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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집요한 ‘삼성 맞춤형’ 핀셋 감세

최첨단 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대놓고 밀어주는 것”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1.02. ⓒ뉴시스
정부가 최첨단 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내비치자, 기획재정부가 뒤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혜택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법인세를 원하는 수준으로 낮추지 못한 윤 대통령이 집요하게 ‘재벌 감세’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5일 기재부에 따르면, 대기업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세액공제는 법인세를 정산할 때 투자 규모에 비례해 일부 세금을 빼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재부는 지난 3일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 기준 8%에서 15%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앞서 지난달 23일 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리도록 하는 정부 발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불과 10여일 만에 추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이번 추가 조치의 발단이 됐다. 그는 세액공제 확대 법안이 처리된 지 일주일만인 지난달 30일, 기재부를 향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발목잡기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법인세를 원하는 만큼 못 낮췄으니, 투자 세액공제로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게 윤 대통령 입장이다. 당초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p) 인하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 최고세율 3%p 인하는 과도하다는 비판에 부딪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자, 우회로를 모색한 셈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 감세에 대한 윤석열의 집요함이 도를 넘었다”며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극소수 재벌 대기업에 이익을 안겨주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야는 법인세와 투자 세액공제를 모두 고려해 합의점을 찾았다. 투자 세액공제를 늘리려면 법인세를 높여야 계산이 맞다. 법인세를 낮추지 못한 만큼 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겠다는 건, 국회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인세 1%p 인하를 전제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8%로 인상하는 건 마일드한 수준이었다”며 “어떻게든 재벌 대기업 감세를 목표 수준으로 달성하겠다는 맥락에서 이번 조치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달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통과를 추진할 방침이다.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

이번 세액공제 확대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삼성전자다. 국가전략기술은 37개 기술로 구성된다. 반도체 20개, 배터리 9개, 백신 7개 등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수조원대 세금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공제율이 15%일 때 삼성전자가 받는 세제 혜택 규모를 4조 7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 2021년 삼성전자의 기계장치 취득액 31조 5천억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값이다. 올해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리면 수치는 더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감면액은 1조 1천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이번 조치에는 투자 증가분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 방안도 담겼다. 직전 3년 평균 대비 투자 증가분의 10%를 세금에서 빼준다. 공제율이 최대 25%까지 높아지는 셈이다. 해당 내용까지 반영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제 혜택 예상 규모는 각각 최대 7조 9천억원, 1조 8천억원이다.

기재부는 실제 삼성전자의 세수 감소 규모가 예측치보다 작을 거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라고 해서 모든 기술이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 투자 가운데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된 것만 추리게 돼, 실제와 나라살림연구소가 제시한 규모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시설투자 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는 54조원 정도였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50조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전체 시설투자 규모 가운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토지와 건축물을 제외한 수치만 30조원 이상이다.

시설투자 대부분은 반도체 분야에 집중된다. 그중에서도 국내 평택공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평택공 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공급을 정면 돌파한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쳐왔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 초과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전망이다. 주요 수요처인 서버 고객사 재고가 쌓이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산업도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점쳐진다. 공급 과잉-수요 축소는 메모르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는 실적 약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감산 계획을 내놓은 이유다. 이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며 치킨게임에 나설 모양새를 보인다.

파운드리 투자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경기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보완할 대안으로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제시해왔다. 현재 이 분야 세계 1위는 대만의 TSMC다. 시장점유율을 보면, TSMC는 55%, 2위인 삼성전자 15% 수준이다. TSMC 추월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시설투자다. TSMC 생산능력(CAPA)은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280만장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100만장에도 크게 못 미친다.

