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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사태, 공작정치 냄새가 짙다"

[남재희 인터뷰]<7> "朴대통령, 권모술수 버리고 덕치의 외피를 입어라"

임경구 기자,이재호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27 오전 8:16:17

 

 

트라우마일까? 아니면 고도의 정치 전략? 복지 공약 후퇴 논란에도 '증세 없는 복지'를 부여잡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알 길 없는 속내를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두 갈래로 살폈다.

먼저 트라우마. 1977년 박정희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신설했다. 그에 대한 조세저항은 이듬해 총선에서 공화당의 패배로 이어져 박정희 정부 몰락의 도화선이 됐다. 남 전 장관은 "세제 문제를 잘못 다뤄 박정희 정권도 몰락을 했는데, 이번에도 증세를 잘못 다루면 내년 지방선거 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증세에 대해 엄청난 알레르기 증상이 그런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정치 전략. 남 전 장관은 "야당과 국민 여론이 증세로 기울면 그 때 국민의 반발 없이 증세로 돌아가서 복지를 하겠다는, 그런 정략적 차원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야당과 언론이 증세론을 키우고 그에 따라 국민여론이 숙성하면 정치적 위험부담이 큰 증세를 비교적 안전하게 추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증세에 대한 대국민 교육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의 속내가 후자 쪽이라면 그나마 솔깃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까. 하지만 이상한 대목이 있다. 박 대통령이 증세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상식적으로 첫 단추가 돼야 할 대기업들의 법인세 인상에는 왜 그리 완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을까? 남 전 장관은 "그렇게 되면 저항이 생긴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낮춘 것은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 증세를 하려면 먼저 상층에 대한 증세로 가야 한다. 논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 전 장관은 "복지 문제를 경제가 어렵다고 연기하면 하층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경기가 안 좋다고 복지를 미룬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에 대해선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냐"고 되물었다. 남 전 장관은 "혼외 아들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는 매우 부차적인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전개되는 과정에 너무 공작정치적인 냄새가 짙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간 것은 그 사안을 고발하고 기소한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라고 했다.

공작정치의 냄새를 짙게 풍기면서까지 박 대통령이 이 일에 무리수를 두는 까닭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강한 부정에서 연원한다. 남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은 48%를 "무서운 숫자"라고 했다. 박 대통령과 불과 3%포인트 차이. "박 대통령이 만약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인정하면 부정 선거, 부정 대통령, 가짜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수 있다"며 "결국 그걸 인정해버리면 박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정통성이나 정당성에 흠집이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남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 "여우와 사자만 남았다"고 했다. 청와대의 공안검사(김기춘 비서실장), 국정원의 군인(남재준 국정원장)을 비유한 말이다. 남 전 장관은 "여우와 사자, 즉 권모술수만 설치는 형국은 너무 불행하지 않나. 그래서 우려스럽다. 권모술수가 아니라 덕치로 넘어가야 한다. 정권에 덕치의 외피를 좀 입혀야 한다"고 고언했다.

다음은 기초연금 후퇴에 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나온 직후인 26일 오후에 가진 남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경제 어렵다고 복지 연기하면 부담은 하층민에게 간다"

프레시안 : 노인 기초연금 문제로 박 대통령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공약 후퇴는 아니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핵심적인 복지공약이 무너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남재희 : 한 마디로 얘기하면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냐는 것 아닌가? 복지를 하려면 증세를 해야 하는데, 증세 없는 복지를 하려니까 자가당착이 된 것이다. 세금은 전문가들한테 들어보면 참 어려운 문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세금을 올리면 될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민주당 정권 때 복지 공약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증세를 못했다. 우리의 부가세에 해당하는 소득세 인상을 못하고 민주당 정권은 단명을 하고 무너졌다. 이후에 들어선 자민당 정권이 지금 세금 인상 문제를 실행하겠다는 건데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후보일 때는 좀 쉽게 생각한 것 같은데 막상 정권을 맡고서 예산, 세제 등을 다 검토해보니 증세하기도 어렵고 현재의 재원 가지고는 복지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아마 이번에 조치가 대단히 고민 끝에 나온 산물이 아닌가 싶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20.2%라고 한다. 그런데 2010년 기준 OECD 국가들의 조세부담률 평균이 24.6%이다. 여기서 OECD 평균 수준으로만 조세부담률을 올려도 매년 60조 이상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재원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10대 기업의 법인세 감면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10대 기업이 3년 동안 감면받은 액수가 8조 5천억이라고 하더라. 그럼 이명박 정부가 줄였던 법인세 감면을 회복만 시켜도 재원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건 저항이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감면하면 적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적하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결국 적하효과 없이 대기업들만 도움을 준 셈이 됐다. 그러니까 우선 이명박 정부가 감면한 것을 회복시키면 국민 저항도 적고 용이하게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 간단한 일반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증세 조치도 안하고, 증세 없는 복지를 하려니까 이러한 상황을 맞는 것이다.

