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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아내, 지옥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해외입양인 남편의 편지

신광복 해외입양인의 남편  |  기사입력 2023.07.08. 12:59:57

 

노르웨이로 입양 간 잉거-톤 유랜드 신(INGER-TONE UELAND SHIN, 신광복과 결혼하고서 성을 SHIN으로 바꿈)의 남편 신광복이라고 합니다. 아내의 한국이름은 김정아(金貞娥)였습니다.

 

2019년 노르웨이 브뤼네(BRYNE)라는 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노르웨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내는 1964년생이고요 1966년에 경기도 안양의 <안양의 집>이라는 보육원에 입소를 하였고요 1978년 3월까지 지내다가 노르웨이로 입양을 갔습니다.

 

당시 노르웨이에서 입양부모의 자격을 2번이나 거절당했던 이 부부가 어떻게 입양부모의 자격을 받게 되었는지는 의심이 충분히 갑니다. 각각 55세, 54세이던 양부모는 입양아인 아내와 나이 차이가 무려 41살이나 차이가 나는데도 입양부모로 자격이 통과된 것 역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내는 경기도 안양의 삼성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근명여자중학교(나중에 근명중,고등학교로 변경)를 1주일 정도 다녔다고 합니다.
▲입양될 당시 아내 김정아(한국 이름) 씨의 모습. ⓒ필자 제공

 

우리 부부는 2023년 5월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삼성초등학교에서 생활기록부와 졸업증명서를 근명여자중학교에서는 정원 외 관리증명서를 떼어왔습니다. 

 

만 13세에 노르웨이로 입양 간 아내의 삶은 지옥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마음과 인정을 전혀 갖지 못한 입양부모는 한국에서 데리고 온 아내에게 사랑과 교육에 관심을 두기는커녕, 아내는 양부로부터 성폭행과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 사실을 안 양모는 그때부터 남편의 범죄를 인정하지는 않고 아내를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집안일을 강요받았고 집안일을 해야만 했고 인격체로 존중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에 가면 알아듣지 못하는 노르웨이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잠을 많이 잤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해보면은 저 입양부부는 아시아에서 소녀를 입양해 성폭행, 성추행과 집안일을 시키려는 의도로 입양했다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부부가 외출을 하고 밤늦게 돌아오면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는 집 열쇠가 없어서 문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열쇠조차도 주지 않은 양부모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알지 못하지만 아내는 입양 부모를 바꿔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대상이 노르웨이 경찰서인지, 당시에 살던 지역시청인지, 한국대사관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부모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 홀트아동복지회, 노르웨이 정부, 노르웨이 입양기관, 노르웨이 시청 등 어느 한 곳도 아내에 대한 관리감독과 염려나 보살핌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입양 가정에 배치된 후 사후 모니터링에 실패한 결과로 인한 잉거-톤 U. Shin 씨에 대한 보상 책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노르웨이 지방 정부 문서. ⓒ 필자 제공

 

제가 입장을 바꿔 아내였더라면, 이 지구에서 생존하지 않을 것이거나 감옥에서 무기징역을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을 보면 노르웨이로 입양 와서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잘 살고 있는 입양인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는 너무 다른 세상입니다. 

 

아내는 자신에겐 고향인 <안양의집>보육원에 3번을 다녀왔습니다. 부모님과 누이와 형과 같이 자라온 나는 보육원에 가보는 것이 처음이었고요. 아내는 <안양의집>에 대한 기억이 좋았습니다. 13살 나이에 입양을 보낼 때 아내의 의사를 심각하게 물어보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누군가가 입양을 한다니까 노르웨이에 가서 잘 살라는 마음으로 보육원에서는 떠나보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합니다. 

 

아내는 어릴 적에 같이 보육원에서 지냈던 한 언니를 만났고, 우리 부부와 그 언니는 지금도 카카오톡을 이용해 대화를 자주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는 2023년 1월에도 한국에 와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를 방문해 5시간가량 조사원들과 통역을 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조사를 받았습니다. 

 

아내를 포함해 한국 출신이면서 해외에 살고 있는 많은 입양인들의 바람은 진상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잘못을 했으면 이유를 들어보고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아직까지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 등 그 어느 누구도 본인의 의사가 없이 해외로 입양된 입양인들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입양인들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지 않죠. 우리들의 이웃입니다. 아내를 만나서 결혼을 한 뒤로는 저는 입양인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과거의 진상규명을 들을 수 있고 입양인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입양인은 우리의 가족이며 이웃입니다. 

 

▲이 글을 쓴 신광복 씨와 부인 김정아 씨. ⓒ필자 제공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 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 8일 추가로 237명에 대한 조사 개시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만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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