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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칠준 변호사, 내란음모 무죄 확신

노래불렀다고 이적?… 실체없는 사건으로 국정원, 검찰 선동적 여론재판
 
권종술, 백운종 기자
기사입력: 2013/10/10 [16:1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김칠준 변호사 © 이창기 기자, 진보정치 백운종 기자 제공


“노래불렀다고 이적?… 실체없는 사건으로 국정원, 검찰 선동적 여론재판”
“사건 맡은 변호사에게 종북 낙인…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이러진 않았다”

지난 2일 법무법인 다산 서울 사무실에서 ‘국가정보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 공동변호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를 만났다. 김 변호사는 검찰 공소장에 대해 “내란음모를 벌였다는 조직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번 내란음모조작 사건으로 빚어진 매카시즘 광풍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내란 음모의 지지자, 방조자, 숙주, 종북 세력 등 모호한 용어로 광범위한 낙인을 찍고 있다”며 “소설 속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글= 권종술 기자 news@goupp.org
사진= 백운종 기자 bju@goupp.org
<진보정치 628호>



-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나?

= 오는 14일이 공판 준비기일이다. 법원에서도 이번 건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집중심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때문에 통상적인 재판보다는 빈번하게 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증거조사 대상 등을 정리하고 재판에서 가려낼 쟁점을 정리하게 된다. 각 쟁점과 검찰 제출 증거에 대한 변호인의 의견, 증거능력 여부, 적법한 증거인지 아닌지 공방도 예상된다.


- 지난달 30일 추가로 3명이 구속됐다.

= 사실 추가 구속자가 나온다 하더라도 새로운 증거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추가 구속자에 대한 기소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변론 진행 도중이어도 재판은 병합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소환이나 구속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5월12일 녹취록에 등장하는 발언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참석자들의 경우 이미 기소된 사람들의 공소유지 자체도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기소가 될 수 있을 진 아직 의문이다.


-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은.

= 검찰은 내란음모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동조와 고무찬양, 이적표현물 소지로 기소했다. 내란 음모는 소위 RO라는 지하혁명 조직이 있다는 게 첫 번째 전제다. 그 전제 위에 5월12일 회합에서의 발언이 구체적 내란 음모 행위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그리고 RO 실체와 관련해 민혁당 사건 기록을 장황하게 인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RO와 민혁당이 어떤 관계인지 적시하지 않고 있다. 관계가 있으려면 구성원들이 조직을 재건한 것인 지 등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없다. 또 12일 모임이 내란목적의 음모 행위라고 하고 주장하지만 과연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을 가지고 폭동을 결의하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행위는 어디에도 없다. 한마디로 실체 없다. 무죄를 확신한다.


- 이번 기소 내용에 반국가단체 구성이 빠졌다.

= 검찰이 주장하듯 RO가 지하혁명 조직이라면, 그런 실체를 가졌다면 법적으로 반국가단체 또는 이적단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기소하지 않은 것은 적어도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이나, 수집된 증거에 의하더라도 반국가단체 또는 이적단체로 유죄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 변호인단에선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정원이 ‘감청영장’ 즉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를 받아 녹음을 했을 경우와, 제보자를 도구로 이용했을 경우다. 변호인단은 이 두 상황 모두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자는 ‘통신제한조치’를 2개월을 시한으로 법원에서 영장을 받고 그 이후 연장을 거듭하게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이 위헌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법이 아직 개정되지는 않았지만 위헌 판단이 나온 이후 연장을 반복한 것은 적법한 철자가 아니라고 본다. 사람을 도구로 이용한 것도 불법 수집인 건 마찬가지다. 현재 검찰은 통신제한 허가를 받았고, 제보자를 통해 감청을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위헌 판결과 충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제보자를 통한 감청의 적법성을 두고선 논란이 계속 될 것이다.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제기했다.

= 국정원은 내란음모가 안되면 국보법 위반이라도 성립될 것이란 판단으로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 기소 내용을 보면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부른 걸 이적동조와 고무찬양의 근거로 제시했다. 노래를 부른 것만으로 이적동조와 고무찬양인지 논란이다. 특히 혁명동지가의 경우 국내 작곡가인 백자 씨가 만든 노래로 이미 많은 이들이 부르고 있는데, 특정인이 불렀다고 고무찬양이라고 몰아가는 건 억지스럽다. 노래를 근거로 고무찬양이 유죄가 된다면 그것이 국보법을 반드시 폐기해야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최근 단순한 김일성 주석 묘지 참배는 고무찬양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 이번 사안을 두고서도 법원의 고민이 클 것이다. 아울러 국보법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다. 이번 재판에서도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다.


- 검찰이 기소하면서 압수수색 자료라며 제시한 증거를 보면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것들이 많다.

= 압수한 물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적표현물로 볼 수 있는 지 의문스러운 것이 많다. 사상과 양심, 학문의 자유가 허용되는 사회라면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이 어떤 문건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처벌하는 건 전후 맥락을 떠나 우리 사회를 문명사회라 부를 수 없는 수준이다.


- 이번 사건은 여론재판의 성격이 강하다.

