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7월, 링컨센터 한국문화축제에서 만난 이선균 배우 ⓒ 최현정
"유어 핸드폰 플래시, 레프트 라이트 쉐킷쉐킷, 오케이?"
작년 7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코리아 아츠 위크가 열렸다. 뉴욕 밤하늘 아래 무대 위 크라잉넛은 '유창한' 영어와 퍼포먼스로 링컨센터 무대를 찢어 놓았다. <파칭코>의 이민진 작가가 후배 한인 작가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있었다. 여름밤 야외에서 상영하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그 흡입력이 여전했고 K-Pop으로 채워진 사일런트 디스코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뉴욕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은 한국 영화의 향연 같았다. 최근 개봉한 작품을 들고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장항준 감독의 입담을 100% 알아듣고 외국 관객 사이에서 킥킥대고 있는 나 자신이 뿌듯하면서 낯설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제의 처음과 끝은 이선균이었다. 그는 개막식과 폐막식을 빛내주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오른 최고의 스타였다. 그러나 평소에는 반바지에 편한 스니커즈로 링컨센터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스타임에도 관객으로 자유롭고 즐거워 보였던 이선균은 그로부터 석 달 뒤 마약 혐의로 뉴스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연이은 '음성' 소식에 '그러면 그렇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잠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의 인생과 이미지와 인격과 존엄을 모욕하고 조롱하던 경찰, 검찰, 언론, 유튜브...
작년 여름 뉴욕의 햇빛 아래서 빛나던 배우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깊이 있는 연기로, 영원한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 부장으로 오랫동안 남아 우리 또래의 고민을 연기해 줄거라 생각했었다. 그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세계적인 배우조차 온전히 제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없는 곳, 그곳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란 사실이 무섭고 분하고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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