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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고 있는 남북대화

위협받고 있는 남북대화
 
‘원칙 있는 대화’는 대화를 파탄내기 위한 것인가?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9/30 [20:52] 최종편집: ⓒ 자주민보
 
 

개천절 남북민족공동행사가 무산됐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3일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개천절 남북민족공동행사를 불허한다고 확인했다. 최근 남북관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사람들은 우려했다. 무엇보다도 우리정부의 반북행태가 사뭇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있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남북관계가 대화로 기조를 잡아갈 무렵,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나서서 느닷없다 싶을 정도로 심한 반북발언을 하는 것에서부터 조짐이 심상치가 않았었다. 북이 우리사회의 ‘종북세력’과 연계하여 전쟁을 시도할 것이라는 발언을 김 국방장관은 공개적으로 했던 것이다. 누가 보아도 그것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남북관계를 파탄내겠다는 심사였다.

국방부 수장의 반북행태는 외교부 수장의 그것으로 이어졌다.

“북한이 핵무장과 경제개발의 소위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구체적 행동을 통해 진정한 변화의 길을 택한다면, 한국은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27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현재 진행 중인 북의 WMD 프로그램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한편,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나는 상황을 국제사회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한 말이다.

사람들은 윤장관의 발언에서 곧바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떠올렸다. 윤 장관이 국제무대에서 북의 ‘병진노선’ 포기를 촉구하고 그것을 전제로 북을 돕겠다고 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전혀 다를 바 없이 북의 ‘선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대화가 시도되는 정세에서 이러한 모든 것들은 대화를 파탄내려는 반북행태들이다. 정부당국자들의 이러한 반북행태는 남북 대화의 끈들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정부당국자의 반북행태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는 기조를 보여주는 언론들의 행태 또한 도마 위에 올릴만하다.

북이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반발했던 ‘사건’ 말고도 그랬다. 이전 시기에 반북행태에서 최고의 단골메뉴였던 ‘북 붕괴론’을 다시 확산시키는데 언론들이 한 몫하고 나선 것이다.

연합뉴스 등은 최근 미국 랜드연구소가 발표한 '북한정권 붕괴 가능성에 대한 대비'라는 보고서를 비중 있게 다뤘다. 보고서는 북 붕괴 시 한미양당국이 취하게 되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2의 휴전선의 필요성까지 언급하는 등 매우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보고서였다.

언론은 여기에서 멎지 않았다. 랜드연구소 연구원인 브루스 베넷 등이 지난 25일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제1회 아산북한회의 2013'에 참석해 한 발언까지도 상세하게 보도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계속 권좌에 남아있을 경우 북한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다른 세력으로 대체되면 내부 충돌로 말미암아 정권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을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에 대해 빈곤이나 붕괴 등을 강조하는 것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반북공세라는 것은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컨대 이는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모토로 경제생활과 문화생활 향상 병행 추진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대북전문가 국민대 정창현 교수의 주장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언사들이다.

이 모든 것들에서 팩트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남북대화가 시작되려는 정세국면에서 나오고 있는 집요한 반북행태라는 사실이다.

정부당국자 그리고 일부 언론들의 반북행태가 우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다는 데에 더 심각성이 있다. 현시기 반북행태에서 확인되는 특징은 매우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질서정연함마저 읽힌다.
남북대화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조건에서 체계적이거나 질서정연한 반북행태는 이유야 어떻든 상관없이 극히 정치적인 함의를 가질 수가 있다. 대화를 파탄내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정부당국이 주장하고 있는 ‘원칙 있는 대화’라는 언사가 지금까지는 대화를 깨기 위한 대화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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