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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사퇴, 사퇴... 박근혜 정부, 총체적 국정 난맥상

 

[분석] 복지부 장관은 항명성 사퇴... 감사원장·검찰총장 공백 장기화

13.09.30 08:55l최종 업데이트 13.09.30 09:1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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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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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혼란'이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주요 기관의 수장들이 연달아 사퇴하면서 국정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사퇴 과정에서 거센 마찰음이 발생하면서 국정 혼란은 가중됐다. 특히, 박 대통령의 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뒤집기에 불만을 품고 사퇴했다.

그는 29일 사퇴 뜻을 재확인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사표 반려와 정홍원 국무총리의 업무 복귀 지시를 거부한 것이다. 비서실장·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최측근 장관'의 항명성 사퇴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한 28일 '혼외아들' 논란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될 모양새다.

이뿐 아니다. 국가 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장은 한 달이 넘도록 공백 상태다. 부총리급의 헌법기관장인 양건 전 감사원장은 외압을 언급하며 사퇴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경질설이 언급되면서 업무 장악력이 떨어진 상태다. 또한 주요 공기업 수장에 대한 임명도 중단된 지 오래다. 출범 7개월을 맞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은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진영 장관 사퇴] 최측근 장관의 항명... 기초연금 공약 뒤집기 논란 확산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대선공약 뒤집기와 그에 따른 최측근 장관의 사퇴는 '우왕좌왕 국정운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의 옛 비서실장 출신인 진영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으로서 복지 공약 만들기에 관여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부위원장으로서 새정부 국정과제 선정을 총괄했다.

그런 진영 장관은 이날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데 반대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여러 차례 전달했다"면서 "반대한 기초연금 안에 대해서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고, 또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양심의 문제"라고 밝혔다.

진 장관의 발언은 기초연금 공약 뒤집기에 대해 사과한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만든 주무부처 장관의 반대에도 기초연금 공약 뒤집기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야권의 공세는 더욱 확산될 모양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9일 "(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은 도대체 양심도 없습니까?' 이렇게 말없이 항변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핵심 측근 장관'의 항명은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사퇴설에 휩싸인 진 장관을 겨냥해 국무위원의 사명과 책임을 강조했다. 진 장관은 이튿날 보란 듯이 짧은 이메일을 통해 장관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히고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28일 박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지만, 그는 29일 사퇴 의사를 재차 밝혔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진 장관의 사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는 등 여권 내 자중지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 사과의 약발은 사그라졌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복지부 장관 없이 기초연금 논란을 수습하고 국정감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발 희대의 막장드라마가 공직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사기를 친 부모나 그 사기죄를 대신 덮어쓸 수 없다며 집을 나간 자식이나 한심하고 우습기는 매한가지"라며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진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검찰 술렁... '채동욱 찍어내기' 비판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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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동욱 총장 배웅나온 검찰 간부들 13일 오후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자 검찰 관계자들이 나와 배웅하고 있다. 채 총장의 사의표명은 갑작스럽고 전례가 없는 법무부의 감찰 발표 직후 나온 것으로, 검찰총장이 더 이상 적절한 업무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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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논란 역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채동욱 총장이 지난 13일 전격 사퇴한 이후, 검찰 수장 자리는 2주 넘게 공백 상태다. 앞서 한상대 전 총장이 지난해 11월 30일 검찰 내부 반발로 사퇴한 뒤 후임인 채 총장이 취임하기까지 4개월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검찰 수장 공백은 장기화될 것을 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28일 청와대의 채동욱 총장 사표 수리 사실을 전하며 "(감찰 수장 공백으로) 검찰 조직이 불안정해지고 마비 상태가 되어 중요한 국가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검찰 수장 공백과 별개로, 채 총장 사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무부가 28일 청와대에 채 총장 사표 수리를 건의하면서 '혼외아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황증거만 나열했고,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채동욱 총장 찍어내기'라는 의혹에 힘만 실어주는 꼴이 됐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8일 "악의적인 소문만을 듣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책임진 검찰총장을 찍어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안하무인식 무리수 정치로서 두고두고 규탄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혼외아들 의혹을 부인하는 채동욱 총장이 30일 퇴임식에서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직이 술렁일 가능성이 높다.

채 총장과 임모 여인 모자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도 청와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6일 "곽상도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가 채동욱 총장을 사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27일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개인정보 불법취득·사찰에 대한 의혹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양건 감사원장 사퇴] 외압 논란... '경질설' 현오석·김관진 업무장악력↓

감사원장 자리도 한 달 넘게 공백 상태다. 지난달 26일 양건 전 원장은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그는 이임식에서 "재임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퇴임하는 감사원장 입에서 '외풍'과 '역부족'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파문이 커졌다.

양 전 원장은 입을 닫았다. 4대강 감사와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 인사의 감사위원 임명을 두고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헌법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헌법 준수와 법치 확립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에 생채기가 났다. 감사원장 공백이 길어질 경우, 검사업무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사원장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공공기관이 수장 없이 대행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한국거래소 등 에너지·금융 공기업을 중심으로 수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이사장 인선이 미뤄지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의 한 직원은 "이사장 선임이 늦어지고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질설이 나오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업무 장악력도 떨어지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 8월 세제개편안의 '중산층 짜내기'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당으로부터도 사퇴 요구를 받아야 했다. 현 경제팀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게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MB 인사'인 김관진 국방장관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유임됐다. 최근 차세대 전투기 선정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정권출범 7개월만에 주먹구구식 국정운영으로 1인통치·측근정치·불통정치의 막다른 골목의 대혼란에 빠진 모습"이라며 "대통령께서는 7개월 만에 찾아온 국정대혼란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준비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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