면 오는 26일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검찰이 한국정수공업 부회장을 지냈던 오희택-이윤영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이어지는 '커넥션'을 포착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앞서 이윤영 전 부대변인은 지난 2009년 2월 경 오희택 씨로부터 한국정수공업이 원전 수처리 설비 계약을 유지토록 해주는 대가 등으로 3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아 구속된 상태다.

오 씨가 박 전 차관 측근인 이 씨에게 건넨 3억 원의 원출처는 한국정수공업 이규철 회장으로부터 받은 '로비 자금'이라는 게 오 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박 전 차관을 조사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로비 자금의 원출처로 지목된 한국정수공업 이규철 회장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비리와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에 대한 과거 정권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저널> 1243호는 이 회장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 회사는 MB 권력의 먹잇감이었다"는 이 회장의 주장을 내보냈다.

이 회장은 "(영포라인 원전 브로커 오희택 씨가) 'S' 기업(한국정수공업에 투자금 명목으로 또 다른 돈을 요구했던 IT 기업)과 관련해 일본에서 몇만 달러짜리 오더를 받았다며 돈을 대달라고 요구했다. 관련 자료를 내놓아 보라고 해도 그냥 돈만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영준 이야기를 했다. 박영준이가 도와주니까 돈을 줘야 하고, 이상득에게도 뭘 해야 (앞으로) 잘될 테니까 돈을 좀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전 정권 핵심 실세인 이상득 전 의원이 거론된 것이다. 이 회장은 '오 씨가 이상득 전 의원과도 가깝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이상득하고는 어떻게 친하다고 했냐면, 같은 동네 살았다고 했다. 이명박이 살던 근처에서 살았다더라. (오 씨가)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해서든 뺏어다가 이상득에게 주고, 박영준에게 주고 그랬다. 자기 기사 시켜서 당시 회사 물(생수)도 박영준, 이상득에게 전달하고 그랬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지 않고, 실제로 돈을 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전 의원이 연루됐다는 게 원전 비리 사건 핵심 증인을 통해 언급된 이상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없지 않다.

22조 원짜리 UAE 원전 수출 사업고 관련된 기업체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전 부품 시험 성적 위조'와 관련된 새한티이피에서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던 검찰은 그간 한전, 한수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LS전선, JS전선 등의 비리를 조사했고 관련 자료를 쌓아놓고 있는 중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UAE 원전 수출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방향이 '전 정권 비리'로 옮겨가는 것이 수월한 상황이라는 관측도 있다. 'MB정부 원전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자원 외교 전반에 대한 '사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근혜의 뜬금없는 'MB정부 비판'을 두고 나오는 '묘한' 해석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원전 비리를 언급한 부분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원전 비리를 언급하며 "역대정부를 거치면서 쌓여온 일로 여아 정치권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새 정부에 전가할 문제는 아니며 과거 정부에서 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과거 정부'를 지목해 비판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의 분위기는 특히 이상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11일 전인 5월 31일, 청와대 홍보라인 관계자 4~5명이 춘추관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들에게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 비리를 적발하고도 공개를 안한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같은 취지의 발언이 보도되자 감사원이 발끈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51건의 위법 부당 사항에 대해 엄중 조치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자 청와대 측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 비리를 적발하고도 공개를 안한 부분이 있다"고 보도된 것이 '오보'라며 진화에 나섰다. 같은 날 윤상직 산업통산부 장관이 과천청사에서 전력수급대책 관련 브리핑을 했는데, 청와대 협조 사항으로 받은 메모지에 "MB정부 원전 은폐-오보로 대응"이라고 적혀 있던 게 카메라에 잡히는 일도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흐지부지 넘어갔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먼저 청와대가 언급한 '전 정권 비리 은폐' 의혹이 감사원을 겨냥한 게 아니라 정치권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를 언급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춘추관을 찾아 특정 사건에 대해 요청하지도 않는 비공식 브리핑을 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일부러 브리핑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정부가 바뀌면서 전 정부의 '권력형 비리'를 포착했다는 해석도 가능할 수 있다. 원전 비리가 '전 정권 비리'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묘한 해석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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