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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만든 장본인 재공천한 국민의힘...“국민과 영구이별”

여권 일각에서도 “윤석열의, 윤석열에 의한, 윤석열을 위한 정당으로 변질”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경선 결과 발표에서 후보자로 확정된 후 두 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9.17 ⓒ뉴스1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최종후보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선출됐다. 강서구가 40억 원에 이르는 혈세로 이번에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를 치르게 된 이유는 김 전 구청장에 대한 유죄 판결 때문인데, 국민의힘이 김 전 구청장을 다시 후보로 내세운 것이다. 이에 “보궐선거를 만든 장본인을 재공천하는 일은 전무후무하다”는 야권의 비판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국민과 영구이별하는 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7일 국회에서 이 같은 경선결과를 발표했다.

이철규 공관위원장은 “세부 득표율은 발표하지 않고 최종 후보자 명만 발표하겠다”라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최종 후보자는 김태우 후보자로 선출됐다”라고 밝혔다. 김태우 후보는 고도제한 규제 철폐 등 공약을 제시하며 “반드시 당선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법원 “범행 동기가 좋지 않다”
1·2심, 대법 모두 유죄판결
보궐, 지방선거 때부터 예견된 일

 
(김태후 후보 자료사진) 2019년 1월 21일 전 청와대 감찰반원인 김태우 검찰수사관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철수 기자


검찰 수사관이었던 김태우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여러 ‘비위 의혹’이 불거져 검찰로 복귀해야 했고, 감찰을 받았다.
 
위기에 몰리자, 김 후보는 “여권인사 비위 첩보를 보고했다가 쫓겨났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검 감찰본부는 2018년 12월 26일 감찰위원회 권고에 따라 김 후보에 대한 해임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당시 김 후보의 비위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① 특혜성 임용을 도모하다 특별감찰반장의 제지로 무산된 점 ② 한 건설업자로부터 사건 무마 청탁을 받고 실제 경찰청 특수수사과장과 만나 수사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는 점 ③ 해당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5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와 같은 향응을 수수한 점 ④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시절 첩보 활동을 외부에 유출한 점 등이다. 향응을 받은 행위는 회당 향응 수수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김 후보에 대한 검찰수사도 이루어졌다. 김 후보는 특별감찰반 시절 습득한 여권 비위 의혹을 언론에 흘린 것에 대해 “공익신고”라고 주장했지만, 수원지검 형사1부는 2019년 4월 25일 김 후보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이후 1심은 ①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금품수수 관련 동향 ② 한국도시철도공단 이사장 공모 검증 관련 보고 ③ 2018년 10월경 촬영한 동향폴더 내 첩보보고서 107건 목록 ④ 공항철도 비리 관련 문건 등을 외부로 유출한 행위에 대해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후보는 곧바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감찰 절차가 진행될 때 김 후보가 폭로를 시작했다는 점 등을 두고 “범행 동기가 좋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 5월 18일 대법원도 1·2심과 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김 후보는 강서구청장직을 잃었다.

지방선거 이전에 이미 1심에서 유죄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김 전 구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던 것이다.
 

사면설 “법치주의 유린” 경고에도
대법판결 3개월 만에 특별사면

 
(자료사진) 김태우 후보가 지난 2022년 4월 5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김태우 후보 페이스북

1·2심과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 확정판결 3개월 만인 올해 8월 15일 그를 특별사면했다. 이에 따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가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김 후보는 사면되고 3일 만인 8월 18일 강서구청장 예비후보 등록을 완료한 뒤, 곧바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김 후보에 대한 사면설은 8.15 특별사면 발표 이전부터 나왔다. 정말로 김 후보를 특별사면한다면 “대법원판결을 부인하는 행위”이자 “법치주의 유린”이 될 것이라는 야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경선’을 통해 보궐선거 최종후보를 뽑는 절차를 밟긴 했으나,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윤 대통령이 보궐선거 이전에 그를 특별사면했다는 점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읽히기 때문이다. 인지도 측면에서도 다른 경쟁 후보보다 김 후보가 압도적이기에, 이번 경선은 사실상 요식행위였다.

이 같은 경선 결과에 따라,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치르는 선거가 됐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여당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치르는 보궐선거가 된 것이다.
 

여권서도 “국민의힘, 국민과 영구이별”
민주당 “윤석열 법치주의의 파산신청”
정의당 “과거 독재정권의 망령 되살아나”
진보당 “강서구민에 대한 우롱”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 페이스북

국민의힘 경선결과 발표에,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탄식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인규 국민의힘 전 상근부대변인은 17일 페이스북에 탄식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김 후보에 대한 사면·복권이 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이제 국민의힘은 국민과는 영구이별하는 길을 선택했다. 대통령이 ‘쥐약먹은 놈들’이라 폄하한 녹취가 나와도 어느 누구 하나 반발하지 못하는 죽은 정당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천권이 이미 용산에 예속된 마당에 총선은 볼 것도 없다”며 “윤석열의, 윤석열에 의한, 윤석열을 위한 정당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등에서도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 측은 “윤심을 등에 업고 민심을 꺾어보겠다는 오만과 오기의 공천은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능멸이자 윤석열 법치주의의 파산신청”이라고 비판했다. 권수정 정의당 강서구청장 후보 측은 ‘당 소속 공직자에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언급하며 “입맛에 따라 당헌당규를 취사선택하고 있으니 법을 뜯어고쳐 독재를 일삼던 과거 정권이 망령이 되살아난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 측도 “김 후보는 공익신고자가 아니라 범죄자”라며 “무책임과 몰염치의 극치이며, 강서구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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