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기밀수사에 사용하는 검찰 특수활동비의 씀씀이가 컸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엔 이전 지검장보다 50% 이상은 더 썼습니다. 특징 중의 하나는 명절을 앞두고 돌린 돈 봉투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법무부장관 때 국회에 나와서 '명절 때 수사가 몰려서'라고 변명했는데, 말이 되나요? 대부분 떡값이겠죠."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의 말이다. 하 대표는 "특수활동비를 용도 외에 사용했다면 업무상 배임이나 국고손실죄"라면서 "4월 총선 때 각 정당에게 특별검사 도입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고, 22대 국회에서 도입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3년5개월간의 법정 싸움... 검찰특활비 자료 10만 쪽 받아 지난 5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농본' 사무실에서 하 대표를 만났다. 여러 단체들이 책상 1~2개 놓고 둥지를 튼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건물 2층의 두어 평 남짓한 사무공간인데, 귀촌 7년차인 그의 활동반경은 마을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곳은 권력형 세금도둑을 잡으며, 한편으로는 산업폐기물 없는 농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국구 시민운동가'의 진지였다. 지난해 9월부터 '하승수의 추적 검찰 특활비'(https://omn.kr/25lmr)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10월 검찰 특활비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확정판결 했고, 3년 5개월에 걸친 법정 싸움에서 승소한 하 대표는 10만여 쪽에 달하는 자료를 받아 분석해왔다.
▲ [이 사람, 10만인] “한동훈은 ‘동료 시민’ 입 밖에 내지 말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인터뷰 #검찰특활비 #특별활동비 #윤석열
검찰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에 쓸 수 있는 예산이다. 규모는 연 80여억 원. 세금도둑잡아라 등에서의 문제제기 때문인지 올해는 72억 원으로 10%가 줄었다. 하 대표는 "특활비 절반은 검찰총장이 각 부서나 일선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배분해주고, 나머지 절반은 사실상 검찰총장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이었다"고 분석했다. 기밀수사는 언제, 어느 곳에서 돌출할지 모른다. 따라서 이를 정기적으로 특정한 곳에 분배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하 대표는 "불법 사용 문제가 제일 잘 드러나는 건 지검·지청 단위에서 확인된 특활비의 쓰임새"라면서 이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기념촬영, 렌탈비, 케이크... "이게 기밀수사와 뭔 상관?"
"특수활동비는 주로 현금으로 썼는데 지청 단위에서 카드로 쓴 게 0.5% 정도 나왔습니다. 소액이지만 이걸 검증했더니, 엉망이었습니다. 할로윈데이 때 파리바게트에서 케이크를 샀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습니다. 공기청정기 렌탈비, 기념사진 촬영에도 특활비를 사용했습니다. 지역 맛집 식당에서 밥 먹은 자료도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돈을 주니까 아무데나 쓴 겁니다." 하 대표는 "특활비 배분 규모가 다소 큰 지검에서는 기밀 수사가 연말에 몰려있는 것도 아닐 텐데, 돈이 남으니까 연말에 몰아서 돈을 나눠줬다"면서 "지검장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때에도 특활비가 집중적으로 쓰였는데, 자기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굳이 남겨두고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분석 결과, 특활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다. 하 대표는 "과거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지검장이었을 때 특활비를 압도적으로 많이 썼고, 특히 명절을 앞두고 사용한 게 많았다"면서 "설과 추석 명절, 두 번씩 총 4번에 걸쳐 총 2억5000만원의 현찰을 봉투에 담아서 명절 떡값처럼 돌렸다"고 말했다. 명절 때 돈 봉투 돌린 '윤석열 지검장'의 이율배반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2023년 7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대검찰청으로부터 건네 받은 윤석열 검찰 총장 재임 당시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치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돈 봉투를 돌렸을까? 자료 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특활비 현금수령증을 보면 대상을 유추할 수 있다. 검찰은 사용내역을 제대로 알 수 없도록 사용처 등을 가린 채 자료를 공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던 2019년 3월 23일자 현금수령증 지급기록에서 수기로 작성된 이름이 발견됐다. 하 대표는 "검찰이 미처 지우지 못한 이름은 현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당시 특수2부 부부장검사였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날, 이 원장에게 200만 원이 지급됐는데, 부장이나 차장에게는 더 많은 돈 봉투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사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국고손실죄는 벌금형도 없고, 손실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억 원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무거운 죄이다. 하 대표는 "당시 전임 국정원장들은 재판 과정에서 특활비를 사적으로 쓰지 않고 결국에는 국정 수행에 그 돈이 들어갔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밀 수사 그 외의 목적으로 쓰는 것 자체가 배임이고 업무상 국고손실죄가 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검찰은 불법적으로 특활비를 쓰면서 국정원 특활비를 수사했다"고 지적했다. 80억 특활비 절반이 현금으로... 씀씀이 컸던 '윤석열 총장의 금고'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우)가 오마이TV '이 사람, 10만인' 코너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씀씀이가 컸던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됐어요. 