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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메가시티’ 걷어차놓고 갑자기 ‘메가 서울’ 한다는 국민의힘

 

  • 발행 2023-11-09 18:35:00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김포한강차량기지를 찾아 김포골드라인 관제실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2023.10.30. ⓒ뉴시스0

느닷없이 ‘메가 서울’을 주장하고 나선 국민의힘은 불과 1년여 전 ‘부울경 메가시티’를 걷어찬 장본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자고 주장하면서 수도권 여론을 들썩이게 하고 있지만, 정작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여론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부울경 메가시티’, ‘메가 서울’과는 완전히 다르다

부울경 메가시티(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는 수도권에 대응하는 단일한 경제·생활권을 조성하여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의 도약을 목표로 2020년부터 추진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주도해 같은 당인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이 단합한 결과였다. 중간에 보궐선거로 부산시장이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으로 바뀌었지만, 박 시장도 부울경 메가시티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서로 다른 정당이었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 합심한 것이었다.

당시 김경수 지사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쏠림이 여기서 더 심화되면 국가가 더이상 버텨낼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수도권 외 지역을 초광역 도시권으로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제조업 기반이 있는 경남과 울산이 대도시의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는 부산과 결합하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수도권 못지 않은 대도시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지방 다극체제로 지역균형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도. ⓒ경남도청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울경은 당시 초광역 협력을 통해 2040년까지 인구를 1천만 명으로 늘리고 지역내총생산(GRDP)을 당시 275조 원에서 491조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부울경 3개 지역을 촘촘하게 연결해 어디든 1시간대로 이동가능하게 하는 광역대중 교통망도 확충하기로 했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 부산항, 진해신항, 광역철도 등을 연결하는 ‘트라이포트(Tri-port)’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 플랫폼을 조성하고, 초광역교통망을 구축해 산업 거점지역 간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은 지역의 여건을 감안해 자동차·조선·항공 산업에 주력하고, 수소와 디지털 기반으로 산업생태계를 전면 전환함으로써 권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로 했다.

나아가 부울경 통합 지역혁신플랫폼을 통해 전략 산업에 특화된 교육체계를 만들고, 캠퍼스혁신파크와 도심융합특구 등을 활용해 산업-교육-주거-문화를 연계함으로써 기업이 원하는 우수 인재가 지역에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런 부울경 메가시티는 현재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서울 확장론과는 완전히 다르다. 최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도시들이 앞다퉈 ‘우리도 서울로 들어가자’며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서울이 생활권인 도시들을 서울로편입하는 것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의 구상은 ‘메가 서울’ 또는 ‘서울 메가시티’라고 불렸다.

하지만 “서울은 이미 메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5선 중진이자 부산에 지역구를 서병수 의원마저도 “서울은 이미 ‘슈퍼 울트라’ 메가시티”라며 “1천만 서울 인구가 94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든 게 문제인가”라고 비판할 정도다. 

서울에 생활권을 둔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경기도 인구만 해도 1천300만 명이 훌쩍 넘는다. 이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도권 일극체제인 것이다. 이런 서울을 더 키우겠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서울 중심의 수도권 일극체제를 깨뜨리겠다는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지난 2021년 7월 29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 개소식에서 부울경 시·도지사와 시·도의회 의장이 6자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 박형준 부산시장,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 송철호 울산시장, 박병석 울산시의회 의장,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2021.07.29. ⓒ뉴시스



국민의힘의 이른바 ‘김포 서울 편입론’은 서울 주변 지역을 서울로 흡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 반면, 부울경 메가시티는 각 지역이 특색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추진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연구원장을 지낸 홍재우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부울경 메가시티는 부산을 더 키우기 위해서 나머지 지역들이 뭉쳐야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부울경 메가시티는 급진적으로 통합하냐 마냐는 완성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놓고 진행했다”며 “일단 협력체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시공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교통망 확충부터 단계별로 사업 계획을 마련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또한 “각자 특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도시들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를 중시했다”며 “울산부터 시작해서 부산, 김해를 거쳐 창원, 길게는 진주까지 연결되는 도시축들이 그 주변 지역과 어떻게 연결되고 전체 시너지를 어떻게 발휘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초당적 협력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현재 서울시가 김포 편입을 두고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상반된다.

홍 교수는 “부산이 제2의 도시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 인구도 줄고 있다”며 “보통 메가시티라고 하면 천만 명 정도 인구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 부울경 인구를 다 합치면 800만 명 정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메가시티라는 전략을 통해 인구를 늘려야 지역 발전 전략도 세우고 산업 전략도 세울 수 있게 된다”며 “부산도 이를 계기로 자기 발전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2022년 9월 26일 오전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울경 특별연합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2022.09.26. ⓒ뉴시스



부울경 메가시티는 왜 좌초됐나

이처럼 부울경 3개 지자체의 초당적인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는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2021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이 이뤄지면서 부울경 메가시티의 설치 근거가 마련됐고, 이를 바탕으로 부울경은 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와 실무 회의를 이어나갔다.

그 결과 2022년 4월 부울경 3개 지자체가 모여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을 공식화했다.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었지만, 윤석열 대통령도 ‘지방시대’를 강조하면서 대선 때부터 “부울경 메가시티를 확실하게 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두 달여 흐른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상황은 돌변했다. 지방선거로 울산과 경남의 단체장까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뀌면서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부울경 메가시티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박완수 경남도지사 역시 서부경남 발전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며 부울경 메가시티에서 한 발 뺐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하며 연임에 성공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에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경남과 울산이 먼저 부울경 메가시티 규약을 폐지해버렸고, 올해 2월 부산이 규약을 폐지했다. 지방선거로 도의회와 시의회 다수를 국민의힘이 차지한 결과였다. 이로써 부울경 메가시티는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사라지게 됐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된 데 대해 현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뉴시티프로젝트 특위 위원장인 조경태 의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 사람은 각각 울산과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추진되던 과정, 그리고 부울경 메가시티의 의미와 효과를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인 것이다. 지역 민심으로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주민들의 열망이 담긴 부울경 메가시티가 완전히 폐지되는 동안 그들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1차회의에서 조경태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07. ⓒ뉴시스


그래놓고 이제와서 김기현 대표는 최근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뒤 주도하고 있고, 조경태 의원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당내 특위를 이끌고 있다. 지역소멸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남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에 출연해 “작년 지방선거에서 울산, 경남 지자체장들이 다 바뀌었는데 이들이 작당을 해서 부울경 메가시티를 반대했다. 그걸 수수방관한 사람들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라며 “그래놓고 지금 서울에 와서 서울 메가시티를 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나”라고 성토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송갑석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조경태 의원은 부울경 메가시티의 좌초를 수수방관한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 의원”이라며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될 때 말 한마디 못하던 조 의원은 지금 무슨 낯으로 메가시티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국민의힘 태도가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부울경 지역 시민사회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부울경 시민단체인 ‘메가시티포럼’은 기자회견을 열고 “부울경 메가시티는 걷어차고 서울 메가시티, 서울공화국으로 가려는 책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진우 메가시티포럼 운영위원장은 “부산 국회의원이 서울의 김포 편입을 반대는 못할망정, 가만있지는 못할망정 공천 눈치 때문에 오히려 앞장서서 위원장을 맡는 것 자체가 매우 개탄스럽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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