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뒤에서 좌지우지한 CJ대한통운
그동안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등 노동조건을 조절하고 통제하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교섭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회피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대리점(점주)와 택배화물운송 위수탁계약을 맺고, 대리점으로 하여금 택배기사와 택배화물운송 재위탁계약을 체결하게끔 한다. 대리점 뒤에 숨어 ‘진짜 사장’으로서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택배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은 CJ대한통운의 필요에 따라 통제되고 있다. 택배기사들의 업무는 CJ대한통운의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택배를 배달하는 일이었고, 따라서 CJ대한통운이 구체적으로 설정한 업무매뉴얼에 따라 일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대리점주를 통해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했다. 대리점은 전국적 규모의 택배전산시스템을 통해 CJ대한통운에 노무제공 과정 전체를 보고했다. 운송장·바코드·요금정산내역·화물추적 시스템 등을 구비해 놓는가 하면, 도난·분실 근절 지침, 잡화금지·제한 상품 지침, 급지수수료 등 업무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택배기사들에게 지시했고, CS(고객만족) 지표를 통해 업무지침을 강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청 CJ대한통운은 “집배점 택배기사들과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므로 사용자가 아니다”, “교섭할 의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 사업주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것. 그러므로 “택배노조와 교섭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와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노조법 2조·3조의 개정”이 옳고 정당했음을 법원이 확인시켜준 셈이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등 교섭의 대상이 형식적인 계약관계인 대리점, 하청회사가 아닌 원청임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도 “하청 뒤에 숨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진짜 사장’의 부당노동행위에 경종을 울렸다”고 했다.
지난 6년 동안 부당노동행위를 강요당한 당사자, 택배노조도 이번 판결에 대해 “진짜 사장의 교섭 의무를 명시하는 노조법 2조, 3조 개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