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생사를 알 수 없던 행방불명 4·3희생자의 신원을 74년 만에 대전 골령골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외 지역에서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이 처음일 뿐만 아니라,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에서도 신원이 확인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도외지역 발굴유해 4·3희생자 유전자 감식’ 1차 시범사업으로 골령골에서 발굴된 1,441구의 유해 중 유전자 감식을 실시한 70구 중 1구이다.

신원이 확인된 이는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의 고(故) 김한홍 씨로, 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말 군에 와서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소문에 자수하고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아무런 소식을 알 수 없게 됐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수형인 명부에는 희생자가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등재돼 있다.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이곳에서 수습한 유해 중 1구에서 신원이 확인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이곳에서 수습한 유해 중 1구에서 신원이 확인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1,441구를 비롯해 3,935구(2023년 9월 22일 기준)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세종 추모의 집. 한국전쟁 전후로 희생된 민간인 유해는 세종 추모의 집 2층에 봉안되어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1,441구를 비롯해 3,935구(2023년 9월 22일 기준)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세종 추모의 집. 한국전쟁 전후로 희생된 민간인 유해는 세종 추모의 집 2층에 봉안되어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유해는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발굴돼, 현재 한국전쟁 전후로 희생된 민간인 유해가 임시 봉안되어 있는 ‘세종추모의집’에 안치돼 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영문도 모른 채 타지에서 74년 간 잠들어 있던 희생자를 최고의 예우로 고향으로 맞이할 계획이다.

희생자의 유해는 10월 4일 유가족,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인계 절차를 거쳐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유족회 주관으로 제례를 진행한 후 화장해 10월 5일 항공기를 통해 제주로 봉환할 예정이다.

희생자 유해를 고향으로 봉환하는 현장에서 유가족 및 오영훈 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직접 맞이하고, 이후 유해 봉환식을 거행한다. 이어 희생자를 위령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신원확인 보고회를 같은 날 개최할 예정이다.

‘세종추모의집’ 2층에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공간. 이곳에는 2007년, 2015년, 2020~2022년 동안 발굴된 1,441구의 유해와 유품들이 안치되어 있다. 오른편 종이 상자에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가 보관되어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세종추모의집’ 2층에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공간. 이곳에는 2007년, 2015년, 2020~2022년 동안 발굴된 1,441구의 유해와 유품들이 안치되어 있다. 오른편 종이 상자에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가 보관되어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가 보관되어 있는 상자. 2021년 골령골 A구역 도랑에서 발굴된 오른쪽 허벅지 뼈에서 유해 시료를 채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가 보관되어 있는 상자. 2021년 골령골 A구역 도랑에서 발굴된 오른쪽 허벅지 뼈에서 유해 시료를 채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과 제주4·3 유해 발굴 및 유전자 감식사업과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는데, 이번에 도외지역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의 신원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돼 무척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지역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뿐만 아니라 광주, 전주, 김천 등 도외 행방불명인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사업도 타 지자체 등과 협업을 통해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제주도 내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413구가 발굴돼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이번 도외지역 유해 1구의 신원이 확인됨에 따라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희생자는 총 142명이 되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4·3희생자 유전자 감식사업은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서도 지난 9월초부터 유전자 감식사업에 들어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세종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3,900여 구의 유해 중 대전 골령골 희생자 유해를 포함해 시료 채취가 용이한 2,000구를 대상으로 유해 시료 채취를 진행중에 있으며, 이어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료 채취와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두 자료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이후를 대비해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진실화해위원회와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협업을 통해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해 행방불명 4·3희생자를 포함한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공동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유전자 감식을 위해 채취한 유해 시료들. 진실화해위원회는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된 유해 중 2,000구를 대상으로 유해 시료 채취를 진행 중에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유전자 감식을 위해 채취한 유해 시료들. 진실화해위원회는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된 유해 중 2,000구를 대상으로 유해 시료 채취를 진행 중에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회 안기택 위원장은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 신원을 확인한 것은 유족회 위원장으로서 반가운 일”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행방불명인의 신원인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 회장도 “이렇게 한분이라도 신원이 확인돼서 다행”이라며, “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전미경 회장은 “피학살자 가족이 살아생전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며, “유전자 감식이 늦어지는 동안에도 많은 피학살자 가족들이 돌아가시고 계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유전자 감식을 철저히 해서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더 많은 분들의 신원이 확인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유전자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고 김한홍씨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해 확인을 하지 못한 채 지난 2020년에 사망했다. 하지만 다행히 생전에 채혈을 통해 DNA 데이터를 남겨 놓았기 때문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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