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외면해온 정부, 거부권 명분 있나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이제 정부에 넘어갔다. 헌법 53조에 따라 대통령은 15일 이내 공포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어, 실제 법 시행에는 난관이 전망된다. 만약 거부권을 행사할 시 민주당은 재의결까지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대통령에게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여당은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2월 이후 야당과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민 79%가 동의하는 노란봉투법을 정부·여당은 계속해서 반대한다.
‘국회법 위반’이라며 여당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절차를 반복하면서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계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파업조장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이자, 권한을 가진 원청에 노동자가 쟁의할 권리가 생겨 툭하면 파업할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사업주(원청)는 노동자에게 권한을 행사하면서 적절한 노동환경을 제공할 책임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교섭을 거절해왔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혼란은 대화가 되지 않을 때 벌어진다”며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업주가 노동자와 대화하게 된다면 문제가 신속히 해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업주에게 책임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설 것이고 자연스럽게 파업은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민주화 이후 거부권을 이렇게 남발한 역대 대통령도 드물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1회, 2회 행사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행사한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년 6개월 동안 2번 행사했다. 12월에는 김건희 여사와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까지 예고하고 있어 대통령의 부담도 작용할 것이라 예상한다.
거부권 행사는 국민 심판만 앞당길 뿐, 연합 200석 해야
그런데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넘어오게 된다. 국회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있을 시 재의에 붙이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법률안은 확정된다. 그러나 야당이 200석이 안 되는 현 상황에서는 재의결 실패로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22대 총선이 중요한 이유다. 대통령이 계속 거부권과 시행령 정치로 입법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연합 200석을 차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막아낼 수 있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국회가 되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여당 외에 연합할 수 있는 정당이 생겨야 한다.
그 열쇠 역시 민주당이 쥐고 있다. 이미 양곡관리법, 간호법 처리 과정에서 한계를 보여준 민주당이 생색낼 수 있는 것은 본회의 통과밖에 없다. 국민을 위해 아무 실익도 남지 않은 상황에 민주당은 연합 200석을 위해 선거제도에 대한 고찰을 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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