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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의 '오, 평화'] 전시작전권에 필요한 게 MD?

박근혜 정부의 전작권 재연기는 내년 선거용?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30 오후 4:52:35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가 9월 30일 한미군사위원회(MCM)와 10월 2일 한미안보협의회(SCM)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환 시기를 또다시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이것저것 따져볼 것이 많다'며, 전작권 재연기를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29일 방한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분명한 것은 한국군이 지난 10년간 더욱 정교해지고 더 강한 능력과 자질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아직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추가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미사일방어체제(MD)는 분명히 아주 큰 부분"이고, "정보·감시·정찰(ISR)과 지휘ㆍ통제·통신·컴퓨터(C4I)도 중요한 분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사안을 앞으로 한국과 집중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 방한중인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30일 판문점을 방문, 군사정전위 회의장에서 미군 관계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창문 너머로 북한 병사가 헤이글 장관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이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대가로 한국의 MD 참여를 강하게 제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 재균형(rebalance)'을 천명한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MD 구축을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상정해놓고 있다. 한국에 지속적으로 MD 참여를 요구하는 한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움직임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전작권 재연기는 내년 선거용?

그렇다면 한미간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 논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이를 둘러싸고 박근혜-오바마 사이의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우선 박근혜 정부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재연기 합의 발표를 희망할 공산이 크다. 전환 시점도 차기 대선이 예정된 2017년 이후를 선호할 것이다.

이렇게 분석하는 데에는 정부 여당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위키리크스 자료를 분석한 글에서 여실히 나와 있는 것처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전작권 문제를 철저하게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했었다. '반미 노무현이 전작권을 환수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고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면서 전작권 전환을 반대했었다. (☞관련기사 1 : 반(反)노무현 정서에서 나온 전작권 반환 연기, 관련기사 2 : 전작권 전환 연기는 국내 정치용이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천안함 침몰 이전에 이미 미국에 전작권 전환 연기도 타진했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국 대사관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논란으로 균열이 발생한 보수파의 재결집을 위해 전작권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요지의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볼 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또다시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관철시키려고 할 것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복지 공약 포기 논란, 채동욱 검찰총장 및 진영 복지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인사 파동 논란은 내년 선거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노년층과 보수층을 재결집시키기 위해 전작권 환수를 재연기해야 할 정치적 필요가 더욱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정치적 부담 느낄 오바마 행정부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이러한 정치적 의도에 쉽게 맞장구를 쳐줄지는 미지수이다. 오바마 정부는 두 가지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하나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동의해주면서 받아낼 선물의 크기를 저울질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의 MD 참여와 더불어 펜타곤의 숙원사업이 되고 있는 F-35 판매, 방위분담금 한국 측 부담 증액 등이 이뤄지면 2~3년 정도 연기하는 데 동의해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또한 한-미-일 MD로 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해 공개적인 방식은 국내 여론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비밀 협정 체결의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미국은 또 하나의 문제가 마음에 걸릴 것이다. 전작권 문제가 한국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다. 미국은 한국의 보수 진영이 전작권 문제를 얼마나 정치적으로 접근해왔는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전작권 재연기에 동의해주면 역풍이 불 것이라고 우려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전작권을 넘겨주고 싶어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주한미군의 정치적 민감성을 최대한 줄여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전작권 재연기에 합의해주면 주한미군의 정치적 민감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은 바로 이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년 선거 이전에, 오바마 행정부는 재연기에 동의하더라도 선거 이후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수 싸움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한국이 미국에 주는 선물의 크기가 될 것이다. 또한 북한 변수가 어떻게 등장할 지도 관심사이다. 매년 봄이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한반도 위기설'이 내년 봄에도 재연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고 국내의 비판 여론을 무마하는 데에도 훨씬 유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이어도 너~무 비정상적인!

보수파가 전작권 환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전작권 환수를 '반미·좌파'로 간주해온 노무현 정권의 유산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은 '반미적' 요구가 아니라 미국도 강력히 희망한 '친미적' 선택이었다.

또 하나는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불신이다. 그러나 남한은 지난 20년간 북한보다 10배 많은 군사비를 지출해왔고 그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는 남한이 북한보다 열세에 있다며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거나 정부와 군 수뇌부의 직무유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북핵 문제 역시 전작권 전환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전작권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전작권이 미국의 손에 있는 것을 강력한 한미동맹과 동일시하는 사고이다. 그러나 한미동맹보다 훨씬 강력한 미·영 동맹과 미·일 동맹 체계에서도 미군은 영국군이나 일본군에 대한 작전권을 갖고 있지 않다. 협조체계를 구축해 유사시 합동작전이 가능한 구조이다. 전작권이 전환된 이후의 한미동맹의 미래상도 바로 이러한 형태로 재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전작권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실 국가주권의 핵심인 군사주권을 외국군에게 양도하고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63년 전에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이양했을 때에는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없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세계 10위권이다. 미국이 주기 싫다는 것도 아니고 가져가라고 한다.

우려되는 것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보수파의 염원처럼 전작권 환수를 또다시 늦출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증대인데, 이건 대한민국 안보의 최악의 환경이다.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능동적인 협상을 통해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와 뒤이은 박근혜 정부는 협상에는 손 놓고 있으면서 북한 위협을 근거로 전작권 환수를 계속 연기하려고 한다.

또한 당연히 받아야 할 전작권을 또다시 연기하는 데에는 MD 참여, F-35 도입, 방위 분담금 인상 등으로 인해 돈도 많이 들어간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미국과의 약속을 어기고 재연기를 추진하는데 공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돈을 쓰다 보면 '박근혜표 복지 공약'은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도 더더욱 높아진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정치적 주판알을 튕기기에 앞서 직시해야 할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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