통상 검찰총장은 특활비 절반을 대검 각 부서나 일선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나눠줬고, 대검 운영지원과가 나머지의 특활비를 관리해야 하지만 돈을 현금화해서 검찰총장 비서실로 전달했습니다. 돈 봉투 만찬 사건을 일으켰던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의 판결문을 보니 지검장 비서실에도 금고가 있었어요. 이렇게 거액의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는 것 자체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겁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금고'도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 대표는 "총액은 모르겠지만, 1년에 수십억 원 단위로 현금화된 특활비가 금고로 들어갔을 것"이라면서 "연말에 금고에는 돈이 남아있었을 텐데, 결산 보고에는 '불용액 0원' 처리를 했다, 운영지원과에서 현금화해서 총장 비서실로 돈을 보낼 때 이미 잔액을 0원 처리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등은 지난해 검찰 특활비 사용의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었다. 하 대표는 "우리들의 지적에 대해 검찰은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법령과 지침에 따라 용도대로 쓰고 있다'고만 반응했다"고 말했다. 결국 하 대표는 "우리는 그간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해왔고, 지난해 7월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의 시민단체가 해당 청원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게시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서 국회 법사위에 청원이 회부됐다"고 밝혔다. 검찰 특활비 불법 사용이 '조직범죄' '국기문란'인 까닭 하 대표는 검찰이 2017년 5월 이전 자료를 불법 폐기한 것을 '조직범죄'로 규정했다. 그는 "대검찰청뿐만 아니라 전국 지청에 있는 특활비 자료를 다 없앤 건 어마어마한 문제를 덮으려고 조직적으로 나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검찰이 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2017년 하반기에도 대검찰청에서 지급된 2억 원은 현금 수령증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2017년 5월은 검찰 '돈 봉투 만찬' 사건이 터진 직후였다. 그해 4월 21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이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검찰 특별수사본부 간부 6명과 검찰국 1, 2과장에게 돈 봉투를 건넨 게 드러나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었다. 이 때 이 지검장은 직권 면직됐고, 그 후임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인물이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하 대표는 "윤 대통령은 직권 면직된 이 전 지검장의 후임으로 지검장이 됐는데도, 특활비 불법 사용은 계속됐고, 2017년 5월 이전의 자료가 폐기된 것도 그 때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돈 봉투 만찬사건 이전에는 특활비 사용이 지금보다 더 엉망이었을 텐데, 불법의 증거를 다 폐기해버렸다"고 말했다.
"기록물은 관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기록물 관리법도 있습니다. 공공기록물을 조직적으로 폐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실도 자료를 폐기하면 안 돼요.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하게 돼 있죠. 대한민국 어느 기관에서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기문란 사건인거죠."
따라서 하 대표는 "이 사안은 현직 대통령과 검찰 내에서 돈 봉투를 받을만한 위치에 있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연관된 사안"이라면서 "검찰 출신이 많은 공수처는 조직범죄와 국기문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인 한동훈 위원장에게도 할 말이 많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공공선' '동료시민' 언급하지 마라"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와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가 2023년 7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 총장 재임 당시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치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자료를 수령해 나오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공선'을 이야기했잖아요.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인 공공선, 일종의 공익은 국민 세금을 잘 쓰는 겁니다. 또한 기록을 잘 관리하고 누가 검증하고자 할 때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세금을 잘 쓰고 있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엉망으로 쓴 특활비 정보공개를 거부하다가 법원 판결로 어쩔 수 없이 공개한 영수증도 모두 가리고 제출했습니다. 공공선을 주장한다는 게 기막힌 일이지요.
또 최근에는 '동료 시민'이라는 말도 자주 쓰는데 동료 시민들은 그런 돈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한 장짜리 현금 수령증 쓰고, 월급도 아닌 현금을 수백만 원씩 받아서 어디다 쓰는지 보고도 안 하는 행태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한 위원장이 말하는 '동료시민'이 누굴 말하는 건가요?" 하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흔드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많이 벌이고 있다"면서 "오는 4월 총선 때 검찰 특활비도 하나의 이슈로 만들고 이후에 특별검사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음기사 "판검사가 되는 것보다..." 권력 맞선 30년 택한 이 사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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