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도 별다른 감동이 없다. 이제 집권 1년 반인데 공공연하게 레임덕 이야기가 나오는 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권 연합 200석 이야기가 나오고 탄핵과 개헌 이야기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이 뒤늦게 메가시티에 공매도 금지까지 포퓰리즘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슬퍼런 검찰 공화국도 이재명(민주당 대표) 구속 영장 기각 이후 명분을 잃었고 이제 와서 판을 흔들기에는 여론이 차갑게 식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언제나 그랬지만 보수 언론에 보수 정권의 대통령은 '쓰고 버리는 말'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보수 기득권 세력의 아성은 공고하다. 이해관계가 맞을 때는 싸고돌지만 도움이 안 된다 싶으면 가차 없이 말을 갈아탄다.
2011년 6월, 이명박 지지율이 데드 크로스를 넘겼을 때 조선일보는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정권 교체"라는 기묘한 논리로 이명박 정부를 레임덕으로 몰아붙였다. 이명박이 죽어야 박근혜가 뜨고 그래야 보수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2016년 10월 26일, 최순실 태블릿 사건이 터졌을 때도 조선일보는 발 빠르게 박근혜와 손절했다. 다음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부끄럽다"였다. 애초에 우병우(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를 내쳐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조선일보였고 미르재단 의혹을 가장 먼저 보도한 건 TV조선이었다. 정권 연장에 실패했지만 적어도 조선일보는 순장조가 되지는 않았다. 요즘 조중동의 지면을 보면 윤석열을 언제 손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그날이 빨리 올지도 모른다. 총선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한데 윤석열이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타격감이 없기도 쉽지 않다. 지면을 보면 보수 언론의 실망과 짜증, 누적된 분노가 느껴진다. 조중동의 윤석열 탈출은 동아-중앙-조선 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아일보 대기자 김순덕의 분노
김순덕(동아일보 대기자)은 문재인 정부를 가장 혹독하게 공격했던 보수 논객 가운데 하나다. 그랬던 김순덕의 최근 논조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잼버리 사태 때는 "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거대 야당이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는 건 사실이지만 정부도 국민 신뢰를 많이 잃었다"고 했다. 해병대 병사 사망 사건 은폐 의혹을 두고는 "방향은 맞을지 몰라도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면, 이 나라는 자유로운 게 아닌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궐 선거 패배 직후에는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또 질 경우, 윤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건희(대통령 부인)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은 대통령을 분명 한 사람만 뽑았는데 VIP1과 VIP2가 있다는 소리가 용산에 떠돈다고 한다"고도 했다. 역시 보수 언론 지면에서 찾아보기 힘든 논조다.
"문재인 정권이 좌파 이념으로 뭉친 이권 카르텔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윤석열과 친구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다르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수 국민이 윤 대통령이 내건 공정과 상식에 환호한 게 아니었던가."
'조선제일검' 한동훈이 이것밖에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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