최근 어떤 분이 박정희 대통령 말기에 부가가치세를 신설했던 이야기를 하더라. 박근혜 7인회 참모 중 한 사람인 김용환 전 재무장관이 재직했던 1977년의 일이다. 당시 국민들에겐 부가가치세가 생소했지만 국제적인 안목에서 보면 다른 나라에도 있는 합리적인 세제였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준비기간이나 설득기간을 충분히 안줘서 그런지, 그 결과 박정희 정권이 1978년 총선에서 야당에 1.1%포인트 차로 졌다. 이 패배가 공화당 정권 몰락의 하나의 중대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공화당 정권 몰락에는 이외에 다른 이유도 많긴 하지만 우선적인 원인을 꼽아보면 부가가치세로 인한 총선에서의 1.1% 차 패배를 들 수 있다. 이것이 야당 성향의 국민들에게 기세를 올려주고 공화당과 지지 세력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이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더라. 세제 문제를 잘못 다뤄 박정희 정권도 몰락을 했는데, 이번에도 증세를 잘못 다루면 내년 지방선거 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증세에 대해 엄청난 알레르기 증상이 그런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정략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증세 없이 복지 공약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서 오히려 국민여론을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국민이 증세를 받아들이는 심리적 상태를 준비시키는 것이다. 증세를 안 해 복지를 제대로 못한다는 인식을 심으면, 앞으로 언론도 증세 쪽으로 기울어 질 것이고 국민들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일종의 교육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또 야당도 증세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렇게 야당과 국민 여론이 증세로 기울면 그 때 국민의 반발 없이 증세로 돌아가서 복지를 하겠다는, 그런 정략적 차원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다. 증세에 대한 트라우마와 정략적인 측면에서 증세에 대한 대국민 교육효과를 노린 것이다. 야당이 증세를 지지하고 찬성하고 나오는 상태에서 증세를 하면 큰 저항 없이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OECD 평균까지는 증세를 해야만 한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의 그간 발언을 돌아보면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를 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던 적이 있고, 국민대타협위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일종의 조세타협위원회 같은 것이다. 말씀대로 여기서 증세론이 확인되면 증세를 추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상식적인 증세의 순서는 법인세 감면 철회가 먼저라고 한다면, 박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이에 대해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힌 건 증세의 입구를 틀어막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남재희 : 그렇게 되면 저항이 생긴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낮춘 것은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 증세를 하려면 먼저 상층에 대한 증세로 가야 한다. 논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속도조절을 언급하고, 경제민주화 대신 대기업들의 법인세를 현행으로 유지하겠다는 부분에서는 경제 및 복지 정책이 완전히 유턴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남재희 : 그렇게도 볼 수 있다. 현재 방식대로 나간다고 한다면 우려스럽다. 지금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는데 장관까지 지냈던 모 인사가 상당히 걱정을 하더라. 양극화가 너무 심화돼서 자기가 보기에도 불행하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복지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전문가는 지금의 복지정책이 소비성 복지라고 한다. 바로 경기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전부 구매로 이어지는 금액이니까 그것이 오히려 경제를 자극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들 좀 도와준다고 해봐야 그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전부 도로 시장에 나온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보류하더라도 이젠 복지를 해야 한다. 재분배를 해서 조금이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좀 도와줘야 할 필요는 있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완화시켜줘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공약 파기는 아니라고 했다. 임기 중에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복지는 의지보다는 재원이 문제다. 박 대통령이 세계 경제 상황과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경제 여건이 주관적 희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서 이것은 사실상 공약 파기에 대한 면피성 해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재희 : 복지 문제를 경제가 어렵다고 연기하면 하층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것은 예측하기 참 어려운데 현재로서는 좋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경제가 어려우면 그 부담이 하층 사람들에게 간다. 그래서 어려울수록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경기가 안 좋다고 복지를 미룬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채동욱 사태,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나?"

