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이스라엘의 생존자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며 ⓒ그림=클립아트

편집자주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구속해 감금한 팔레스타인인이 5,000여명,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이 5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중 절반가량이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 수가 하마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인 1,900여 명을 두 배 이상 넘어섰지만, 네타냐후를 필두로 한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명분 하에 가자지구 지상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네타냐후가 총리로 처음 취임한 2009년부터 양국의 갈등이 더 심해져 올해 9월까지 팔레스타인이 살해한 이스라엘인이 300여 명, 이스라엘이 살해한 팔레스타인 사람이 6,40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네타냐후 극우 정권의 강경 노선은 놀랍지 않다. 그 와중에 하마스의 공격 생존자 중에서 언론에 등장해 적극적으로 평화를 촉구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Meet the Hamas Massacre Survivors Opposing Israeli Brutality in Gaza

 

10월 12일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공보비서관은 아야나 프레슬리, 코리 부시, 라시다 탈리브가 등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을 촉구한 것에 대해 ‘혐오스럽다’, ‘수치스럽다’고 해 미국이 가자지구의 참상에 얼마나 공조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10월 7일 하마스 공격에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이스라엘 생존자 중에는 완전히 반대된 견해를 가진 사람도 많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극우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더 악랄한 만행을 저지를 명분으로 그들의 슬픔을 이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전기, 물, 연료 공급을 차단했고, 북가자지구 ‘정리작업’을 하면서 팔레스타인 아이만 1,000여 명을 살해하고 50여 가구에 있는 사람들을 몰살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의 알-알리 병원을 폭격해 최소 500명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홀로코스트와 대량학살을 연구하는 미국 스톡턴 대학교의 라즈 시갈 교수는 최근 ‘유대인 커렌츠’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책을 ‘눈앞에서 벌어지는 교과서적인 대량학살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자제와 화해를 촉구하는 내용은 이스라엘인 9명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며 제2의 낙바(Nakba)를 저지르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연민의 목소리는 주목받을 만하다. (낙바는 1947년부터 1948년까지 이스라엘이 국가 수립을 선포하며 일으킨 팔레스타인인 75만 명의 디아스포라이다. 현재 6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

하마스 폭력이나 반유대주의를 지지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자 학살에 반대할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이 그렇게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전쟁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인의 의견을 강조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이스라엘이라고 모든 사람이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상기하자는 얘기다.

요나탄 지겐, 하마스에게 납치된 이스라엘계 캐나다 활동가 비비안 실버의 아들

이스라엘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점령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인을 이스라엘로 데려와 치료받도록 도왔던 실버는 베에리 키부츠에서 하마스에 납치됐다. 그녀가 죽었는지, 인질로 잡혀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실버의 아들 요나탄 지겐은 영국 채널4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어머니가 경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기를 많이 죽인다고 이미 죽은 아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평화가 필요하다. 어머니가 평생을 바쳐 목표를 삼은 것은 평화’였다고 말했다.

지겐은 팔레스타인과 화해하자고 말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아졌고,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고통이 다를 수 없다. 나도 키부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함께 운다. 하지만 안전을 확보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평화뿐’이라며 ‘복수는 전략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네타 하이만, 하마스에게 납치된 딛차 하이만(84)의 딸

연로하신 어머니가 포로로 잡혀간 뒤 하이만은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에 가자지구 공격에 반대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녀는 어머니를 잡아간 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이란에 화를 내면서도 대부분의 분노는 이스라엘 정부에게 쏟아냈다.

‘나는 명절날 어머니를 지키고 보호하는 대신 군대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순찰을 돌게 한 이스라엘 정부에 분노한다. 나는 거의 1년 동안 가자 국경 지역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온 이 정부에 분노한다. 이 엄청난 실패, 이 혼란은 그들의 책임이다. 4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가 인질의 가족 대부분을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들의 책임이다. 나는 이 끔찍한 분쟁을 끝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2000년 이후의 모든 이스라엘 정권에 분노한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끔찍한 곳에서 이 악몽이 끝나고 등장할 정부를 향해 외친다. 가자지구를 파괴하지 말라. 그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다음번에 더 잔인한 폭력을 가져올 뿐이다. 그리고 휴전 협상할 때가 오면 그때를 이용해 양측 간에 ‘약정’이 아닌 진정한 ‘평화 협정’을 끌어내도록 노력하라.‘

지브 스탈, 고향을 방문했다가 친구와 가족이 끌려가는 것을 목격한 인권운동가

스틸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분리주의 정책을 규탄해온 이스라엘 인권단체 ‘예쉬 딘’의 이사이다. 그녀는 10월 7일 크파아자 키부츠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는 중 친구와 가족을 잃었다. 그녀는 10월 17일 하레츠에 이스라엘의 폭력 중단을 촉구하는 글을 기고했다.

‘이것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작은 소리 하나하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밤중에 총소리 환청이 안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한 가지 강력하게 느끼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 죽음의 순환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해 평화롭고 안전한 미래를 건설하는 방법에 모든 힘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억제‘, ’최후의 일격‘, ’결정적 행동‘과 같은 단어로는 이 순환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전은 군사적이 아니라, 정치적인 수단을 통해야 이뤄질 것이다.

