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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무상보육 공약도 파기…박원순 "절망 느껴"

박근혜, 무상보육 공약도 파기…박원순 "절망 느껴"

국고 보조율 10%p만 인상…지자체 "부담 떠넘기기" 부글부글

남빛나라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26 오전 7:46:20

 

박근혜 정부가 첫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재원 등을 조달해야 하는 지자체는 예산 고갈을 호소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육 대란'과 관련해 총대를 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자체장들과 복지 공약 대폭 후퇴 논란을 빚고 있는 박근혜 정부간 '총성 없는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기획재정부는 26일 357조 7000억 원의 2014년 예산안을 종합 발표했다. 예산안에 포함된 정부의 지방 재정 강화안은 △영유아보육료 국비 지원 확대를 위한 국고보조율 10%포인트 인상 △지방소비세 전환율 확대(2013년 5%→2014년 8%→2015년 11%)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25일 성명을 내고 지자체의 현실을 무시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예산안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님!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하셨던 그 약속, 꼭 지켜주십시오"라는 취지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복지 예산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화해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에 대한 정부의 '화답'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부담은 지자체가 떠안는 구조를 상쇄하는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특히 서울시는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불통의 벽"으로 표현하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 박원순 시장이 5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상보육예산관련 서울시 입장 및 대책을 발표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정부 예산안에는 지자체의 무상보육 대책이 없다

가장 큰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무상보육 부분이다.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대로 국고보조율을 20%포인트 올려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불발됐고, 지난 3월 1일, 지자체의 재원 고갈에 대한 아무 대책 없이 0~5세 무상보육 정책이 전면 시행됐다.

서울시는 정부가 국고보조율을 10%포인트 인상한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시적으로 이뤄졌던 정부 추가 지원금(서울시 1423억 원)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는 3월부터 무상보육이 시행됐지만, 내년에는 1월부터 시행된다. 총비용은 1조 1654억 원으로, 2개월분의 예산이 추가로 늘어난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시 부담 비용의 경우 금년 대비 1000억 원, 무상보육 시행 전보다는 3257억 원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시는 5일,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지방채 2000억 원을 발행키로 했다. 최후의 수단을 쓴 것이다.

지자체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재원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서울시의 재원 부담률은 80%로 다른 지자체에 비해 유독 부담률이 높다. 게다가 무상보육 대상자로 새로 편입된 소득 상위 30% 계층은 서울시에 밀집돼있다. 서울시는 "올해 뼈를 깎는 마음으로 빚을 내는 결단까지 했는데, 정부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 정부의 어려움엔 눈 막고, 귀 막은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실제로 "보육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1월 13일.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던 박근혜 대통령은 무상보육 대란이 벌어지는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울시는 이어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정부의 합리적이고 슬기로운 대답을 끝까지 기다렸음에도 돌아온 것은 너무도 높고 단단한 불통의 벽이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방 자치단체의 일관된 목소리에 귀를 막고, 협의를 거부하는 정부의 태도에 절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2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발표된 예산안을 보니 서울시가 굉장히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며 "올해는 3월부터 무상보육이 시작됐지만 내년은 1월 1일부터라서 1000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편성 제출이 11월이니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다"며 "그때까지 상황을 보면서, 국고보조율 20%포인트 인상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실망스러운 대책을 내놓은 만큼 방법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통과되는 것밖에 없다. 법안 처리를 위해 새누리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무상보육 약 3257억 원과 현재 발표를 앞두고 있는 기초연금제 도입 시 지방비 부담이 2배 늘어날 것이라는 언론 보도처럼 서울시 부담이 추가로 2000억 원이 늘어난다면 경기침체로 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감당이 가능하겠느냐"며 "지방재정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영유아보육법은 여야 만장일치로 상임위에서 통과된 내용이니 반드시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상징적 인물로 부상한 박 시장과 서울시장을 탈환하려는 새누리당간 '전선'은 더욱 분명해졌다. 새누리당은 현 사태와 관련된 문제를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의 책임으로 돌려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서울시가 무상보육 대란을 조장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지난달 23일, 서울시의 무상보육 광고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박 시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었다.
 

지방소비세, 기초연금은 어쩌나

2015년까지 6%포인트 인상되는 지방소비세 전환율에 대해서도 불만이 거세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김관용 경북지사)는 25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2009년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면서 2013년 현행 지방소비세 5%를 10%로 인상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했다"며 "취득세 감소분 보전을 위한 지방소비세 6%포인트와 2009년 약속한 5%포인트를 합해 총 11%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초연금 역시 지자체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10만∼20만 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여기에 국비는 5조 2000억 원, 지방비는 1조 8000억 원(내년 기준)이 소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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