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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 면직‧MBC 압수수색… 경향 “MB정부와 흡사, 윤 대통령 흑역사될 것”

  •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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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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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尹 방통위원장 면직, 경찰 MBC 압수수색 시도

압색 당한 ‘바이든‧날리면’ 보도 기자… 한겨레 “MBC 보복수사 논란”

보수신문은 위원장 면직 정치면, MBC 압색 사회면으로 분리 보도

선관위, ‘특혜 채용’ 의심사례만 10명 넘어 “검찰수사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 처리하고 같은 날 경찰이 MBC 보도국을 압수수색 시도한 것을 놓고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비판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 두 사건을 연결해 ‘보복수사’, ‘언론탄압’ 등의 키워드로 1, 2면에 상세히 보도했지만 보수신문은 두 사건을 분리해 방통위원장 면직은 정치면, MBC 압수수색은 사회면으로 나눠 간단하게 다뤘다.

▲ 31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31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30일 임기를 두 달 남겨둔 채 면직됐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중대범죄를 저질러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땡전뉴스’에 이은 ‘땡윤뉴스’를 만들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찰은 30일 MBC 임아무개 기자의 자택, 국회사무처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MBC 보도국을 압수수색 시도했으나 구성원 대치 끝에 압수할 물품이 없다며 철수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 <한상혁 날린 윤 정부, 방송 장악 노골화> 기사와 <같은 날 경찰은 MBC 보도국 압수수색> 기사를 연이어 배치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임아무개 기자는 윤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비속어 논란을 보도해 국민의힘으로부터 고발 당한 기자다. 압수수색에 ‘보복 수사’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한겨레는 2면 <‘바이든‧날리면’ 미운털 뽑기? MBC 기자 보복수사 논란> 기사에서 “기자의 고위공직자 검증자료 공유 행위를 문제 삼는 건 ‘과잉 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경찰은 임 기자가 메신저로 열린공감TV 측에 국회 인사청문 제출 자료를 건넸다고 보고 있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형식적 법 위반은 될지 몰라도, 인사청문 자료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예상하는 범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언론의 위치를 생각하면 정상적 언론활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 31일자 한겨레 2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에 국회·언론 압수수색, 도 넘었다>에서 “인사청문회 자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청문회 직전에 해당 부처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면 의원실 등을 통해 국회 출입 기자들이 이를 입수하는 것이 관례적”이라며 “지금까지 후보자 쪽이 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었다. 언론사가 이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은 공직 후보자 검증을 위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언론의 공직자 검증 기능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 경찰이 이날 국회사무처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 ‘대언론 협조’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경찰이 한 장관의 개인정보 자료를 찾겠다고 곧바로 엠비시 뉴스룸을 압수수색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경찰이 한 장관의 개인정보 자료를 찾겠다고 곧바로 엠비시 뉴스룸을 압수수색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MBC 노조 입장문을 인용했다.

경향신문은 2면 <여권, 대통령 ‘비속어’ 보도 이후 대놓고 공영방송 때리기> 기사에서 KBS 사례까지 포함해 여권의 공영방송 공세를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민주노총 집회 관련 녹화 영상을 교체한 것을 놓고 KBS에 “엽기적인 조작방송”이라 비판했고, 지난달에는 대통령실이 KBS에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최근의 사태는 독립성이 부족한 우리 언론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치 권력이 공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해관계만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31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 31일자 경향신문 2면 사진기사.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이명박 정부 때의 방송 장악 논란과 양상이 비슷하다는 비판이다. 경향신문은 3면 <MB 때처럼… 여권, 총선 앞두고 ‘방송계 물갈이’ 시동> 기사를 내고 “방통위원장 교체는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공영방송 경영진을 여권 성향 인물들로 바꾸기 위한 첫 관문”이라며 “언론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움직임이 이명박 정부 때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멘토인 최시중씨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했고, KBS·MBC·YTN 사장에 자신의 측근들을 앉혔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 등이 거세게 반발했고, 대대적인 해직과 징계 등이 이뤄지는 등 언론 자유의 암흑기로 불렸다”고 했다. 이어 “후임 방통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 등을 지낸 인물”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방송 독립성과 연결돼 법적으로 독립 운영이 인정된 협의제 기구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오는 7월에 임기가 끝나는 국무위원을 검찰 기소만으로 조기 면직한 것은 방통위 독립성을 명백히 훼손한 처사”라며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방송을 통치수단으로 삼아 길들이고, 여론을 조작하고, 방송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어떤 정부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단연코, 한 위원장 면직은 윤 대통령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하면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연결해 보도한 신문은 없었다. 대부분은 한 위원장 면직 사태를 정치면에, 경찰의 MBC 압수수색 시도를 사회면에 분리해 실었다. 정치면은 6면, 사회면은 12면으로 나뉘는 식이었다.

▲ 31일자 아침신문 1면.

선관위, ‘아빠 찬스’ 의심사례만 10명 넘어 “검찰수사 불가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사례가 기존에 알려진 6건 외에도 5건이 추가로 나오면서 언론의 비판도 거세졌다. ‘아빠 찬스’, ‘견제 무풍지대’ 등의 단어와 함께 동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이 1면에 선관위를 겨냥한 기사를 배치했다. 하지만 동시에 여권의 공세가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 31일자 서울신문 1면 기사.

선관위는 고위 간부 자녀들이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되고, 빠르게 승진하는 등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면접 과정에서 해당 간부 동료로부터 자녀가 최고점을 받았다거나, 애초부터 내정됐다는 주장들이 나왔고, 고위 간부 6명을 넘어 내부 전수조사에서 선관위 4·5급 공무원의 가족이 선관위에 근무하는 5건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의심사례는 10명을 넘어섰다.

한국일보는 사설 <특혜 채용 의혹 확산…선관위, 검찰수사 불가피하다>에서 “헌법상 독립기관이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것인데 이는 국민을 배신한 행위인 만큼 검찰수사로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안 그래도 선관위는 2020년 총선 때 친여 편향 선거관리 비판이 제기됐고, 지난해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함’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내부 부패까지 겹친 선관위라면 내년 총선 과정과 결과에 공신력이 실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수조사와는 별개로 외부감시와 견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거나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바꾸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시급히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 31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도 사설 <‘자녀 특혜 채용’ 선관위, 감사원 감사·검찰 수사 이뤄져야>에서 “선관위의 자녀 특혜 채용 수법은 비슷하다. 채용 공고 없이 경력직을 뽑았고 심사위원으로 나선 선관위 직원들은 동료 직원이나 상사의 자녀에게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주는 식”이라며 “감사원은 즉각 선관위에 대한 특별 감사에 착수하고, 불법 여부가 드러나는 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정치권의 공세가 선관위의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여권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노태악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야권에선 총선을 11개월 앞두고 ‘선관위 장악’을 위한 정치 공세라고 맞서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선관위 ‘특혜 채용’ 엄정조처하되, 정치 중립 훼손 안돼>에서 “이번 선관위 사례는 독립기관이라는 위상을 방패 삼아 제대로 된 견제 장치를 두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도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생명인 선관위가 이번 사태로 정치적 분란에 휩쓸려선 안 된다. (중략) 선관위는 스스로 엄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필요하다면 관련자에 대한 수사도 의뢰해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성마저 훼손당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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