= 검찰 기소는 국정원의 구속 영장을 그대로 공소장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검찰이 자기 책무를 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를 통해 혐의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밝혀왔지만 국정원에 의한 녹취록과 압수수색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수집된 증거는 없다. 여전히 실체조차 없는 RO와 녹취록만 되풀이 하고 있다. 공소장의 상당 부분에선 언론을 매개로 여론몰이를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식 용어 도표, 북한 영화 제목과 화면, 애창곡 3선이라며 가사를 보여주는 것 등은 철저히 사건과 관련 없는 여론몰이용이다. 심지어 이석기 의원이 정당한 권리로 제출받은 국방 자료를, 이걸 북에 넘긴 것인지 내란 음모에 활용한 것인지 아무런 언급 없이 문제가 있단 식으로 몰아갔다. 받을 수 있는 자료를 받은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가. 그럼에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공소장에 그대로 받아썼다. 언론내용을 받아썼다는 자체가 이 사건이 여론몰이용임을 드러내 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 매카시즘 광풍이 거세다.

=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이 60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에서 재현되고 있다. 실체가 없는 사건을 가지고 국정원과 검찰이 선동적인 여론재판에 나섰다. 1차적 피해는 구속자들이 재판도 받기 전에 내란음모를 했다는 예단으로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면서 발생했다. 2차적 피해는 RO의 조직원이라고 언론에서 지목하는 순간 발생하고 있다. 무슨 행위를 했는지 상관없이 공범자로 사회적인 매장을 당하고 있다. 3차 피해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비판적 의견을 낸 진보성향의 인사 등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내란 음모의 지지자, 방조자, 숙주, 종북 세력 등 모호한 용어로 광범위한 낙인을 찍고 있다. 대학생이 자본론을 강의하는 교수를 신고하고, 지역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해 온 사람들이 통합진보당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 소설 속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 변호인단도 종북 변호사로 몰리는 상황이다.

= 이번 사건의 심각성 가운데 하나는 그 광풍을 변호사들도 빗겨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살인범이건, 강도범이건 누구를 막론하고 변론을 할 수 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때에도 변호사들이 간첩 사건 등 많은 공안 사건을 맡았다. 그 당시엔 그런 변호사들을 인권 변호사, 진보 변호사로 불렀다. 오히려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건을 맡은 변호사를 종북 낙인을 찍는다. 제게도 팩스와 전화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있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국정원이 진행한 매카시 광풍이 이런 상황을 불러왔다. 이런 상황이 바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말해준다. 재판 과정을 통해 이 사건의 본질이 뭔지 국민에게 알릴 것이다. 다행히 검찰 발표 이후 많은 국민과 지식인들이 이 사건의 본질을 깨닫게 됐다. 재판이 진행되면 더 많은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


- 위헌정당 해산까지 주장하고 있다.

- 정당해산에 맞서는 것은 단순히 진보당 지키기 차원을 뛰어넘는 문제다. 정당해산 주장은 민주주의의 철학과 제도적 이름을 철저히 유린하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주의 지키기 차원에서 정치적 입장을 불문하고 공동변호인단을 넓게 꾸려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 당원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 진보당 당원들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분들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시야를 넓게 보고 공안탄압에 주눅이 든 친구와 이웃을 설득하기 위해 나서달라. 이번 사건에 맞서는 건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당 당원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의연하게 맞섰으면 한다.



공동변호인단이 무죄 확신하는 3가지 이유
“북 연계?, RO 실체?, 내란 계획?…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공동변호인단 단장인 김칠준 변호사는 거듭 “무죄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공동변호인단이 무죄를 확신하는 이유는 무얼까? 김 변호사는 “내란음모를 벌였다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와 공동변호인단이 무죄를 확신하는 이유를 이곳에 정리했다.

△ 북 연계 수사발표에도 언급 없어= 검찰의 수사발표엔 북과의 연계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언론을 통해 북과의 연계, 북으로부터의 자금 지원 의혹을 흘렸지만 아무런 증거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 RO 실체 증명할 증거 없어= 이번 사건은 RO가 실체를 가진 지하혁명 조직이어야 내란음모를 모의했다는 검찰의 기소내용이 증명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5월12일 회의에서 내란음모를 모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RO의 체계 및 지휘통솔체계에 대한 제대로 된 조직도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12일 토론 분반을 그대로 조직이라며 옮겨왔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등에선 RO기 총책-중앙위-지역·부문 등의 조직을 갖췄다고 했지만 이번 기소에선 중앙위란 표현이 빠졌다. 조직원 숫자도 12일 모임에 130여명이 모였으니 그보다는 많을 것이란 추정으로 130여명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RO가 있어서 12일 모임이 내란음모라고 규정해놓고, 그 근거를 물으니 12일 모임이 RO가 있다는 근거라는 식으로 전형적인 순환논증오류다.

△ 언제, 어디서 등 구체적 계획 없어= 내란음모는 머리로 생각만 한다고 처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등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내란을 일으켜 어떤 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당사자간의 일치된 합의와 세부적 계획이 있어야 내란음모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제시한 녹취록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없다. 강연과 분반토론 등 정세토론일 뿐 내란음모라고 규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정리= 권종술 기자 news@goup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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