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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과 아시아 평화를 위해 끝까지 함께”

출범 2주년 맞은 제주 평화의 섬 천주교연대,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기념 미사
강우일 주교 “국가는 평화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 전쟁으로 평화 이룰 수 없어”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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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1 11: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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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0일 강정마을과 제주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킬 것을 선언하며 출범한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가 2주년을 맞았다.

천주교연대는 현재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한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앞 매일 미사와 기도회를 중심으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해군기지 사업 중단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천주교연대는 9월 30일 오후 4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과 구속자 석방을 촉구하는 2주년 기념 미사와 문화제, 나눔 마당 등의 행사를 마련하고 강정마을과 세상의 평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을 선언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 500여 명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을 가득 채웠으며, 곧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까지 100여 미터 인간 띠를 이었다.

 

   
▲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가 9월 30일 오후 4시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2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2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을 둘러싸고 인간 띠를 잇고 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를 집전한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권력자들은 죽음과 파괴, 전쟁을 일삼으며 평화를 위한다는 거짓 맹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평화에 봉사하기 위한 존재이며 그것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며 “권력자들은 그 권력이 어디서 비롯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예수는 인간들이 어떻게든 만들려는 수직, 수평의 울타리를 없애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고, 그래서 십자가는 인류에게 평화의 도구”라면서 “세상은 자꾸 남을 해치며, 진실을 감추고 거짓 맹세로 평화를 밀어낸다. 전쟁을 준비하면서 평화를 위한다는 거짓 맹세는 결국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평화를 짓밟는 비극을 초래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우일 주교는 최근 공사 재개 발표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도 언급했다. 강 주교는 “곧 밀양에 대규모 경찰과 용역이 파견된다고 한다. 이는 돌이키기 어려운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다”며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용납할 수 없는 공권력의 횡포가 될 것이다. 권력자들이 주님이 그토록 싫어하시는 일을 하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 기념 미사를 집전한 강우일 주교(가운데)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평화에 봉사하기 위한 존재이며 그것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며 “권력자들은 그 권력이 어디서 비롯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 참여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지난 2년간 강정마을과 함께 싸워 온 사제와 수도자, 활동가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끝내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정부는 바위, 우리는 계란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이길 수 없지만 결코 깨지지 않는 바위가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괴롭지만, 우리 후손들이 우리와 같은 괴로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그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준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연대는 미사 말미에 ‘무기를 들고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출범 2주년 성명서를 발표해, 해군기지 건설 중단과 원상복구 노력을 호소하며, 끝까지 강정마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할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앞으로 어떠한 폭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군기지 사업 과정의 비민주적 절차에 대한 사과, 주민들과의 대화에 임할 것, 예산 편성 집행 중단, 공권력 남용에 대한 사과, 평화활동가 양윤모와 송강호, 박도현 수사 즉각 석방” 등을 요구했다.

미사가 끝난 후에는 문화제와 나눔 마당 등 기념행사가 진행됐으며, 다음 날인 10월 1일 오전 10시 평화를 위한 기도와 11시 생명평화 미사가 이어졌다. 강정마을에서는 매일 오전 7시 수도자들과 활동가들의 기도, 오전 11시 해군기지 정문 앞 미사가 계속되고 있다.

 

   
▲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2주년 문화제에 참석한 수도자와 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정현진 기자

 


▲ 동영상 : 강우일 주교 강론 (제공 / 천주교 제주교구)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 2주년 성명서

“무기를 들고 사랑 할 수는 없습니다.”
- 1965년 교황 바오로 6세 20차 UN총회 연설 중

생명이신 하느님, 평화 그 자체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우리는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을 반대해 왔습니다. 이는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염원이었으며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의 바램이었습니다.

지난 2011년 10월 10일, 2000여명의 사제, 수도자, 자매, 형제들이 강정마을에 모여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를 출범시켰고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부족하지만 지난 7년간 해군기지 건설 추진 과정에서 고통 받은 강정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의 곁에서 함께 눈물 흘리며 아파하고자 했습니다.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하며 활동 하던 중에 사제들이 구속되었고 수도자들과 자매 형제들이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 국가공권력과 자본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시달리며 온갖 모욕과 수치를 온몸으로 감당해 온 강정의 평화 수호자들이 바로 우리 시대의 예언자들입니다.

우리는 제주 해군기지 추진의 과정이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절차였음을 기억합니다. 강정 주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주민들의 반대 의사를 물리력으로 탄압했던 정부의 일방적인 처사는 국민을 분노케 하기 충분했습니다.

특히 농로폐쇄 담장설치와 구럼비 바위 발파 때에 경찰이 보여준 폭력적인 공권력 행사 방식은, 한국전쟁이후 가장 많은 국민이 희생된 4.3 사건의 상흔이 아직도 생생한 제주에 또다시 아픈 상처를 남겼습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부당한 공권력에 불복종 운동으로 맞선 이들에게 부과된 과도한 벌금 등의 사법적 탄압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합니다.

정부는 북한을 견제하고, 해양영토를 보호하며, 남방 해상교통로와 해저자원 확보를 위해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 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가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실질적 기반은 무기와 군사기지가 아니라 공존을 지향하는 지혜로운 외교와 평화를 위한 정치적 결단입니다.

제주해군기지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동북아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을 비롯한 남중국해 일원과 센카쿠 열도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만을 유발하고 말 것이라는 불행한 미래를 예고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앞장서서 자랑하고 홍보하는 제주의 자연유산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합니다. 한편으로는 제주가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전지역이며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다고 자랑을 하면서, 선정되었음을 자랑하면서 아름다운 해변을 폭파하고 바다에 시멘트 덩어리를 쏟아 부어 군함들이 정박할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을 용납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도 생명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복음을 매일 미사를 통해 제주 강정에서 선포하고 이를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모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정부가 결단하고 원상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며 국민들께 강정마을과 제주의 평화를 위해 함께 해 주실 것을 다시 호소합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제주와 한반도에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강정의 평화가 바로 우리의 평화입니다.

오늘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수호하라는 복음의 요구에 따라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의 출범 정신을 다음과 같이 확인합니다.

우리의 선언과 요구

하나.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합니다.

하나. 우리는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하며 어떠한 폭력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의 불법과 비민주적 절차에 대해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에게 정중히 사과하십시오.

하나.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하십시오.

하나. 국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예산 편성과 집행을 중단하십시오.

하나. 정부는 그동안 강정마을에서 행해진 공권력 남용에 대해 사죄하고, 구속되어 있는 평화활동가 양윤모 송강호 박도현을 즉각 석방하십시오.

하나. 정부는 해군기지 공사로 심각하게 파괴된 자연환경의 복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십시오.

2013년 9월 30일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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