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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지원 ‘혈세 낭비’?... 건설사 살리기엔 수십조 쏟는 윤석열 정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1/18 09:07
  • 수정일
    2024/01/18 09:0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세사기 피해 지원엔 ‘실효성 없는’ 지원책 남발... 전세사기 부추기는 부동산 정책 추진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10. ⓒ뉴시스
최근 윤석열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지원 및 예방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데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는커녕 양산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지원엔 ‘혈세 낭비’를 운운했던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건설사 부실 PF에 수십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이 나왔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1.10 부동산 대책)’에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및 예방 강화’ 대책이 담겼다.

 

 

 

‘선구제 후회수’엔 혈세낭비 운운한 윤석열 정부,
... ‘경영실패’ 건설사엔 수십조원 지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이번 정부 대책에서 가장 납득하기 힘든 대목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보증금 채권을 매입해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게 하고, 해당 비용은 공공이 임대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로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피해자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 온 피해지원책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선구제 후회수’ 요구를 “혈세 낭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이번 1.10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는 건설사들의 부실한 PF 살리기에 수십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 산업 활력 회복’이라는 명목하에 건설사 자금 흐름 개선 및 사업장별 재구조화·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25조원 규모의 공적 PF 대출 보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 대출 대환보증을 발급해 높은 이율의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 PF 대출 시 건설사의 책임준공 의무에 대한 이행보증 확대(3조원→6조원) ▲ 비주택 PF 보증 도입 확대(3조원→4조원) ▲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에 대한 특별융자 확대(3천억원→4천억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 건설사들이 영리활동을 하면서 생긴 위기를 정부가 적극 나서 구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정부 대응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를 “사인간 계약에 따른 피해”라며 피해자 구제에 대한 선을 그었다. 현재도 정부·여당은 ‘선 구제 후회수’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김주호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실무지원팀장은 “공적기금은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세입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우선변제금 2조~3조원가량을 지원하지 못하겠다던 정부가 민간 건설사들의 경영 실패로 인한 PF 부실에는 수십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며 “대체 누굴 위한 정책이냐”고 비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3.12.21 ⓒ민중의소리

 

‘실효성 없는’ 전세사기 지원책 남발하는 윤석열 정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해 내놓은 대책들에 대해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해 피해주택에 대한 협의매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액에 협의매수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세입자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주택부터 우선 협의매수 대상으로 삼아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대책위는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협의매수 대상 주택의 범위가 협소해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주호 팀장은 “협의매수를 통해 보증금 반환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협의매수가 이뤄지는 대상이 전체의 1/10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대상을 넓히는 게 우선돼야 한다. 신탁·비주거용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불법건축물 등까지 매입 대상을 확대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1만994명 중 LH에 매입 신청을 한 건수는 141건(1.3%)에 불과했다.

김 팀장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예전부터 피해주택 공공매입의 문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면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또 정부가 다가구주택 매입요건을 ‘임차인 전원 동의’에서 ‘피해자 전원 동의’로 완화한 데 대해서도 사실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세대주택과 달리 소유권이 하나인 다가구주택은 임차인 전원동의를 받아야만 공공매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순위 채권자인 임차인과 후순위 임차인간에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큰 선순위 임차인은 경매를 원하고,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후순위 임차인은 공공매입을 원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임차인 전원 동의’였던 규정을 ‘피해자 전원 동의’로 바꾸겠다고 했다.

문제는 여러 임차인이 한 임대인과 계약하는 다가구주택의 특성상 임차인 모두가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즉 ‘임차인 전원 동의’를 ‘피해자 전원 동의’로 바꾸더라도 사실상 달라지는 건 없다는 의미다.

김 팀장은 “국토부는 지난 11월 후순위 임차인들의 동의만 얻어도 LH가 주택 매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면서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 약속을 어긴 셈이다. 후순위 임차인들의 동의만 얻어도 공공매입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약속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법률전문가 대행 비용(1인당 140만원) 지원 규모도 오히려 당초보다 후퇴했다고 짚었다. 김 팀장은 “지난해 10월 6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보완방안’에는 법률 전문가 지원 한도액이 1인당 250만원으로 돼 있다”다며 “정부는 약속했던 지원을 축소하고도 마치 지원을 확대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택 아파트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단기등록임대 부활?... 빌라왕 김대성 양성하는 꼴”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인중개사 잘못으로 계약 당사자 피해 발생하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보증보험회사가 중개사 대신 피해 금액 보상을 보증하는데, 연간 보증 한도(공제 한도)를 상향 또는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이번 1.10 부동산 대책에서 오히려 전세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주택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앞으로 2년 내 준공되는 60㎡이하의 소형 신축 주택(아파트 제외)을 사는 개인에게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또 다주택자는 양도세·종부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 조정지역에서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인 취득세 중과 때도 배제된다. 취득세는 2026년까지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추후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종부세 합산·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지난 정부가 단기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며 없어졌다. 하지만 현 정부는 현재 10년인 임대의무기간을 6년으로 낮춘 단기 등록임대(아파트 제외)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전세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과거 단기등록임대주택과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이 갭투기를 부추겼으며, 전세사기·깡통전세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예고한 비아파트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은 결국 1,6,00여명의 피해자를 발생시켰던 ‘빌라왕’ 김대성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서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국 전세사기의 위험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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