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잡는다고 농민만 때려잡는 농산물 수입 정책
사과값이 올라서 ‘금사과’라고 하는데 사과농가 중 돈 벌었다는 사람은 없다.
배도 금이고, 대파도 금이라고 하는데 농가 중 부자가 됐다는 사람은 없다. 최근 한 알에 1만원 한다는 사과도 지난해 농민 손을 떠날 때는 1,500원, 2,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농민 한 사람도 아니고 대한민국 한 농가가 1년 동안 피땀 흘려 농사지어 벌 수 있는 돈이 고작 1천만원도 되지 않는다.
농민단체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 유통업체 지원 및 수입확대에 나서면서 정작 국내 생산 및 공급대책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농축산물 생산안정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매번 당장의 물가관리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실제로 사과, 대파 등 농산물가격의 상승 원인은 냉해·폭염·집중호우·병충해 등에 따른 작황부진인데,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은 없다. 대신 잦은 농축산물 할인과 수입확대 정책은 농가소득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생산기반 축소와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올해 냉해 예방 정부예산은 20억원에 불과한데, 농산물 가격을 잡겠다고 납품단가 지원과 할인지원 예산 등에는 1500억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산물 수입으로 농산물 가격을 잡으려는 정부정책이다.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윤석열정부는 가격이 오를 기미만 보여도 수입농산물을 들여오고 있다. 물가를 핑계로 들여오는 저율관세할당물량(TRQ) 마늘·양파 역시 농민들이 자식 같이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게 만드는 이유다. 우리 농업이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원흉은 바로 수입농산물인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이란, 일정량의 수입농산물에는 저율의 관세를 매기고, 그 정해진 양이 초과하면 고율 관세를 매겨 국내농산물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정책이다. 그런데 오히려 윤석열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며 저율관세할당물량을 계속 늘려서 국내 농산물 생산기반을 파괴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3월 7일 기자회견에서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지난 2022년 마늘 가격이 오르자마자 정부는 TRQ 수입을 강행했다. 농가 손에서 5,000원에 떠난 마늘이 소비자 손에 건네질 땐 1만5,000원이 되는 기막힌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질 않은 채 당장 손쉬운 TRQ 수입으로 소비자 물가만 낮추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TRQ 수입으로도 정부는 소비자 물가조차 낮추지 못했고 이때 도입된 TRQ 마늘이 재고로 남은 탓에 지난해 마늘 가격이 40% 가까이 폭락해 TRQ가 농민을 죽이는 하나의 사례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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