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역대급 세수 펑크 대책에 ‘돌려막기’ 비판 나오는 이유

환율 안정화 자금 전용에 ‘원칙 위반’ 비판 제기…지자체 사업 축소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내수활성화 대책 추진방향 및 주요과제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다. 2023.03.29. ⓒ뉴시스
정부의 세수 추계 오차로 59조원의 펑크가 발생했다. 국채를 발행해 결손을 메우는 게 순리지만, 정부는 다른 방안을 내놓았다. 환율 안정화에 써야 할 돈을 끌어다 쓴다. 나랏돈은 꼬리표에 써진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는 재정 운영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정부에 보내야 할 돈도 깎는다. 여윳돈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기획재정부는 18일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을 통해, 올해 국세수입이 341조 4천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추산한 국세수입은 400조 5천억원으로, 이번 발표로 59조 1천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공식화된 셈이다.

문제는 세수 펑크를 어떻게 메우느냐다. 정부는 대규모 결손에도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법인세 인하와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재벌 감세를 강행하면서도 빚은 내지 않겠다는 모순된 행태다.

세수 결손에 대한 정공법인 국채 발행을 거부하면서 꼼수가 동원된다. 올해 세수 결손 가운데 중앙정부가 충당해야 할 금액은 약 60%에 해당하는 36조원이다. 국세수입 중 40%는 지방으로 교부돼, 지방정부가 충당해야 하는 결손금은 23조원 수준이다.

중앙정부의 세수 결손 충당 방안을 보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활용해 20조원을 충당한다. 기재부가 68개 기금 가운데 돈이 나올 수 있는 기금을 찾아 지목한 것이다. 자금 조달 방안을 보면, 외평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린 돈을 조기상환하고, 공자기금으로 들어온 돈을 일반회계로 전환해 쓴다. ‘공공기금의 저수지’로 불리는 공자기금은 여러 기금의 자금을 통합관리하는 계정이다. 각 기금에서 여윳돈을 전입된 재원을 예산이 필요한 회계와 기금에 전출한다.
이번 외평기금의 조기상환이 당초 기금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외평기금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를 사들이고, 환율이 내리면 달러를 사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외평기금 운영은 외화 관리 정책하에서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최근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화가 상당 규모 쌓여 있어, 부채를 조기상환 해 이자 부담을 덜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 설명을 액면가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채 발행 없이 세수 결손을 때우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외평기금의 규모를 조절하는 건 외화 정책의 일환으로 이뤄져야지, 정치적 목적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며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 위한 방법론 차원에서 외평기금의 조기상환을 추진한다는 신호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주게 되면, 누가 정부의 외화 관리를 믿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세수 결손 충당 방안이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우회하는 행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는 공자기금이 국채를 발행해 일반회계 적자를 보전하는데, 정부는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에 상환한 돈을 일반회계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외평기금 상환금은 국회에서 승인한 국채 발행 상한액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공자기금이 국채를 발행해 일반회계에 돈을 빌려주는 게 원칙”이라면서 “이런 방법(외평기금 상환액→공자기금→일반회계)은 국회가 정한 국채 발행 한도액을 벗어나는 꼼수”라고 말했다.

 

 

 

2023 회계·기금 간 내부거래 ⓒ한국재정정보원

지방정부로 보내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결손에 대한 정부 대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내국세의 약 19%는 지방교부세, 약 21%는 교육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보내진다. 정부 세수 결손으로 지방정부에 보내는 지방교부세가 부족할 때는 국채를 발행해 일단 예산대로 교부하는 게 통상적인 재정 운용이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르면, 국세가 덜 걷혔을 경우 해당 결손금은 2년 뒤까지만 정산하면 된다. 올해 세수 결손이 발생했더라도, 추경을 통해 지방정부에 본예산대로 교부세를 내리고, 추후에 반영하면 된다는 얘기다. 지난 2014년 예산 계상 조항이 신설된 이후로, 세수 결손을 2년 뒤 반영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지방정부 재정이 매년 들쑥날쑥하지 않도록 평탄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덜 보내니까 지방정부 결손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국채를 발행해 지방정부에 돈을 주는 게 정상적인 대응”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행법에 따르면, 내국세 감소에 따른 교부세 결손은 당해 반영할 수도 있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 반영할 수 있다”면서 “지방정부 재정이 결손 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놔두고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건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의 평탄화와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면, 결국 재정의 지속성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국채 발행이라는 지표를 중시하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정작 중요한 재정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가용 수단을 외면하고 지방정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지자체 자체 재원을 활용해 세수 결손을 보전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정부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총 34조원이 적립돼 있다고 전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거둬들인 세금에서 지출 금액과 중앙정부에 반납할 금액을 빼고도 남는 돈을 적립하는 계정이다.

지방정부마다 재정 상황이 제각각이라는 게 맹점이다. 한순기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중 사용 가능 금액을 13조 6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도, 지자체별 현황은 제시하지 못했다. 여윳돈이 없는 지자체는 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방교부세를 급격하게 깎으면 감액 추경을 하거나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지자체가 생길 수 있다”면서 “법적 의무 지출 외 공공서비스가 축소되는 등 주민들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 조한무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