프레시안 : 최근 민주당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에 여우와 사자만 남았다"고 말씀하셨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와 관련한 그 진단이 인상에 남았다. 채 총장의 도덕성 문제는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남재희 : 여성들에게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채동욱 검찰 총장 문제에서 혼외 아들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는 매우 부차적인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전개되는 과정에 너무 공작정치적인 냄새가 짙다. 그게 우려스럽다. 혼외자식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동안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정보·공작정치 냄새가 너무 짙어서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프레시안 : 공작·정보정치라고 하시면 여기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의 전제가 설명돼야 할 것 같다.

남재희 : 대개 어떤 사건이 나면 몇 년이 지나야 진상이 밝혀진다. 어느 때는 10년은 가야 밝혀지는 것도 있고 미궁에 빠지는 것도 있다. 그런데 국민의 심증이 대개는 정확히 맞는다. 내가 접촉하고 판단하는 국민의 심증이라는 것은 이건 분명히 정보정치, 공작정치의 결과물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 증거를 대라고 하는데 증거대기 참 어렵다. 증거는 시간이 지나야나오니까.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게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관련자들에 대해 채동욱 총장의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밉보이지 않았겠냐는 추론에 일리가 있다는 것인가?


남재희 : 그럴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간 것은 그 사안을 고발하고 기소한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다. 채 총장이 사표를 냈는데 또 수리를 안 하는 이상한 상태까지 된 것이다. 그럼 이런 것이 사회 분위기나 재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이 사건이 재판 사상 큰 사건으로 남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채동욱 총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황으로만 보자면 석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게다가 국정원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3자회담을 했을 때도 책임질 일이 없다고 했다.

남재희 : 최근 윤보선 씨의 측근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1963년 박정희 장군과 윤보선 전 대통령과의 첫 대결에서 양측 표차가 15만 표였다. 이건 아슬아슬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이 그 때도 부정개표가 있었다고 하더라. 어느 지방에서는 윤보선 표가 너무 많이 나와서 경찰서장이 야당의 지역 지도자를 붙들고 통사정을 했다고 한다. 자기 목 날아간다고. 그래서 비슷하게 표수를 만들어서 냈다고 하더라. 조봉암과 이승만 대통령이 두 번째 붙었을 때 어마어마한 개표부정이 있었다. 그건 정보기관 사람들이 나에게 얘기한 것이다. 조봉암 표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고 한다.

1963년 당시 박정희 장군은 공명선거를 하자고 했다. 그 의지는 분명했다고 본다. 그러나 군 강경파들은 윤보선 대통령이 당선되면 다시 뒤집어 엎겠다고 한 것이다. 살벌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공명선거 하자고 해서 15만 표 차이가 나온 것인데, 그랬는데도 부정은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8%의 지지를 받았다. 이건 어마어마한 숫자다. 전라남·북도 합쳐봐야 경상북도·대구 정도에 그치는 영남패권사회다. 수적으로 우세하지 않나. 또 선거에서 여당은 항상 프리미엄이 있다. 그러니까 동점이면 사실은 여당이 졌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후보의 득표가 48%인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MB의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했다고 하면, 그것을 어떻게 수량화할 수 있나? 결국 그걸 인정해버리면 박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정통성이나 정당성에 흠집이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으로서는 거기에 강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원세훈 전 원장이 기소됐는데도 박 대통령은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야 정통성 손상이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도 정치후진국인데 장난질이 있었던 거지. 그래서 48%라는 것이 무서운 숫자라는 것이다. 무서운 숫자니까 박 대통령이 여기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만약에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인정하면 부정선거, 부정대통령, 가짜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수 있다. 아주 강렬한 부정이 현실과는 부딪히는 것이다. 원세훈 전 원장은 기소되고 권은희 수사과장이 결정적인 이야기를 했고 등등.

거듭 말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공작·정보정치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나.

