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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보당 윤종오 “민주당에 할 말 하면서, 진보의 유능함도 보여줄 것”

윤종오 진보당 울산 북구 당선인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 윤종오 국회의원 당선자는 현대자동차가 위치한 울산북구에서 1998년 구의원으로 시작해 시의원, 구청장을 거쳐 국회의원을 했다. 울산광역시장을 제외하고 다 해봤다는 그가 이번 총선에서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그가 걸어온 진보정치 역정 속에 정치 환경도, 진보정당의 입지도 크게 바뀌었다. 윤 당선자는 “진보정치 통합도 당연히 해야 하지만, 민주당과 협력도 역시 중요하다”며 “진보정당도 성과를 만들어내며 유능함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4.10 총선에서 울산북구에서 55.12%를 득표해 42.88%를 얻은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를 12.24%p 차이로 누르고 완승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윤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윤석열 정권 심판선거였다”고 돌아봤다. 선거기간 내내 “윤 대통령 보기 싫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그러나 유례없는 집권당 참패 결과가 나온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과 여당은 뚜렷이 달라진 게 없다. 윤 당선자는 “안타깝다. 총선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질적인 반성의 결과를 보여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면서 영수회담도 “윤 대통령의 시간 끌기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채상병 특검 떳떳하면 못 받을 이유가 있습니까? 김건희 여사 문제도 어차피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거 물어보면 답하기 궁색하니까 대통령이 기자회견도 못 여는 거 아닙니까?”

진보당 울산 북구 윤종오 당선인이 23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예방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4.24 ⓒ민중의소리

압도적인 정권심판과 야권의 큰 승리
22대 국회 야당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기도


압도적인 정권심판과 야권의 큰 승리는 22대 국회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이어진다. 이는 야당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윤 당선자는 “국회가 더 진보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겪지 않아 함부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21대 국회는 생산적이지 못 한 것으로 보였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이른바 ‘개혁 의장론’을 적극 지지했다.

“국회에서 자꾸 싸운다고 나무라는 국민들이 있지만, 국회는 사실 싸우는 곳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싸우지 않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는 “국회가 개혁입법 과제는 물론이고 이제는 쟁점으로 잘 조명되지도 않는 국가보안법 문제나 한반도평화 문제까지 주도해야 한다”면서 “개혁적 의장도 필요하고, 발목 잡기나 하는 법사위도 당연히 야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야당에 압승을 안겨준 만큼 국회는 결과물로 답해야 한다는 확신이었다.

1986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시작으로 노조 활동에 앞장섰던 윤 당선자는 지난해 말에 정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뼛속까지 노동자였다. 인터뷰가 정부의 노동정책에 이르자 질타가 쏟아졌다.


“지지율 올리기 수단으로 활용했지 자기들이 말하는 노동개혁이 뭔지 뚜렷한 청사진 하나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3대 개혁이 전부 그렇습니다.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것에서 나아가 진보적 노동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산업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는 것에 맞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정부가 내놨다가 여론의 철퇴를 맞은 이른바 ‘69시간 정책’과 정확히 대각을 이룬다. 주 4.5일제를 거쳐 주4일제로 가야 한다면서, 정부와 사용자 측의 부정적 입장에 대해 “주 44시간과 40시간으로 개혁할 때도 ‘나라 망한다’고 난리 쳤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윤 당선자는 노동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와 협력이 전혀 없음을 지적했다. 날로 악화하는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수만 명이 넘는 의사집단에게 공권력을 앞세워 무릎 꿇으라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의 목표는 국민통합인데 오히려 ‘국민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념으로 가르고, 남녀로 가르고, 의사와 환자를 가르고, 온 나라를 갈라치고 있다. 내 편 아니면 배제하다 보니 지지율 23%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정치 통해 정권심판 선거 가능했다
민주당도 득을 보고 진보당도 원내 교도부 확보“


진보당은 이번 선거로 비례 2명, 지역구 1명 등 3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를 냈다. 윤 당선자는 유일한 재선이자 지역구 의원이다. 이런 결과는 민주당과 비례연합을 하고, 지역구도 대부분 단일화해서 이뤄냈다.(지역구 현역인 이상헌 의원이 탈당해 윤 당선자는 별도로 단일화경선을 치렀다.)

“윤석열 정부가 워낙 폭압적으로 하니까 이걸 멈추기 위해서 전술적 수단으로 연합정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이 ‘민주당도 보수다, 양당패권정치 끝장내자’고 선거를 치렀으면 정권심판 선거는 안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습니까. 결국 국민들이 야당에 압도적 의석을 주셨습니다.”

