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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불어닥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골디락스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아서 번스의 재림

바이든 재정확대의 역풍

미 고금리의 장기화와 원화환율 폭등

골디락스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과 물가통계가 충격적이다. 성장은 반토막나고, 물가는 두배로 뛰었다.

2024년 1분기,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6%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3.4%)와 비교해 성장률이 반토막난 것으로, 시장 전망치(2.5%)도 크게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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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성장률 하락이 물가 상승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3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며, 전달의 상승 폭(3.2%)과 비교해 0.3%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PCE)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데, 1분기에 전년 대비 3.4% 상승하였다. 이는 작년 4분기 1.8%보다 두배 높은 수치이고, 앞서 블룸버그가 발표한 전망치(2.6%)보다 1%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게다가 변동성이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Core CPI)는 3월에 전년 대비 3.8% 상승하고, 근원물가지수에서 정부가 통제하는 의료비와 주거비까지 제외한 슈퍼근원물가지수마저 전년 대비 4.1% 상승해, 충격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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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골디락스’, ‘소프트 랜딩’, ‘노 랜딩’ 이라고 흥분했던 미국 경제가 순식간에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6월 금리인하설, 서너차례 금리인하설 등으로 들떠 있던 미 금융시장은 ‘이제 금리인하는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 때문에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ㆍ골디락스 : 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경제상태

ㆍ소프트 랜딩 : 경기 연착륙

ㆍ노 랜딩 : 침체 없는 호황

ㆍ스태그플레이션 :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좀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면 (GDP) 지표는 (잠정치나 확정치에서) 이보다 높게 수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통 경제통계는 전망치,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순으로 발표된다. 이번 발표는 속보치이다. 이런 점에서 추후 경기급락 수치는 다시 조정되어 올라올 것이라는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대물가시대는 다시 오지않는다. 3%대 물가가 ‘뉴노말(새로운 정상)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저금리 시대 역시 다시 오지 않는다. 중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다. 여기에 경기둔화와 침체현상이 가시화되면,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돌입히게 된다.

 

아서 번스의 재림

이번 사태를 겪으며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가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의 정책실패이다.

2021년 3월 4일 파월 의장은 당시 물가인상과 관련하여 “일시적 현상”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다가 2022년 5월 2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고 지속적일 수 있다"고 인정하고,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에서 5.50%까지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금리인상속도였다.

파월 의장은 작년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Fed(미연준)가 금리 인하의 적절한 시점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반복적으로 금리인하를 예고해 왔다. 연초 물가가 반등하는 현상과 관련해서도 “계절적, 일시적 요인”이라고 치부하며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비둘기파 입장을 접지 않았다. 하지만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하는 추세가 확연했졌다.

결국 파월 의장은 지난주에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입장을 매파적으로 바꿨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2022년 7월 9.1%까지 올라 정점을 찍은 후 작년말 3%대로 하락추세에 있었다. 따라서 올해나 내년에는 2%대 물가안정을 달성하고, 고금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금리인하가 가능하리라고 예측해왔다. 그러나 물가가 3%대에서 좀 채로 낮아지질 않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상이 길어졌다.

이런 현상을 ‘끈적끈적한 물가’라고 해서 ‘스티키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1분기 물가상승 추세가 다시 나타나자 오히려 ‘2차 인플레이션’이 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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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파월 의장의 정책적 실패가 더욱 두드러진다. 마치 ‘샤워실의 바보’처럼 파월 의장은 뜨거운 물, 찬물을 오락가락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소환되는 사람이 지난 70년대 미 연준의장 아서 번스이다. 번스 의장은 70년대초 인플레이션이 5%정도 높았는데도 취임 직후 금리를 완화했다. 재선을 노리는 닉슨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다.

1974년 미국 인플레이션이 두 자리수로 더 뛰어올랐다. 그런데 심각한 경기침체 동시에 찾아왔다. 그러자 아서 번스 의장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 이로 인해 미국 물가는 더 튀어 올라 두 자리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말았다.

결국 연준 의장이 폴 볼커로 교체되고 20%이상의 강력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게 되었다.

파월 의장 역시 비슷한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2021년 인플레이션 진입기에 ‘일시적’이라고 오판해서 조기에 금리인하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 그 첫번째 문제다. 이후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 것은 그럭저럭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두번째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잡히지 않았는데도 성급하게 금리인하 신호를 반복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거나 2차 인플레이션의 문이 열리고 있는 형국이다.

파월이 조급하게 금리인하 신호를 준 이유는 바이든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바이든 재정확대의 역풍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이든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이다. 조 바이든은 집권 이후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학자금 탕감 등 매우 공격적인 재정확장정책을 펼쳤다.

미 연준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통화긴축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미 재무부는 오히려 돈을 풀고 있었다. 미 정부는 재정지출을 위해 7조 달러 라는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여 돈을 풀었다. 현재 미국경제의 나홀로 성장도 이런 효과의 반영이다. 그러나 물가측면에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잡히질 않고 장기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도 한창 논쟁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정책을 펼치더라도 물가폭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재정정책을 펴야한다는 것이다. 민생지원금 25만원 주장이 그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되면 오히려 물가가 올라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정부의 재정적자가 심각하고, 재정을 축소하고 있는데도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의 재정확장정책은 미국경제의 재구성을 위해 34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감내하며 퍼붙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재정을 축소하고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도 물가가 오르고 있다. 미국과 한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미 고금리의 장기화와 원화환율 폭등

미국의 금리인하가 불가능해지면서 달러강세가 심화되고 원화환율이 1360원대에서 1370원대로 상승하는 추세이다. 원화약세가 심해지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국내물가가 또 상승하게 된다.

강달러 현상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약세현상도 이 금리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엔화환율은 달러대비 135엔에서 146엔으로 하락했는데, 6개월 후에는 155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미국 고금리의 장기화는 한국과 일본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미국경제가 침체로 돌아서면 금리 때문에 형성된 강달러를 추세가 좀 약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화약세를 부분적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상대적이다. 미국 성장이 떨어진다하더라도 한국 등 다른 나라 경제가 더 성장율이 떨어지면 오히려 달러가 강해진다. 현재 한국경제 성장율은 단기적으로도 심각하고 구조적으로는 답이 없이 없는 수준이다.

미국은 1분기 경제성장율이 1.6%로 떨어졌는데 아우성이다. 그러나 한국은 똑같이 1분기 1.3% 깜짝 성장을 했다고 좋아하고 있다. 한국경제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과 금리격차나 성장격차 양 측면에서 한국은 강달러로 인한 환율폭등과 물가폭등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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