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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의 외침을 위해적이라고 보는 청와대

국민 절반은 ‘위해요소’이자 ‘불편한 존재’ ?
 
진실규명의 외침을 위해적이라고 보는 청와대
 
육근성 | 2013-08-25 10:23: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정청래, 이상규 의원 등 국정조사 특위 야당소속 위원들은 지난 21일과 2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들고 청와대를 찾았지만 이들을 맞이한 것은 수백명의 경찰이었다.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라면 경찰이 야당 의원들을 에워싸 막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 의원 두 명 막기위해 수백 명 경찰 동원

당시의 상황이 자세하게 공개됐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다음 아고라’에 경찰과의 대치 장면과 청와대의 태도 등을 기술한 글을 올렸다. 정 의원과 경찰 중대장의 대화다.

정 의원: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개방통로를 국회의원이 가겠다는데 왜 막아서는가?

경찰중대장: 위해요소는 차단합니다.

정 의원: 이런 막말이 어디 있는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위해요소라니. 청와대 측과 사전에 연락하고 이렇게 네 명만 오지 않았느냐. 그 말 취소해라!

경찰중대장:저희는 연락 받은 바 없습니다.

 

결국 경찰에 가로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어 정의원 일행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한참이 지난 뒤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나와 정 의원 일행을 면회소 앞까지 안내했고, 거기서 정무비서관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할 수 있었다.

<야당 의원을 '위해요소'로 보고 막아선 경찰>

야당이 ‘위해요소’? 그럼 국민 절반도 ‘위해요소’

정 의원은 “MB정권 시절에도 야당 의원이 청와대을 찾아가면 정무수석이 밖에 나와 안내를 하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게 했다”며 박근혜 정권이 MB정권보다 야당 의원들을 더 무시하는 불통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을 ‘위해요소’로 보는 경찰의 인식이 놀랍다. 현 정권이 야당을 보는 시각이 어떤지 대변해 준 셈이다. 청와대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면 일개 경찰 중대장이 야당 의원을 향해 과연 이런 망발을 내뱉을 수 있었을까.

야당 의원도 엄연한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을 ‘위해요소’로 판단한다면 그들을 뽑아준 국민들 또한 ‘위해요소’가 된다. 절반의 국민과 120여명의 국회의원들을 ‘해를 끼칠 수 있는 존재’로 본다는 얘기다. 너무 어처구니없어 소름이 돋을 정도다.

야당 국회의원 단 두 명이 청와대를 찾은 것인데 수백 명의 경찰을 풀어 제지하려 했다. 야당 의원들 손에 들린 ‘공개서한’이 그토록 꺼림칙하고 두려웠단 말인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가 얼마나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는가를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공개서한. 얼마나 꺼림칙하고 두렵기에....>

국민 과반 향해 ‘말조심하라’ 경고한 청와대

야당의 역할 중 하나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이다. 의혹이 있다면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을 위해 의혹을 규명해 내는 것 또한 야당이 할 일이다. 과반의 국민들은 지난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야당의원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야당이 12.19대선을 3.15부정선거에 비유하는 발언을 하자 국정원 국정조사와 12.19 관권선거 의혹에 대해 입 한 번 열지 않던 청와대가 발끈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3.15 부정선거 언급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야당에 대해 “금도(襟度)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변했다.

야당 발언이 한계선을 넘었으니 말조심하라는 청와대의 경고다. 상식과 신사도를 지켜달라는 강력한 요청이기도 하다. 이러한 청와대의 ‘공식반응’이 보도되자마자 새누리당은 일제히 청와대 편을 들며 야당을 향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모든 국민은 위해적이고 불편한 대상인가?>

‘금도’ 지켜라? 듣기 좋은 말만 하라는 건가

“금도를 지켜라.” 이렇게 말할 자격도 없는 저들이다. 국민 앞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김용판과 원세훈은 국민을 우롱했고, NLL논란과 국정원 대선개입의 핵심 증인인 권영세·김무성은 출석을 거부했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거짓과 위증이 판을 친 국정조사장에서 힘겹게 진실을 말한 권은희 증인을 향해 “광주의 경찰인가”라고 말해 광주시민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금도’를 지키지 않은 건 저들이다. 저들이 최소한의 ‘금도’를 지켰다면 국정원 대선개입 전모와 12.19대선과 관련된 의혹 뿐 아니라 NLL에 대한 진실도 상당 부분 밝혀졌을 것이다.

12.19 부정선거 논란은 이제 국민적 의혹이 됐다.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을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야당의 목소리는 곧 국민의 외침이다. 야당의 고언과 국민의 경고에 대해 불쾌함을 표하고 나선 청와대가 볼썽사납다. 절반 이상의 국민을 ‘불쾌한 존재’로 보는 청와대와 박근혜 정권이 우려스럽기만 하다.

민주주의가 보이지 않는다... 광장이 희망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청와대의 침묵의 커튼과 새누리당의 거짓의 장막이 걷히지 않는 한 민주당은 결코 진실의 천막을 거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래야 한다. 막중한 시기인 만큼 야당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 한다.

야당 뒤에는 48%의 국민이 있다. 야당이 ‘위해요소’이고 ‘불편한 존재’라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인식을 직접화법으로 바꿔 말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모든 국민은 위해적이고 불편한 대상이다.’

민주적 사고가 사라졌다. 이 정도라면 민주주의가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국정원대선개입과 12.19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언동에서 도무지 민주주의가 관찰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죽은 ‘동토의 땅’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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