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들의 삶은, 명절처럼 국민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에도 끊임없는 노동의 반복이다. 이들의 근면은 주목할 만하나 그 배경에는 깊은 고민과 어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가게 문을 닫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변화와 함께, 명절 당일에도 문을 여는 자영업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매출의 압박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명절에는 대부분 가정이 차례와 가족 모임에 집중하며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 자영업자들도 그날만큼은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전통적인 명절 관습이 변화하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명절 연휴는 물론 당일에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되었다.
명절에도 가족과 시간 보내기 힘든 자영업자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다 보니 자영업 중 특히 음식점들의 명절 연휴 영업은 이제 당연한 일처럼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용산구에서 프랜차이즈 피자를 하는 사장 A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전 창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동안 명절 연휴 중 명절 당일은 당연히 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년 명절 때 당일 다음날 가게를 열었더니 동네 배달대행 사장이 당일이 '대목'인 거 몰랐냐고 왜 닫았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서둘러 차례 지내고 저녁에라도 가게를 열까 생각 중입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요? 당연히 매출 때문이죠. 이렇게까지 누가 하고 싶겠어요. 알바에게 나오라고는 못 하겠고 혼자서라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명절 영업은 휴업하는 가게들로 인해 오히려 고객을 끌어모을 기회가 된다는 계산도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 뒤에는 '구인난'이라는 큰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명절 연휴 기간에는 대부분의 알바들 또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인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각종 당근책을 사용하는가 하면, 가족 구성원을 동원해 영업을 지속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다음과 같이 명절 연휴 상황을 이야기했다.
"제 기억에 명절 연휴를 쉬어 본 적이 없네요. 부모님 댁은 미리 가는 거죠. 어쩌겠어요. 이 일이 그런 걸. 이번 설에 일할 알바는 확보했어요. 당연히 명절 근무 인센티브는 지급해야지요. 월급 때 합쳐서 주지 않고 따로 돈 봉투 만들어 당일 줘요. 그래야 기분 좋을 테니까요. 우리 집 애들한테 미안하죠. 명절이면 아내가 가게와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챙겨줘요. 애들 좀 더 크면 이렇게는 안 하려고요. 좀 쉬엄쉬엄 일해야죠. 그런데 아직은 해야 하네요."
서울시 강동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C씨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명절이 어디 있어요. 특히 카페는 명절 연휴 때 가족들이 차례 지낸 뒤에 같이 모여 담소 나누는 장소가 되어서 더 잘 돼요. 그러니 쉴 수가 없죠. 그래서 저도 자영업 내내 명절 연휴를 쉬어 본 적이 없어요. 카페 창업 이전에는 편의점을 했거든요. 그때는 24시간 영업이다 보니 제가 37시간을 내리 근무한 적도 있어요. 설에 일할 직원이요? 1.5배 준다고 하면 다 나옵니다."
쉬지 못하는 게 '네 선택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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