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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김건희 리스크 넘어 ‘김건희 국정농단’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김건희 여사는 2021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 ⓒ뉴시스
1월 12일 김용남 전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실 필자도 속았다. 2021년 12월 26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였던 김건희 여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이력 논란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약속한 것이다.

 

 

 

국민 기만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약속


당시에는 이 말을 100% 믿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조심하는 모습이라도 보일 줄 알았다. 아마도 많은 국민이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약속은 김건희 여사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할까 말까 망설이던 사람들에게는 더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김건희 여사는 활발한 대외활동을 했다. 공개된 활동 외에 비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포착됐다. 취임 초기에 필자가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에서 ‘여사님’이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경찰이 김건희 여사 경호를 위해 동원된 흔적들이 나왔다. 그중에는 공개되지 않은 단독일정도 있었다. 그 일정을 위해 경찰이 동원됐던 것이었다.

이런 문제가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되자, 그다음부터는 문서를 생산할 때 제목에서 ‘여사님’이라는 단어를 뺐는지 검색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대선 당시의 약속과는 달리 활발한 외부일정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터졌고,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깊숙이 관련됐다는 새로운 증거들도 공개됐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강상면으로 두는 세 방안. ⓒ제작 : 신지현 그래픽디자이너

논란이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다수의 토지를 소유한 쪽으로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 ‘계좌만 맡겼던 것이고 수천만원 손해를 봤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깊숙이 관련되었고 큰 이익을 올렸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양평 의혹과 주가조작에 비선 의혹에


여기까지만 해도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국책사업인 고속도로 노선이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김건희 여사 일가가 토지를 소유한 쪽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은 국가의 의사결정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또한, 고위 검사 - 검찰총장 - 대통령 후보 - 대통령이라는 유력한 자리를 거치고 있는 사람의 배우자라는 이유로 주가조작이라는 중대한 불법 의혹이 있음에도 제대로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도 민주공화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뿐만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가 국정 운영 내지 정치적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는 얘기가 무성했고, 최근에는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받으면서 보인 행태는 이미 영상을 통해 공개되어 있다. 그 영상을 보면, 김건희 여사는 마치 본인을 대통령처럼 생각하는 듯한 언행을 보인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 보인 언행이지만, 오히려 그런 자리에서 보인 언행이기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남북문제에 직접 나서겠다’, ‘자신과 함께 큰일을 하자’는 얘기는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얘기이다.

또한,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현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도 중요한 얘기를 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유투브 방송인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서 지방선거 당시 공천과정에 이해할 수 없는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예를 들면, 어떤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공천을 바꾸려는 것과 관련해서 ‘아크로비스타의 의중’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준석 위원장이 명확하게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 자체만으로 사안의 진상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얘기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비교한다면?


‘국정농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연히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최순실 씨와 김건희 여사는 다르다. 최순실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족이 아니었고,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의 배우자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받는 장면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나 다른 한편 김건희 여사가 가진 특수성도 있다. 일반적인 배우자와는 달리, 대선 당시에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아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일체의 국정 운영이나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고, 영부인으로서의 역할도 일정 정도 접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교 등의 사정상 영부인으로서 의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것에 그쳤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드러나고 있는 정황을 보면, 김건희 여사로 인해 국정 운영이나 정치가 왜곡되거나 파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최순실 씨든 김건희 여사든 간에, 국민이 선출해서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이 아닌 사람은 국정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정치에 관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너그럽게 이해해서 ‘조언’은 할 수 있다고 쳐도, 그 이상 개입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이상이 되면 ‘국정농단’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해 ‘김건희 국정농단’이라는 단어를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건희 리스크’를 넘어서서 ‘김건희 국정농단’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문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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