여야 간의 엄청난 의석수 차이를 가져온 수도권의 경우, 각 지역구의 표차는 크지 않다.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이기는 것으로 예측된 몇 곳의 개표 결과가 뒤집히기도 했다. 수도권에 출마한 진보당 후보들이 완주를 했을 경우 더 많은 곳의 선거 결과가 바뀌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윤 당선자는 “최소 10석 이상 당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연대연합으로 정권심판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득을 봤고, 진보당은 원내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윤종오 진보당 울산 북구 당선인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은 지난해 보궐선거로 얻은 1석에서 3석으로 국회 의석이 늘었으나 녹색정의당이 원외정당이 되면서 진보 전체의 몫은 줄었다. 민주노동당 이전부터 진보정치를 시작해 한길을 걸어온 윤 당선자는 “우리가 힘이 많았다면 굳이 연합을 할 이유가 있겠냐”면서, 진보운동 일부의 연합에 대한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정당의 분열, 특히 박근혜 탄핵과 촛불혁명 시기의 분열에 대해 아프게 성찰했다.

“촛불혁명 당시 진보정치가 똘똘 뭉쳐 있었다면, 극우세력을 몰아내고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구도로 정치구조를 새롭게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시 분열에 대해 반성하면서 진보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대안정치세력으로 튼튼히 자리매김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진보정치 통합과 민주당과의 협력을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로 짚었다. 즉 “진보당 3명으로는 당장 법안 발의도 안 된다. 국회에서 필요한 진보적 입법을 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든 조국혁신당이든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모아야 한다”는 것. 이른바 ‘2중대’ 우려에 대해서도 “민주당에 할 말 확실히 하고, 진보당이 선도적으로 치고 나갈 것은 역할을 하겠다”면서 “민주당과의 협력과 진보당의 독자성, 주도성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혁명 당시 진보 분열 반성해야
조합원들 진보 통합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협력도 요구
지금은 진보정당도 성과로 유능함 보여줄 때”


윤 당선자는 진보정당도 이제 유능함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무상급식과 부유세 등 민주노동당의 선도적 의제가 점차 상식과 현실이 될 때 그도 구청장으로서 지역에서 여러 성과를 거두었다. 주민들이 이번에 그를 믿어준 것은 정권심판 구호가 옳아서만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구체적 성과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진보정당의 가치와 주장이 옳다는 것에서 나아가 입법과 실천의 성과로 유능함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그는 진단했다. 윤 당선자는 진보당이 전국에서 펼친 주민대회를 좋은 사례로 꼽았다.

“예전에 진보정당이 하나가 되면 찍어준다고 할 때가 좋을 때였어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금 조합원들은 진보정당이 하나가 되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민주당과 협력을 잘하라는 말도 많이 합니다. 현재 진보정당만으로는 집권 등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반증이죠. 진보정당의 독자적 힘을 키우는 것과 현실에서 성과를 만들어 믿을 만한 대안정당으로 성장하는 것은 동시에 풀 숙제입니다.”

2016년 10월 2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자 윤종오, 김종훈 의원이 백남기 농민 사망과 최순실 의혹 관련 손피켓을 내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국회 개원이 다가올수록 3명밖에 없는 의원에게 노동자, 농민, 그리고 많은 진보적 과제가 요구가 쏠린다. 상임위 배치도 중요하지만, 추가로 여러 의제를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지역구도 챙겨야 할 그의 어깨가 무겁다. 인터뷰 말미에 윤 당선자는 하고 싶은 말로 자신을 당선시켜 준 주민, 당원, 노동자들에게 “은혜를 갚는 길”에 대해 말했다. “노동자, 서민을 위해 약자의 편, 정의의 편에서 한결같이 뛰는 국회의원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이것이 26년 진보정치 활동의 결론일 수 있겠다.

이날 진보당사에서는 현재 2기 지도부의 마지막 당무위원회가 열렸고, 3명의 당선자도 자리를 함께했다. 총선 후 윤희숙 대표의 첫 메시지에도 나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진보정치’라는 글귀가 당사에 걸려 있는데, 윤 당선자의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졌다. 옳은 말을 세게 하는 진보정당에서 진화해 국회와 지역, 민중생활의 현장에서 성과를 만드는 진보정당으로. 국회 300석 중 1%인 3석의 진보당이 넘어야 할 커다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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