내 처제 미라, 같은 반 친구 탈, 어머니의 죽마고우 빌하와 그녀의 손자와 사위, 옆집의 리브낫과 아비브, 그들의 자녀와 손자 손녀, 학창시절 내 상담선생님이었던 미할과 그녀의 아들 등 수백 명이 죽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폭격과 7일 공격과 무관한 민간인 학살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폭력과 공포, 슬픔과 유가족의 아픔을 연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뿐이다. 남아 있는 사람의 미래, 크파아자 키부츠와 주변 지역의 미래, 이곳에 사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한다‘. 

스틸은 지난 20년, 그리고 끔찍한 이번 사태가 증명하듯이 지구상의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도 방어와 안보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다비드 존셰인, 삼촌이 사망하고 사촌이 끌려간 이스라엘 인권단체 브트셀렘의 이사

존셰인은 15일 글에서 이미 가자지구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이스라엘 군인 수백 명 혹은 수천 명 희생하고 (7일 공격 당한) 오타프 마을에 또다시 유혈 사태를 야기할 복수를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복수는 비전이 아니다.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은 계획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말과는 달리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전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고 가자지구 전체를 처벌하려 한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네타냐후는 선택된 몇몇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마스와 협상하고 수백만 달러의 카타르 자금이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것을 눈감아줌으로써 하마스를 강화하려 노력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8일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2019년 당원 회의에서 하마스와 서안지구를 명목상 통치하는 파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하마스를 강화하려 했음을 시인했다. 지금도 네타냐후는 충분히 하마스와 또다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전쟁의 확실한 대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의 생존자, 베에리 키부츠 공격의 생존자

11일 독립 저널리스트 오를리 바레브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군대 강화와 미국의 지원으로 갖춘 돔 미사일 방어 체계를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 베에리 키부츠에서 불과 4.5km 떨어진 가자지구에 이 사태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편히 자겠는가. 나에게 이 사태는 12시간 만에 끝났다. 대피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수를 얘기하는 사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엄청난 고통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일을 직접 겪은 나는 ’복수‘라는 말만 들어도 힘이 빠진다. 내가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겪고, 도망갈 곳도 없는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수년간 정치적 해결책을 요구해 왔다. 나는 19살이다. 지난 며칠 동안 군인의 신분으로 전장에서 쓰러진 친구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긍심을 갖고 기대했던 군 생활이 그렇게 끝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베에리 키부츠, 나할오즈 키부츠, 크파아자 키부츠의 고통과 가자지구의 고통은 똑같다. 그 키부츠에 떨어진 로켓과 가지지구에 떨어진 로켓은 똑같은 방식,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폭발한다.

네타냐후에 대한 분노가 크다. 나 또한 그렇다. 멍한 상태를 벗어나 뭔가를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될 때마다 강렬한 분노를 느낀다. 나는 이 모든 것이 100% 네타냐후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흘린 피는 그의 탓이다. 그러나 그가 근원적인 문제의 뿌리인 건 사실이지만, 네타냐후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에게 묻고 싶다. 자기 자신을 잘 살펴보라. 당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당신이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스스로 물어보라. 그리고 또 물어보라.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당신의 가치에 부합하는가. 당신이 누구에게 투표하는지, 그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정말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라.

내가 요구사항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요구하는 건 사실 하나뿐이다. 그것은 평화이다.

마오즈 이논, 부모가 사망한 네티브 하사라의 소년.

이논은 15일 BBC.뉴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부모님을 위해 우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었고, 앞으로 잃을 모든 사람을 위해 우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 모든 관련자에게 압력을 가해서 전쟁을 즉각 중단하고 상황을 동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복수는 더 많은 고통과 사상자를 초래할 것이다. 군인과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 양측의 민간인이 죽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울고 있는 이유다. 그리고 이 힘든 시기에 이런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다.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다. 전쟁을 멈춰 달라. 제발, 전쟁을 멈춰 달라’.
 

10월 16일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을 받고 집을 떠나 피란간 소년이 자기 고양이를 안고 동생과 앉아 있다. ⓒ뉴시스


야코브 아르가마니, 슈퍼노바 축제에 갔다가 납치된 딸을 둔 아버지.

아르가마니는 8일 이스라엘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웃과 평화를 이루자. 나는 평화를 원하고 딸이 돌아오기를 원한다. 이제 충분하다. 그들도 사상자가 있고 포로가 있으며 울고 있는 어머니들이 있다. 우리는 한 아버지 밑에 있는 두 민족이다. 진정한 평화를 이루자’. 그리고 CBS 뉴스와의 10일 인터뷰에서 아르가마니는 자기 딸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이스라엘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이 카츠만, 7일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차임 카츠만의 남동생.

형의 장례식이 치러진 1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카츠만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형의 죽음이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명분으로 이용되지 않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스라엘 정부는 이 사건을 살인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것이 우리에게 안전과 안보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것은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정부는 항상 우리에게 팔레스타인 사람을 많이 죽이면 우리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지도, 더 나은 삶들 가져다주지도 않았다. 그저 더 많은 테러와 내 형처럼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늘어날 뿐이다. 나는 내 형에게 일어난 일이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엘라나 카민카, 이스라엘 군인이었던 아들을 잃은 어머니

카민카는 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더 많은 사람이 목숨 잃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그것이 누구든 절망할 어머니가 있는 사람이 또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견딜 수 없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죽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자식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에 더 많은 생명을 잃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진다’. 

“ 정혜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