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용 비행장을 ‘온실농장’으로 바꿔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5월 25일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세 번째 강좌에서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5월 25일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세 번째 강좌에서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확한 워딩이 ‘전쟁 준비 태세’, 외부의 전쟁 위협에 대응해서 그것을 준비한다는 차원이지 본인들이 먼저 공격하겠다는 얘기는 안 하고 있습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전쟁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의 위협으로 오고 있다라고 하는 것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측이 현 상황을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지만 전쟁보다는 경제건설에 전념할 시간을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창현 소장은 대북전단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3강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창현 소장은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전환에 대해 상세하게 풀이했다. [사진 제공 - 평화의길]
정창현 소장은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전환에 대해 상세하게 풀이했다. [사진 제공 - 평화의길]

그는 8차 당대회(2021.1) 이후 ‘김정은 집권 2기’ 노선과 정책을 분석하며 “한반도 위기 지수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과거 사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높아질 경우 “제일 먼저 미국이 하는 게 뭐냐 하면 한국에 주재하는 미국인들을 소개( 疏開)하는 것”이라며 “94년도에는 실제로 그걸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고 예시하고 2017년 역시 “소개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미 국무부의 책임자 2명이 동시에 방문을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서로 간에 위협 상황을 느끼면서 사실은 충돌을 자제, 관리하려고 하는 그런 어떤 힘이 훨씬 더 강하게 지금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김정은 집권 2기 노선과 정책에 대해 이른바 ‘하노이 노딜’(2019.2)로 북미 협상이 실패한 가운데 내부 논쟁을 거쳐 ‘사회주의 전면발전 노선’이 정립됐고, ‘지방발전 20X10’ 등 경제발전 위주의 ‘15년 구상’이 세워졌으며, 대외적으로 핵보유국 지위 강화와 남북간 ‘두 개의 국가론’ 정립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중요한 정책 전환의 계기가됐다는 것.

정창현 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한데 대해 “언술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경우에는’이라는 가정법에 근거한 문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들에 대해 “북이 지금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면 군수 물자를 생산해서 비축해야 한다”며 “그걸 지금 다른 나라에 주고 있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이 최근 각 지역별로 연대급 124군을 창설했지만 이는 모두 지방의 민수공장을 짓기 위한 공병대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하반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 등을 들어 “북이 먼저 선제 공격 도발을 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자료 제공 - 정창현]

정 소장은 북한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2021년 보병 군사복무를 한 2년 정도 줄였다”며 실제로 약 10-20만 명 정도 병력 감축 효과로 추산했고, “재래식 무기 생산이 지금 거의 정체”인데 반해 군수공장에서 트랙터를 생산하는 등 ‘군수 분야의 민수로의 전환’을 뜻하는 이른바 ‘스핀오프(spin-off)’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전쟁 비축미’마저 풀고있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함경북도 중평군 소재 군용 비행연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남새온실농장’을 짓는가 하면 평양 인근 강동군 소재 강동 비행장도 폐쇄하고 ‘강동군온실농장’을 착공했고, 원산시 군사공항을 원산갈마국제공항으로 전환했다고 예시했다.

정 소장은 “북이 지금 본인들이 어떤 선제 타격을 해 가지고 전쟁을 하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하는 측면에 주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북, 경제에 전념 ‘유럽 중소도시 수준’으로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에 대해서는 “30년 동안 ‘우리 민족끼리’ 또는 ‘민족공조’를 얘기했는데 한반도의 전쟁 위기나 한반도 평화 체제와 관련해서 과연 지금 해놓은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 북쪽 MZ세대의 생각”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10년, 20년간 그냥 경제만 좀 매진하고 가겠다, 서로 간에 군사적인 자극 하지 말고 가자”라는 메시지로 파악했다.

나아가 “대외·대남 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이 뭐라고 얘기를 하느냐? 제발 좀 서로 간에 자극하지 말고 따로 살자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냐?”라며 “제발 이제 두 개 국가로 따로 살자라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온 정창현 소장은 북한 내부의 기류 변화에 대해 북측 시각에서 짚어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온 정창현 소장은 북한 내부의 기류 변화에 대해 북측 시각에서 짚어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 소장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체제를 어떻게 마련하고 경제 건설에 매진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이 지금 북쪽의 가장 큰 화두이고, 북의 MZ세대가 제일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북쪽은 외부 지원 없이 경제 회생이 어렵고 등등 그렇게 남측이 자꾸 얘기를 하는데, 자력갱생 기치 플러스 러시아 중국하고 협력을 해서 어쨌든 자기네들의 경제를 어느 수준까지, 유럽의 중소도시에 사는 그 정도 생활 수준까지 올려보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10년간 지방공업을 활성화하고 지방은 아파트가 아니라 5층짜리 빌라를 짓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다 바꾸겠다라고 하는 것”이라며 “북의 군 단위 소재지부터 시작해서 좀 큰 협동농장의 주거들은 대부분 다 새로 지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는 5년전 최대 풍작을 기록했던 해만큼 농사가 잘 됐고, 매해 평양 살림집 1만 세대 건설도 3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질적 수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양적 지표는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 소장은 “우리는 핵을 가짐으로써 군사적인 부분에서 남쪽보다 우월한 지형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경제가 굉장히 낙후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경제적인 부분에 남쪽 일정 수준 또는 남쪽과 문화를 개방했을 때 일방적으로 쏠림 현상, 경제적인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는 그런 부분에 주력하겠다, 이런 거다”며 “군사적인 힘, 정치적인 힘, 경제적인 힘을 통해서 이런 담보를 가지고 남북 간에 통일이라고 하는 문제에도 접근을 해야 된다라고 하는 생각인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북이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한다고 했지만 아직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방침은 나왔는데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거다”고 진단하고 “영토 조항에 지금 북이 주장하고 있는 그 선을 긋게 되면 이건 틀림없이 충돌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며 “다만 확전까지는 안 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아카데미 공동주최 단체인 포혐평화공감의 이효규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아카데미 공동주최 단체인 포혐평화공감의 이효규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호규 포럼평화공감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좌는 광화문포럼과 포럼열린공감, 평화의길이 공동 주최하고 평화3000과 통일뉴스가 후원했으며, ‘2024년 한반도 전략아카데미’는 “전쟁의 시대, 한반도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와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이 11월 21일까지 총 10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4강 ‘핵과 한반도 –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하나?’는 조성렬 초빙교수가 6월 13일 오후 6시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문의 02)203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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