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분석] 한쪽에 유리한 기사만, 불리하면 모르는 척

이석기 사건, 언론이 함구하는 한 가지
 
[분석] 한쪽에 유리한 기사만, 불리하면 모르는 척
 
육근성 | 2013-09-02 09:55: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과 국정원 촛불집회 관련 언론 보도가 자취를 감췄다. ‘이석기 사건’이 터지자마자 국정원 불법선거 의혹과 서울광장 촛불집회, 민주당의 장외투쟁 등에 대한 보도가 언론에서 사라졌다.

 

국정원 불법선거, 촛불집회 언론에서 사라졌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 진보성향 언론들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이석기 사건을 균형있게 다룰 뿐이다. KBS, MBC, 조중동 등은 내란음모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물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있다. TV조선, 채널A 등 종편들은 내란음모가 확실하다고 스스로 단정하고 온종일 특집편성을 통해 국정원의 ‘입’ 역할을 하느라 바쁘다.

 

시민 2만여 명이 서울역 광장에 모인 촛불집회, 김용판 전 서울청장 공판 소식 등은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이석기 사건에 대해서는 시시콜콜 기사화한다.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 31일 MBC 뉴스데스크는 ‘내란음모 통진당 3명 구속’ ‘통진당 국정원 앞 집회’ ‘방통위 이석기, 국방자료는 왜?’ ‘내란음모 녹취록 확보 경로는?’ 등 네 꼭지를 할애했다.

 

 

9일 1일 방영된 KBS의 <뉴스9>은 다섯 꼭지를 쏟아내며 이석기 사건에 집중했다. ‘내란음모죄 관련자 줄 소환’ ‘10여 차례 감청영장 전격압수수색 지시’ ‘진보당 국정원 협조자 매수...국정원 터무니 없어’ ‘이석기 체포동의안 이번 주 국회 처리될 듯’ ‘장남감 총도 개조하면 위험천만’ 등의 보도를 통해 충실하게 국정원 입장을 대변했다.

 

 

국정원 ‘입’ 역할에 충실한 대형 언론들

 

조선일보는 연일 ‘이석기 사건’을 메인으로 다루며 하루 10건 정도의 관련기사를 올린다. ‘이석기 사건’을 위험천만한 내란음모인 것인 양 포장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충실하게 국정원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는 제 입맛에 맞는 부분만 발췌해 보도한다. 1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도전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민주당이 “종북세력과 맞설 것임”을 천명한 것이라고 반기며 “촛불집회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조선과 비슷한 행태다. ‘내란음모 사건’ 관련 기사가 넘쳐난다. 2일자에는 ‘촛불집회 고교생에 다가간 쌤들, 이석기 키즈 키운다’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청소년 시국선언에 참역하고 권은희 수사과장을 위로 방문해 빵을 전달했던 고교생들 단체에 통합진보당 관계자가 접근해 통진당 청년연합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오래전부터 이런 일이 있어 왔다며 통진당원에게 포섭돼 청년연합에서 활동하다 핵심 당원이 된 사례를 나열하기도 했다.

 

 

 

 

 

 

편파·정파 방송의 진수? 궁금하면 지금 종편을 보라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들은 이것이 바로 ‘편파·정파적 방송의 진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기로 작심한 듯하다. 뉴스, 대담, 토론 프로그램 거반을 할애해 온종일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매달리고 있다.

 

TV조선은 ‘국정원 당원 매수해 사찰, 통진당의 물타기’ ‘여, 통진당 사실상 녹취록 진위 자백한 셈’ 등의 보도를 통해 통진당 전체를 내란음모집단으로 단정하는 등 ‘자가발전’에 열을 올렸다. 국정원이 통진당 당원을 거액을 주고 매수했다는 통진당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통진당이 물타기하려는 것”이라는 국정원 입장을 열정적으로 대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채널A는 이석기 의원이 RO를 조직한 사람이고, RO아래 말단조직이 존재한다며 RO가 체제전복을 목적으로 한 조직화된 지하조직이라고 단정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조직화된 반국가 지하조직이라는 게 입증돼야 내란음모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의식한 기사다.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을 종편이 나서서 열심히 길을 닦아 주고 있다.

 

 

이들이 절대 기사화하지 않으려는 한 가지

 

KBS, MBC, 조중동, 종편 등 편파적인 매체들이 절대 언급하지 않고 기사화를 꺼려하는 한 가지가 있다. 수많은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데도 이들 매체들은 눈 감고 귀 막고 모르는 척이다. 왜 하필이면 국정원 개혁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직전에 3년간 내사해 온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렸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국정원의 파워부서인 국내파트와 수사파트의 대폭축소 혹은 해체 요구가 빗발 치고 있는 때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불법대선개입과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촛불이 점차 커지는 시점이다.

 

왜 이때를 노린 걸까. 국가와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 내란을 모의한 위험천만한 사건이라면서 대체 무슨 이유로 시간을 끈 걸까. 위험 수위가 높은 상황이라면 서둘러 진압하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이 RO와 이 의원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이 직무유기를 했다거나, 통진당 움직임에서 내란의 위험성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다.

 

 

기사 쓰지 않고 정치 하느라 바쁜 언론들

 

국민은 두 가지 의혹을 갖고 있다. ▲이 의원과 통진당 간부들이 정말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등을 타격하고 총기로 무장해 내란을 일으키려 모의한 게 사실인지 여부와 ▲국정원이 위기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사건을 부풀려 정략적으로 이용한 게 아닌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들은 전자에만 모든 기사를 집중시키고 후자에는 시선 한 번 주지 않는다. 한쪽에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키고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은 블라인드 처리한다면 어찌 언론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 일부매체만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보도했을 뿐이다. 한겨레는 “내란음모 수사 탓에 국정원 개혁 물건너갈까 걱정”이라는 시민의 목소리를 기사화했고, 오마이뉴스는 ‘빗속 촛불집회’ 광경과 제10차 범국민대회를 상세히 다루며 특검 실시를 주장하는 촛불의 외침을 담았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공정한 보도를 하는 언론이 없다. 한쪽만 보고 들으라고 강요하는 매체들만 수두룩하다.

 

언론은 없는데 언론사 간판은 넘쳐나고, 기사는 없는데 기사처럼 각색된 거짓말만 판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