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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은주 “수사 끝나고 국정조사? 시간 질질 끌어 책임 축소하는 것”

본격 막 오른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국면...“대통령실까지 성역 없이, 이번엔 달라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기류는 지난 1일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누구 하나 쉽사리 나서지 못하던 ‘조심스러운 애도’에서 ‘분노하는 애도’로, 야당의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정부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이 이태원 참사를 초래했다는, ‘인재’의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 침묵은 깨졌다.

156명의 목숨, 헤아릴 수 없는 시민의 삶이 희생된 이번 참사의 원인 규명을 “더는 정부에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여야에 국회 국정조사를 처음 제안한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도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며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는 정치적 침묵은 진정한 애도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국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또 처참한 죽음을 목격한 시민의 물음에 국회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을 밝혀내는 일에 집중한다면 “시민들이 당한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정쟁이 개입할 이유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원내대표는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해내는 일이야말로 이번 참사에 있어 정치가,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11.11. ⓒ민중의소리

181명의 야당 국회의원이 마음을 맞대 10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안건으로 올렸다. 이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등 단계를 신속하게 밟아 나가야 한다. 이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주요 원칙으로 “재난안전대책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까지 성역 없이 조사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책임자 처벌을 경찰·소방 당국에 모두 몰겠다는 정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계속 호위하고, 보위하고 있다”며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정조사를 진행하면 경찰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국민의힘, ‘국민이 원하는 건 경찰·검찰에 의한 진상규명’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국정조사 필요성을 깎아내리는 여권에 이 원내대표는 “수사가 끝나고 나중에 국정조사를 하자는 건 결국 시간을 질질 끌어서 책임을 축소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참사를 대하는 일련의 정부 태도를 보며 “‘조금만 더 버티면 끝날 것’이라고 바라보는 거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시민의 압박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이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이 원내대표는 “어떤 비용도 치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걸 정치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의당은 당내 TF와 전국에서 진행 중인 범국민 서명운동을 중심으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불씨를 지켜간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직접 겪은 청소년 세대가 이번 참사에 희생된 청년 세대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안전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국가가 ‘나’를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그 역할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이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11.11. ⓒ민중의소리

- 이 원내대표는 10·29 이태원 참사를 언제, 어떻게 처음 인지했나.
“30일 새벽에 일어나서 휴대전화로 포털 뉴스를 보고 알았다. 깜짝 놀랐다. (희생자의) 숫자가 시시각각 달라졌지 않았나. 너무 놀라 현실감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이태원 거리에서 사고가 났고, 심정지 상태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심정지는 골든타임을 넘기면 거의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 이태원 참사 뒤 2주가 흘렀다. 참사 발생 이후 경찰이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하기 전까지 야권에서 정부 비판 메시지를 자제하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 때 질의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적절했다고 보나.
“처음에는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의 수가 확정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기 때문에 사후에 ‘당시의 대응이 적절했다, 안 했다’ 이런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다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 1일 행안위 업무보고의 경우 합의한 시점과 이후 회의가 열렸을 때 시점에 시차가 있긴 했지만,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당연히 ‘질의를 받으라’고 했을 거다.”

- 국정조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고 나서 그전까지는 ‘애도의 시간’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결국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는 정치적 침묵은 진정한 애도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112 녹취록 공개로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제 역할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낱낱이 드러났다. 국가가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한 총체적인 무능, 부실이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나라를 기대한 국민이 이런 처참한 죽음을 또 목격한 데 대해, 국회는 국정조사로 답해야 한다.”

- 윤 대통령은 10일 대통령실 출근길 발언에서 “경찰 수사 그리고 송치받은 후에 신속한 검찰 수사에 의한 진상규명을 국민은 더 바란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를 한다고 지금 수사를 못 하는 게 아니다. 수사는 수사대로,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 중요한 건 이런 참사가 발생한 구조적인 원인과 책임자를 밝혀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는 부분이다. 그게 바로 국정조사를 통해 국회가, 정치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다.”

- ‘수사기관 수사에 방해된다’, ‘강제성이 없어서 실효적이지 않다’ 등 국정조사 무용론을 반박한다면.
“국정조사 무용론을 주장하는 거 자체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다. 국회는 왜 국정조사라는 기능을 뒀는지, 국회의 조사권과 경찰의 수사권은 분명히 다르다. 국정조사는 강제력을 가졌다. 자료제출권한과 위증에 대한 처벌권한이 있다. 시민들이 이번 참사의 전 과정에 대해 의혹을 갖지 않도록 낱낱이 드러내고, 보여줘야 할 의무가 국회에 있다.”

