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30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30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30일 오후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갖고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폭넓은 협의를 가졌지만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했다. 우리 정부는 고위급 협의와 피해자 설득작업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서민정 아태국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예정된 시간을 1시간 가량 넘겨 가며 약 3시간에 걸쳐 협의를 진행한 뒤 외교부 기자실에 들러 “이번 협의에서 나와 후나코시 국장은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한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번 국장 협의는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조속한 현안 해결 및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 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는 차원에서 개최된 것”이며, “앞으로도 고위급을 포함한 다양한 레벨에서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민정 아태국장은 30일 오후 외교부 기자실에서 한읠 국장급 협의 결과를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서민정 아태국장은 30일 오후 외교부 기자실에서 한읠 국장급 협의 결과를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외교부 관계자는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어떤 해법을 발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성의 있는 호응조치’이기 때문에 그것도 포함해서 핵심 쟁점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며 “상호 상당히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식의 차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포함해서 계속해서 외교 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에서 소송 원고인 피해자들의 ‘일본기업의 배상과 사과’ 요구에 대한 “사과와 기여 측면에서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일본 측에 촉구했고 “우리가 독자적 해법을 발표함에 있어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조치가 담보가 돼야 발표할 수 있다”고 못박은 바 있다.

이 당국자는 “정말 다양하게 폭넓은 이슈에 대해서 다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좁혀진 측면도 있지만 또 여러분들이 관심 가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좁혀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양국 간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이가 있고 격차가 있기 때문에 좀 더 논의돼야 될 상황”이라는 것.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전범기업의 직접 사죄와 일본 정부가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현했던 기존의 담화들을 재확인하는 방식이 있고, “크게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뉘고 그것을 토대로 계속해서 어떤 게 좋은지 계속해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방식 등이 일본 언론에서 사과의 해법으로 예시되고 있는데 대해서는 “일본 언론에서 미리 앞서나간 그런 보도 같다”고 일단 부인했다.

고위급 교류에 대해서는 “우리가 익히 알듯이 국장급 협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더 무거운 이슈가 있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협의가 가속화되고 이렇게 폭넓게 협의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고위급 협의도 필요하겠다는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협의 마무리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고위급에서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수출규제 완화는 오늘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확인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이 합의에 의해 도출되면 수출규제 완화 등은 자연스럽게 같이 논의되는 사안이라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는 서로 얘기하지 않았다”며 일본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진 등은 다루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오늘 협의 책임자들이 양국 현안을 다루는 실무부서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대면협의에서 이 문제들을 다루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원고측 피해 당사자나 유족들과의 직접 접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해법에 대한 사전 설득 작업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일부 유족의 경우 조속한 금전적 보상에 관심이 있는 경우도 있어 외교부가 원고측을 ‘갈라치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지금 결론을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이것은 더 고위급 협의를 해봐야 되겠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아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결국 국장급 협의에서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사과와 배상 원칙을 제시하고 고위급 협의에서 정치적으로 타결짓고 이 과정을 피해자들에게 양해받는 프로세스로 보인다.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전체적인 그림’을 고려해 고위급 협의에서 ‘사과와 배상’ 원칙의 일정 부분을 양보하고 피해자들을 설득해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전체적인 그림’에는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조속한 현안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하며 한일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한일 국장급 협의 다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근 숨가쁜 행보로 보아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고측과의 접촉과 한일 고위급 협의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일행이 협의를 마치고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일행이 협의를 마치고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후나코시 다케히로 국장은 협의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하고 "수고한다"는 인사말만 남긴 채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후나코시 다케히로 국장은 협의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하고 "수고한다"는 인사말만 남긴 채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일본 관계자는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동자 문제에 대한 법률적 문제, 기술적 문제를 포함해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국장 협의이고 정치적 협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역시 ‘고위급 정치적 협의’에서 양보받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이 일본 당국자는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윤 정권이 특히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로서도 1965년 수교 이래의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건전한 관계로 돌아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기존입장을 고수하는 태도를 내비쳤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한일 국장급 협의가 한창인 30일 오후 3시 30분부터 외교부 앞에서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 국장급협의 일정이 알려진 지난 28일 외교부 앞에서 ‘2차 외교부 항의행동 - 윤석열 강제동원 굴욕해법 폐기! 시민대회’를 개최했던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한일 국장급 협의가 한창인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외교부 앞에서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정은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사무국장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삶을 다 바쳐 쟁취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고 강제동원이 반인도적 불법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 역사적인 판결이었다”며 “외교부는 대법원의 현금화를 미뤄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조차 뚜렷한 이유 없이 가로 막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2015년 한일합의를 강행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에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받을 때까지 피해자들과 함께 굳건히 손 잡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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