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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확전불사’ 윤석열 대통령에 불안 느끼는 시민 많아”

윤석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 지시에 ‘섣부른 발언’, ‘도발에 따른 강수’

한국일보 “‘몰랐다’ 총체적 무책임만 보인 이태원 청문회”

한겨레 “이젠 팩트체크도 문제 삼는 여당의 ‘쓴소리 봉쇄’ 시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국가안보실에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남북 합의 효력 정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작성됐다.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명시했지만, 북한은 작년 10월 이후 3개월 동안에만 15차례 군사 합의를 깨며 도발했다. 

5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실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섣부른 발언’이라며 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이는 상황을 우려하는 입장과,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되었으며 북한의 잇단 도발에 강수를 꺼내든 것에 방점을 두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 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3면 기사 ‘남북 무력충돌 막을 안전판, 합의 4년만에 존폐 기로’에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 남북 모두 충격 완화 장치가 사라지는 위험을 안게 된다”며 “문제는 남과 북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로를 적으로 몰아세우며 배신(합의 위반)에 보복으로 대응하는 ‘팃포탯’과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겁쟁이 게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압도적 대응을 해야만 북한의 도발 의지가 무력화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남북 정상이 직접 나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3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애초 남북 간 합의의 의미가 우발적인 확전 방지에 있음을 고려할 때 섣부르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지금은 대통령이 “일전 불사의 결기”, “보복과 응징”을 외치는 대신 더 큰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합의 준수를 강력히 요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3면 기사 ‘북한 더 자극하나…합의 파기 땐 위기 관리 ‘안전핀’ 사라져’에서 “윤 대통령 발언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지난달 무인기 도발 이후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 발언 등으로 재확인된 대북 ‘강 대 강’ 기조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이다. 핵무력 고도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반도 정세 악화 책임을 한·미에 돌리고 있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해 남측의 합의 파기를 유도하려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가 남북 국방장관들 간 합의인 만큼 윤 대통령이 먼저 나선 것은 섣불렀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윤 대통령이 최근 국내 정치에서 지지율 상승을 이끈 강경 기조를 외교·안보 영역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도 “진정한 안보는 전쟁 발발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데서 가능해진다”며 “무인기 침범 이후 연일 ‘확전 불사’를 외치는 윤 대통령에게 불안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 했다. 

▲ 경향신문 3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1면에 단독 기사를 실었다. 기사 ‘나사 빠진 軍수뇌 “용산 뚫렸다” 실토’는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領空)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가운데 1대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3㎞ 거리 상공까지 침투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며 “당초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의 용산 침투 가능성에 대해 “탐지된 것이 없다” “은평구 등 서울 북부 지역만 침범했다”면서 여러 차례 부인했다. 그러나 군과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을 한 결과, 북 무인기가 대통령실 인근까지 정찰 활동을 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이어지는 8면 기사 ‘尹 “北 또 침범땐 9·19합의 효력정지 검토’에서는 “북한이 군사 합의를 이미 깨버린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합의 폐기에 신중을 기해 왔다. 그러다 북한이 작년 하반기부터 도발 수위를 높이는 등 7차 핵실험 감행 가능성이 커지자 내부적으로 ‘핵실험 시 군사 합의 폐기’ 카드를 검토해 왔다”며 “그런 와중에 북한이 급기야 무인기 영공 침범으로 한국군의 안보 태세를 흔들고 민심 교란까지 도모하자 강수(强手)를 꺼내 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3면 기사 ‘북, 두달새 15회 일상적 도발…9·19합의 사실상 유명무실화’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합의 정지 검토를 지시한 것은 ‘한국만 일방적으로 합의를 지키며 안보 위협을 당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독트린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양상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가 자칫 파국으로 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타협과 절충의 공간을 남긴 것은 유연한 조치로 평가된다”며 “북한은 이번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말고 도발 자체를 단념하기 바란다”고 했다.

▲ 중앙일보 3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 “‘몰랐다’ 총체적 무책임만 보인 이태원 청문회”


4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활동 기한 종료를 사흘 앞두고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1차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는 지난해 10월29일 참사 초반 현장에 경찰이 2명 밖에 배치되지 않는 등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드러났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 ‘특수본 ‘윗선 무혐의’ 결론…법적·정치적 책임 다 피한 이상민‘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으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정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게 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법적 책임론’을 앞세워 이 장관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을 방어해왔는데, 이 장관이 법적 책임도 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4일 행정안전부,서울시에 대해 ‘혐의 없음’ 잠정결론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며 “법과 조례를 형사법적으로 좁고 기계적으로 해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달 넘게 끌어온 경찰 수사는 용산 경찰서장·구청장·소방서장과 간부들 처벌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집무실 압수수색도 못한 행안부·경찰 수장에겐 면죄부를 주고 꼬리만 자르는 경찰의 ‘셀프 수사’가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무적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묻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을 두둔·엄호하다 정무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혼동한 말”이라며 “정무적 책임은 대통령을 대신해 주무장관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159명이 억울하게 숨진 이태원 참사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 재난시스템 개선은 열 번의 외침보다 이 장관 문책이 더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4일 이태원 국정조사 첫 청문회는 국민 보호 임무를 방기한 공직자의 무책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중이거나 기소한 현장 책임자들은 형사처벌을 의식한 듯 책임을 부인했고, 컨트롤타워라 할 지휘부는 모르쇠였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도 상급기관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정부가 국민 목숨을 지키는 데에 실패하고도 ‘몰랐다’ ‘보고가 없었다’며 총체적 책임 회피만 내보인 꼴”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가 어제 열렸지만 여야 간 지루한 공방만 벌이다 끝났다”며 “여야 의원들은 참사 원인에 대한 속 시원한 규명에 실패했고, 증인들은 보고 체계와 지시 계통이 무너진 데 대해 “제 책임”이라고 하기는커녕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 “이젠 팩트체크도 문제 삼는 여당의 ‘쓴소리 봉쇄’ 시도”


한겨레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가 보수진영을 공격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두고 정부와 여당에 비판도 견제도 말라는 ‘노골적 압박’이라며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팩트체크 결과를 문제 삼으려면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를 지적하는 게 상식이거늘, 단순 숫자만 들이댔다. 대통령과 수석들의 발언이나 공식 발표자료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 ‘사실 아님’의 결론이 다수였다면 대통령실부터 돌아보는 게 정상적인 조직”이라며 “개별 언론사들이 각자 판단해 쓴 기사에 센터가 무슨 영향력을 행사한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박 의원은 ‘문화방송’(MBC)과 ‘오마이뉴스’ 기사들을 사례로 콕 찍었지만, 가입 언론사 중에는 이른바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신문사, 종편 채널 등도 있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박 의원은 “지극히 정치 편향적으로 운영된 팩트체크 사업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과할 사람은 ‘지극히 편향적인 사고’로 근거 없는 발언을 한 박 의원”이라며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건 늘 이런 식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성향 패널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한다고 ‘보수 참칭’ 패널이라며, 여야 균형을 맞춰달라고 방송사에 공문까지 보냈다. 겉으론 ‘균형’ 요구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에 비판도 견제도 말라는 ‘노골적 압박’임을 국민들이 모르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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