세액공제는 투자 활성화 목적이라기보다는 삼성전자 지원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투자 판단에 세금 감면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다고 본다. 삼성전자 투자 규모를 예측할 때 조세 정책을 반영하는 증권사 보고서는 전무하다. 핵심은 시장 상황이다. 산업의 경쟁 구도, 공급과 수요, 경기와 금리 등이다. 세금을 깎아 기업 투자를 유인한다는 정부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얘기다. 감세는 기업이 투자할 때 현금 지출 부담을 줄여주기만 할 뿐이다.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의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2021년 말 관련 법안이 처음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본격 시행됐다. 지난해에 대한 법인세 신고는 올해 3월이 이뤄진다. 산업·기업별 투자 규모에 대한 자료도 안 나왔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전후의 투자 규모 변화 분석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장혜영 의원실 관계자는 “집계도 안 나왔고 효과 분석도 안 됐는데, 논거도 없이 세액공제를 확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인세를 논의할 때도 계속적으로 얘기했지만, 감세 정책이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데 대해 이론적 합의가 된 바 없다”며 “대기업이 많은 이윤을 내는 상황에서 세제 혜택이 투자를 촉진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수 감소는 확실한 반면, 투자 활성화 효과는 불확실하다”며 “위험을 떠안고 국가정책을 밀어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은 교수는 “세액공제 확대에 따른 기업 투자 활성화 효과는 의문”이라며 “특히 현금을 충분히 보유한 대기업의 투자 판단은 세제지원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액공제는 투자를 활성화한다기보다, 이미 투자 결정을 내린 기업에 대한 혜택 성격”이라며 “삼성전자 맞춤형 감세”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정부 세제 정책에 맞춰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정부가 삼성전자 투자 계획에 맞춰 세제지원을 퍼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2019.09.11. ⓒ뉴시스

중소기업 지원은 무늬뿐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는 지난해 말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대기업 공제율을 6%에서 8%로 인상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놨고,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20%로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기재위는 보고서에서 “현행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공제율도 다른 기술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이보다 더 인상하는 것은 재정 여건과 과세형평 등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과도한 세액공제 확대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각에서 미국과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수준이 낮아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수준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의 반도체 시설투자 공제율은 5%로, 현재 한국의 국가전략기술 공제율 8%보다 낮다.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는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부터 논란이 일었다. 해당 제도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인정되고 국민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정부가 특정하고, 다른 산업보다 더 큰 세제 혜택을 부여해 투자 활성화와 산업 자립을 이룬다는 취지다.

문제는 세제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국가전략기술은 최첨단 기술에 국한된다. 메모리 반도체 설계·생산 기술은 15나노 이하급 D램과 170단 이상 낸드플래시메모리로 제한되는데, 한국에서 해당 분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파운드리는 7나노 이하 기술만 포함되는데, 해당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DB하이텍은 90나노 이상 범용 반도체를 만든다.

2021년 말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도입 법안에 대한 기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제도 신설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 64.7%가 대기업에 쏠린다. 특히 이번에 세액공제가 확대되는 시설투자 경우 82.8%가 대기업 몫으로 분석됐다. 연구개발 분야의 대기업 비중은 52.7%로 나타났다. 기재위는 “대·중견·중소기업 간 공제율에 차이가 있지만, 투자 세액공제 세수 효과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시설투자는 적정 수준의 자본금이 있어야 해,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의 시설투자 비중이 연구·인력개발비 투자에 비해 높게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 방안에서 중소기업 투자에 대한 공제율을 16%에서 25%로 올리도록 해, 대기업 상향 폭보다 크게 잡기는 했다. 그러나 애초 국가전략기술을 다루는 중소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해, 공제율을 높여도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혜영 의원실 관계자는 “중소기업 세액공제는 숫자로 무늬만 낸 것”이라며 “국가전략기술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최첨단 산업만 모아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을 대놓고 밀어주는 것”이라며 “이름만 다른 법인세 감면”이라고 말했다.

굳이 국가전략기술에 대해서만 추가 지원을 해야 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정부는 신성장·원천기술 분야를 별도로 선정해 일반 분야보다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 기준 신성장·원천기술 공제율은 3%, 일반 기술은 1%다. 정부는 이번에 신성장·원천기술과 일반 기술 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신성장·원천기술은 11개 분야 223개 기술로 구성된다. 반도체·배터리·백신 관련 기술도 포함된다. 국가전략기술은 신성장·원천기술의 일부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만 모은 것이다.

정세은 교수는 “이미 투자 세액공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더 늘리는 건 과도하다”며 “최첨단 반도체가 탄소중립 등 여타 미래 핵심 기술보다 더 큰 혜택을 받아야 하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반도체가 수출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폄하할 건 아니다”라면서도 “최첨단 반도체 시설투자는 자동화 정도가 커, 고용 효과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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