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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2시간 전 해고 통보" "회생 의지 없는 회사"···이게 노동의 대가인가

수정 2026.05.01 07:08

이름 되찾은 노동절, 길거리 내몰린 노동자들

우창코넥타 65명 “퇴근 2시간 전 집단해고 통보”

홈플러스도 강제 퇴사 “노동절 맞는 기분 무거워”

민주노총 우창코넥타지회 소속 조합원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모회사인 모베이스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행진은 지난 22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서 출발해 일주일간 진행됐다. 한수빈 기자

근로자의 날이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제 이름을 되찾고 올해 처음 법정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평생을 바쳤던 일터에서 해고됐거나 해고될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은 노동절이 ‘이름을 되찾았다’는 구호를 넘어 노동의 가치와 존엄을 높이고 실질적인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절을 사흘 앞둔 지난 28일 우창코넥타 소속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몸이 망가지면서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성실하게 일해온 노동자들이, 우리처럼 아무 보호 없이 버려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말했다.

우창코넥타는 충남 천안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1996년 설립돼 매년 흑자를 내던 건실한 기업이었지만, 올해 1월 22일 파산했다. 노동자들은 이 때까지도 파산 사실을 모르고 있다 퇴근 2시간 전에서야 전직원이 집단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우창코넥타 노동자 65명은 그날 이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첫 노동절인 1일은 이들이 거리로 나선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우창코넥타 노동자들은 지난 22일 회사가 있는 천안에서부터 경기 화성·수원 등을 거쳐 100㎞ 이상을 걸어 국회와 청와대 등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바라는 것은 고용승계로, “인대가 끊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기분이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창코넥타를 인수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모베이스(모베이스전자)가 ‘기획파산’을 했다고 주장한다. 우창코넥타가 가진 현금과 자산을 빼돌리고 파산시켜 합법적으로 채무를 탕감받은 뒤 다른 기업에서 생산활동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모베이스 인수 이후 부채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기업 논리에 따라 ‘대량 해고’···이게 노동 대가인가

노동절에 투쟁 100일차를 맞는 한선이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 위원장, 김민정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 우창코넥타지회 지회장, 조합원 이관형씨가(왼쪽부터)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28 한수빈 기자

모베이스가 우창코넥타를 인수하기 직전인 2018년 부채율은 130%였지만 2019년 인수 이후 270%까지 급등했다. 2022년 부채율은 5560%까지 치솟았으며 2023년부터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순자본은 2018년 306억원에서 지난해 4억8000만원으로, 매출도 800억에서 180억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0억에서 3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은 노동자 중에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일한 이들이 많았다. 우창코넥타에서 26년간 근무한 이관형씨(52)는 “회사 초창기인 1994년 입사해 생산라인이 3개일 때부터 일했다”며 “라인이 20개를 넘고 중국에 자회사를 만들 때는 내가 성장한 것처럼 뿌듯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노동의 대가가 이런 결말이라니 황망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 우창코넥타지회장은 “우창코넥타 파산을 인정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부당한 방식으로 대량 해고하는 것을 법원이 인정하는 셈”이라며 “대한민국이 점점 더 노동자들에게 불공평한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2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우창코넥타 노조 “노동자에 더 불공평한 세상 됐다”

홈플러스 직원들 “MBK는 회사 살릴 의지 없는듯”

이미숙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북수원지회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홈플러스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노동절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법정관리 기한이 또 두달 연장됐지만,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도록 정상화 방안을 좀체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전국 곳곳의 점포들 ‘부실 점포 단계적 정리’라는 명목하에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폐업 지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인근 다른 지점으로 배치하고 있지만, 먼 지역으로 배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퇴근 부담으로 사실상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 반강제적으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남아있는 지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언제 내 순서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결국 청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홈플러스에서 24년간 일한 이미숙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북수원지회장은 “지난 1년 사이 2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홈플러스를 떠났다. 급여도 밀리고 있다”며 “그런데도 (대주주인) MBK는 홈플러스를 살리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홈플러스 법정관리 기한이 연장된 것과 관련해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까, 계속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라며 “노동절을 맞는 기분이 오히려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를 만들고 지난 10년 동안 처절하게 투쟁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노동자 관련 이슈가 터지면 무언가 바뀔 것처럼, 노조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하지만 그때뿐이었다”고 말했다.

전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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