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 파업에 개입한 까닭
건설노동자, "없는 투쟁이라도 만들어서 엄중히 맞설 것"
윤석열 정부, 노동자를 학대하는 진짜 이유

'업무개시명령'은 노동학대의 증거

인수위 시절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8개월이 지난 지금 ‘대놓고 국민을 학대하는 정부’로 돌변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계엄선포에 가까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에 대해 ‘집단 운송거부는 불법’이라며 엄벌하겠다고 겁박한다.

급기야 해당 부처의 수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10만 민주노총을 ‘민폐노총’이라 부르고,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 행사를 “이기적이고 고질적인 집단행동”이라며 일벌백계를 공언했다.

‘개인사업자’라며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조차 않던 윤석열 정부가 돌연 “일해라,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매기고 화물운송 자격을 박탈하겠다”라며 화물차 기사를 마치 노예 부리듯 한다.

설사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 하더라도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부정해선 안 된다. 상공인들은 상공회의소를 만들고 기업인들은 전경련을 만든다. 그런 조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화물차 기사들만 자신의 조직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결사의 자유에 위배된다.

특히 ‘가게가 이익이 안 나 문을 닫은 것’인데, 강제로 문을 열라는 명령은 안 될 말이다.

그간 화물노동자들은 고유가 고물가로 인해 일을 하면 오히려 손해가 나기 일쑤였고, 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한 번에 기준치 이상의 물량을 싣고 장기간 과속운행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화물연대는 파업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안전운임제 연장을 약속 받았다.

윤석열 정부와 합의한 안전운임제는 시멘트, 레미콘, 컨테이너 등의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이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한 제도다.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한다는 취지를 살려 안전운임제라고 부른다.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교섭에서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고 그 품목도 확대하기로 합의했지만, 원희룡 장관이 이를 뒤집어 버렸고 어쩔 수 없이 화물연대는 다시 파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마치 민주노총을 등에 업고 불법 파업에 집단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정작 화물노동자의 생명과 도로 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장본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다.

국제협약조차 내팽개친 윤석열 정부

 

국제노동기구(ILO)도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정부의 노동기본권 침해 의혹에 대해 ‘긴급 개입’에 나섰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시멘트 업종을 넘어 정유·철강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도 예고했다.

ILO는 10여 년에 걸쳐 ‘결사의 자유’ 등 화물연대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한국 정부에 해왔다. 지난 4월 ILO협약이 체결됨으로써 해당 협약들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번 ILO의 ‘긴급 개입’ 서한은 협약을 지키라는 사실상의 외교적 압력이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서한을 “단순한 의견조회”로 깎아내렸다. 국제사회 비판에도 귀를 닫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준한 ILO 기본협약까지 무시하는 초법적 행태에 우려를 넘어 분노가 폭발한다. 오죽했으면 “없는 투쟁이라도 만들어서 엄중히 맞설 것”이라며 연대파업에 동참하는 노조까지 생겼을까.

한편 윤석열 정부는 화물차 기사가 월 480만 원을 버는 고수익자라며 배부른 파업이라고 매도했다. 하지만, 최근 한 화물노동자가 '경향신문'에 공개한 월급 명세서를 보면 월수입이 채 140만 원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 화물 기사에게 불법과 폭력 딱지를 붙이고 민주노총을 매도하고 노동자를 악마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자를 학대하는 진짜 이유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관계 장관 대책회의에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화물연대의 파업과 민주노총의 연대투쟁이) 우리 민생과 국민 경제를 볼모로 잡았다”라며, “조직화 되지 못한 약한 근로자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하고 미래세대와 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위기의 원인이 고물가 고금리가 됐든, 무역 적자나 외환 보유고가 됐든, 가계 부채나 기업 부채가 됐든, 공급망 붕괴나 무역 전쟁이 됐든 강조점은 달라도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리란 전망은 하나같다. 특히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일자리가 줄면서 민생파탄을 예고한 것도 공통적이다.

문제는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은 정부와 여당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 이 상태로는 정권 재창출은 고사하고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기약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권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할 희생양이 필요해졌다. 6개월 전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국제협약마저 내팽개친 채 노동자를 학대하고, 민주노총을 악마화한 이유가 이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모르는 게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110만이지만, 국민의 절대다수인 2천5백만 노동자는 민주노총을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학대를 결코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설사 민주노총을 평소 지지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