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공사의 문제점은 MB(이명박) 정부 때도 불거졌는데.
"석유공사는 MB 정부의 하베스트 인수 사업 실패 이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특히 2022년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가 19조 7951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모든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가스공사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과 통합하려면 약 8조 원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8조 원을 써야 한다는 뜻인데 어떤 정부가 8조를 더 주고 공기업을 망하게 하겠는가. 그래서 MB 정부 이후 들어선 그 어떤 정부도 쉽사리 공사 통합이나 매각을 진행하지 못했다.
공사 통합이 어렵다면 석유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들은 새로운 주특기를 개발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 가령 석유공사의 경우 탄소 포집 기술(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연구하는 식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급변해 쉽지 않았다. MB 정부는 자원외교를 독려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그 실패를 뒷수습하느라 아예 논의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탈원전 등으로 정치 논쟁이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에너지 정책의 정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는 철학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 정부가 유일하게 외치는 것이 '원전 생태계 복원'인데 그건 철학이라고 볼 수 없다. 하나의 산업일 뿐이다. 이처럼 역대 정부는 석유공사를 정리하지도 변화를 이끌지도 못했다. 계속해서 석유공사라는 폭탄을 돌린 꼴이다."
- MB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비교한다면.
"크게 다섯 가지가 비슷하다. 첫째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점이다. 하베스트 사업 인수 당시에도 '바가지 쓰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과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서둘러 매입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상존했다. 당시 석유공사 이사회는 후자를 택했고 4조 2000억 원을 주고 하베스트를 샀다. 그러나 2023년 말 기준 회수할 수 없는 금액(손상차손)이 6조 원에 달했다. 이번 계획도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둘째, 자문사와의 검은 거래가 비슷하다. 당시 하베스트 관련 컨설팅을 '메릴린치'라는 회사가 했다. 수백억 원이 자문료로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메릴린치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도 위기 직전 회사였다. 결국 나중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합병 당했다. 대통령 측근과 메릴린치가 연결돼 있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현재 액트지오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다.
셋째, 정권이 사업을 홍보해 해외 순방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MB는 당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를 이야기하며 해외 순방을 다녔다. 실제로 그의 저서 <대통령의 시간>을 보면 '임기 중 내가 해외 순방을 하면서 맺은 양해각서(MOU) 중 자원 사업과 관련된 양해각서가 30건'이라고 밝혔다. 그 MOU를 맺은 사업은 지금 알게, 모르게 다 사라졌다. 사라지기만 했으면 다행인데, 몇몇은 악성 자산이 되어 공기업들을 절벽으로 밀고 있다. 이번 계획도 마찬가지다. '산유국'이라는 표현으로 홍보를 하고 이번에 윤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에 자원외교 순방을 하러 갔다.
넷째, 자원량 가치를 결정하는 기본 지표를 부풀렸다는 점이다. 하베스트를 2009년 1월에 인수할 당시 MB 정부는 '매장량 가치가 2억 1990만 배럴'이라고 과대 홍보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사업을 해보니 실제로 확인된 매장량은 1억 9500만 배럴이었다. 이번에 동해의 경우 8억 배럴을 140억 배럴이라고 뻥튀기했으니 이쪽이 더 심각해 보인다.
추가로, 두 사업 모두 대통령이 발표했다. 장관도 아니고 대통령이 발표하게 되면 정부에서는 사업을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 시작하면 어쨌든 성과를 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수치를 부풀리거나 조작할 우려도 있다. 하베스트의 경우 깡통 유전 판명이 난 뒤에도 사 가려는 기업이 없어 철수도 못 한 채 계속 투자 중이다. 동해 시추도 향후 깡통 판정이 나면 복구비를 투자해야 한다. "
- 정부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의혹투성이의 개발은 성공하지 못할뿐더러 소모적인 정치 논쟁의 시작이 된다. 깨끗하게 의혹을 해명할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액트지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또 산업부 장관, 석유공사 사장 등은 이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은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정권에 따라서 손바닥 뒤집듯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석유공사 사업에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 탄소 포집, 부유식 해상 풍력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예산을 더 배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 일단 윤석열 정부는 오는 12월 첫 시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석유 시추라는 미친 무당의 칼춤에 정치권과 언론도 합류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제지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계획이 해외자원개발법과 해저광물자원개발법 등 관련 법을 준수하며 수립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법을 위반했다면 탐사 시추를 제지할 수 있다.
또한 액트지오와 진행한 물리 탐사 결과 어떻게 140억 배럴로 탐사 자원량이 급증했는지 살펴야 한다.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거나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그 결과 혐의가 분명하게 확인된다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또한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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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현숙, #동해시추, #포항영일만, #자원외교, #액트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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