- 유가족을 비롯해 이태원 참사 피해자 단체가 국정조사에 참여할 수 있나.
“당사자 참여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며 여야 합의로 만들어져야 할 부분이 있는데,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이은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을 찾아 묵념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2022.11.05. ⓒ뉴시스

“시민 압박이 국민의힘을 국정조사 협상장에 나오게 할 것”

-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진상규명’,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등에 대한 국정조사는 과연 정쟁으로만 끝났나. 실제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 있나.
“국정농단 국정조사를 통해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정권이 교체됐다. 앞선 국정조사가 정쟁으로만 끝났다고 볼 수 없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는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혀낼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정쟁이 될 거기 때문에 합의하지 않겠다’는데 합의를 안 해주는 그 과정 자체로 정쟁이 되고 있는 거다. 여야가 합의를 도출해 국정조사를 진행하면 정쟁으로 흐를 이유가 없다.”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가장 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는 원칙은.
“성역 없는 조사로 한 점 의혹 남기지 않아야 한다. 지금 많은 시민이 꼬리 자르기 수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소방관과 경찰관이 입건되는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한 성역 없는 조사’가 첫 번째 원칙이다. 서울시청과 용산구청, 안전대책 의무를 지닌 지자체가 뒤로 숨고 있는데 이 부분도 짚어야 한다. 행안부와 경찰의 안전대책 미작동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당연히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 국민의힘의 반대 입장은 완강하다. 이 원내대표는 ‘여당의 입장 변화가 있을 거란 믿음을 한 번 더 갖고 싶다’고 했다. 끌어올 복안이 있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계속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정조사 찬성 응답이 높은 비율로 나오고 있지 않나. 결국 다 여당에 압박이 될 거다. 24일 본회의까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여당이 계속 시민의 압박을 받는다면 협상의 자리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주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여당, 야당, 정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민안전TF’를 제안했는데 그게 바로 국정조사와 다를 바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여당도 얘기하지 않나. 국정조사 참여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여당 수습의 실체는 책임회피인 듯...꼬리 자르기 심각”

-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보인 태도가 문제 됐다. 특히 새누리당 추천 특위 위원의 면면에 유족은 ‘국정조사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며 가슴을 쳤고,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발목잡기’에서 벗어날 수 있나.
“그때, 기억난다. 만약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참여를 결정하고, 또다시 그렇게 한다면 그건 국정조사를 훼방 놓는 거다.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거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약속을 못 지킨 정치와 국회는 반성해야 한다. 이번 국정조사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또 그렇게 몽니를 부린다면,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 현재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의 수사와 감찰이 진행 중이다. 국정감사 대상인 증인, 기관 다수가 질의와 자료 제출 요구를 ‘수사와 감찰이 진행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이유로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대책이 있나.
“국정조사 무용론과 같다. 수사가 끝나면 국정조사를 할 수 있을까. 수사가 끝났다면 그때는 재판 중이라 안 될 거라고 말할 거다. 결국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국정농단과 가습기 살균제 두 사건 모두 수사와 국정조사 투트랙으로 진행했다. ‘수사 끝나고 나중에’ 이 말은 결국 시간을 질질 끌어서 책임을 축소하는 것밖에 안 된다.”

- 참사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어떤 점을 느꼈나.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웃기고 있네’ 메모 하나로 사람들은 사건을 봤지만, 운영위 위원으로서 국감장에 있던 저는 그쪽, 증인석에서 계속 낄낄거리는 모습,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봤다. 이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희생자, 유족 그리고 시민에게 준 모욕이다. 대통령실 내부로 보면 심각한 기강 해이다. 참담하고, 많이 화났다.”

- 이번 참사를 대하는 정부 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운영위 국감을 하면서 ‘지금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조금만 더 버티면 끝날 거라고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말 참사도 계속 일으키지 않았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의 유체 이탈 화법은 대단히 상식적이지 않다. 백번 양보해 여당 주장대로 책임자를 파면하면 국정 운영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일단 진정한 사과를 하고, 참사를 제대로 수습한 뒤 물러나겠다는 사의 표명이라도 먼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진정한 사과도 없고, 꼬리 자르기 행태는 진짜 심각하다. 정부·여당이 말하는 수습의 실체는 결국 ‘책임회피’가 아닌가 싶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11.11. ⓒ민중의소리


“국정조사, 수사 과정 유족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의당 몫 특위 위원에 장혜영 의원 내정


-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동시에 하자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지금 진행되는 수사의 부실, 은폐가 확인되면 특검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국회가 할 일과 수사기관이 할 일을 섞을 필요는 없다. 지금 국회는 시민의 공분과 요구로 여당을 압박해 국정조사를 제대로 실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 참사 희생자 명단 전체를 공개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희생자의 명단과 영정사진을 이야기하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정치권이 이러한 내용을 언급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유가족이 요구하면 당연히 국회가 지원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정치권이 먼저 나서는 건 불필요한 논란을 낳는다. 바람직하지 않다. ‘왜 내 아이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느냐’는 유족의 요구, 총의에 우리가 화답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그게 유족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에는 그 시점이 올 거라고 본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 유가족에게 어떤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장례 지원금, 위로금 지원의 아주 세세한 내역을 초반부터 약속했는데 당연히 해야 할 지원이지만 언론에 선제적으로, 공개적으로 알림으로 인해 유족에게 2차 피해를 입혔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안타까운, 폄훼하는 댓글들이 유족에게 2차 피해가 됐다. 지원은 희생자, 유족과 충분한 공감, 협의 속에 진행하는 게 맞다. 국정조사와 수사당국의 수사 과정도 유족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필요한 과정에 유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법률적 지원도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법체계 정비, 개정도 중요하다. 충분한 애도와 추모 이후 일상 복귀에 대한 지원도 진행돼야 한다.”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 특별위원회에 정의당은 어떤 의원을 추천할 건가.
“정의당 이태원 참사 TF에 원내수석부대표인 장혜영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장 의원을 국조 특위 위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의원총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 국정조사 최종 목표를 제시한다면.
“안전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고 ‘나’를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어떤 비용도 치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걸 정치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애도는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 김도희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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