프레시안 : 사표 수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채 총장이 총장직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사자와 여우만 남았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남재희 : 국가라는 것은 폭력의 독점이다. 그 핵심은 군대와 경찰이다. 국정원은 군대와 경찰의 잡종, 일종의 하이브리드다. 세상이 바뀌면서 적나라한 폭력으로만은 어렵다, 권모술수를 써야 하는 쪽으로 변화됐다. 즉, 경우에 따라 여우가 재주도 부리고 사자가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마키아벨리 이론 아닌가. 하지만 (현대정치가) 그것만으로도 안 된다. 공자, 맹자가 이야기했던 덕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숙녀다. 숙녀의 우아함이 있다. 그 때문에 국가와 정부가 아름다운 것으로 됐는데, 공안검사 출신과 군 출신이 청와대와 국정원에 포진하면서 사건을 전개시켜 나갔다.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의 숙녀로서의 우아함도 날아가 버렸고 공자와 맹자가 이야기 했던 덕치도 어디로 갔는지 없다. 공안검사와 군 출신의 권모술수만 너무 적나라하게 나타나서 박근혜정부가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라는 무서운 조직을 갖고 있어 공포의 대상도 되고, 아주 어두운 면이 있었다. 반면 경제발전을 했던 밝은 면도 있다. 그건 17년을 집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5년 단임이고 벌써 반년이 지났다. 또 앞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대처럼 경제가 획기적으로 좋아질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는 경제는 계속 어렵고 여우와 사자, 즉 권모술수만 설치는 그런 형국은 너무 불행하지 않나. 지금 모습만 보면 권모술수를 통해 조이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권모술수가 아니라 덕치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정권에 '덕치'의 외피를 좀 입혀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덕치의 일환으로 야당과의 관계도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추석 전 3자회담에서 야당을 끌어안지 못했다. 야당은 더 강경해졌다. 이런 식이라면 정기국회에서 입법과제와 예산 처리가 급한 정권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재희 : 지난번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 리더십을 시험기라고 했다. 이번에 다시 평가하자면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은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본다. 김 대표가 장외투쟁을 접고 원내로 들어가는 것은 정해진 순서라고 본다.

3자회담이 단 한 번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여야관계는 몇 번의 고비가 있는 것이다. 단박에 타협되고 그런 것이 아니라 길게 생각해야 한다. 야당에서 정부에 누구보고 책임지라고 할 때마다 책임지면 정권이 정신을 못 차린다. 좀 버티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게 버티다가 하나 양보하고, 그렇게 나가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지난 3자회담과 민주당의 원내복귀, 이런 것들이 특별히 이상하진 않더라. 일부에서 김한길 체제의 원내복귀를 비판적으로 말하기도 하던데, 정치란 몇 번 서로 여야 간에 부딪히다 보면 크게 타협할 때도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재희 : 이번 정기국회에서 뭔가 있겠지. 정기국회 안건들을 처리하는데 국회선진화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석수에서도 민주당은 막강한 야당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부터 의사진행이 봉쇄될 수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그동안 청와대에서 물을 좀 먹은 것 같은데, 또 그만한 인물도 없는 거 같다. 정기국회 진행 과정에서 황 대표에게 힘이 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 야당과 청와대가 직접 부딪히면서 새누리당이 중재를 한다거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황우여 대표를 중심으로 정국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모습은 미약했다. 일부에서 새누리당이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남재희 : 우선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가 일단락이 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없는 선에서 일단락이 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황우여 대표가 판사를 해서 그런지 그 안에서 좀 괜찮은 사람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전교조 조이기, 정보라인이 조절했나?"

프레시안 : 교학사 교과서 문제, 김무성 의원의 역사 모임, 이승만 예찬론자의 국사편찬위원장 내정 등 정부와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 진영 전체가 역사문제에 만큼은 우경화로 치닫는 것 같다.

남재희 : 국편위원장 얘기는 말을 좀 아끼고 싶다. 다만 김무성 의원은 일본 자민당 극우파를 흉내 내는 것 같다. 대권생각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파논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 일본 자민당은 야스쿠니 신사, 위안부 문제, 전쟁책임 문제 등을 내세우는데 김 의원도 그렇게 해서 우파세력을 규합하려는 것 같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와 같은 정치인과 비슷한 행태다. 걱정스럽다.

프레시안 : 정부가 전교조에 대해서도 강한 압박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남재희 : 이번 정권은 노조 쪽을 상당히 조이는 것 같다. 전교조 문제도 양론이 있는데 나는 ILO를 기준으로 삼는다. ILO가 UN보다 훨씬 역사가 길다. 그래서 UN이 산하기구로 ILO를 인정한 것이다. ILO는 권위를 가진 국제 노동기구다. ILO는 전교조를 법외로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ILO는 해직자 및 실직자가 좀 있어도 괜찮다고 한다. 전교조의 합법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때도 그래서 아무말 없었다. 그런데 노동부 국장급이랑 전교조는 합법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상호 묵계가 되어 있었는데 정보라인에서 조절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판단이 어려우면 일단 ILO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단수노조만 인정했던 시절에 ILO는 단수노조가 비민주적이니 복수노조 인정하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 연합체만 인정하다가 기업체도 복수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ILO가 제시한 기준이 맞는 것인데 이 원칙에 거꾸로 가고 있다. 이 말은 곧 노조를 조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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