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A씨는 "정부의 (군의관·공보의) 파견 결정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복무 중인 공보의가 1200여 명 정도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일반의(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들)"라며 "전문의 자격이 있는 공보의 중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2명뿐이다. 결국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공보의들이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보의 대부분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자주 하는 '기관 삽관(호흡이 힘든 응급환자의 기관 내로 튜브를 넣어 기도를 확보하는 것)' 등 생명과 직결된 술기(의사의 손기술)에 익숙하지 않다. 위험한 순간에 즉시 처치해야 하는데 (이런 술기는) 공보의가 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전 파견 때는 응급실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로 갔다면, 이번 파견은 폐쇄될 위기의 응급실에서 책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술기가 부족한 상태로 응급실에 파견돼 환자를 받으면, (공보의 입장에선) 환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전원 요청 때 그 환자를 받기가 무서울 것"이라고 전했다.
A씨는 "파견을 가지 않고 남는 공보의들도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래대로라면 공보의 1명이 1개 보건지소에 상주하면서 한 마을 주민을 담당해야 하는데, (공보의가 모자라) 이미 현재도 많은 공보들이 2~3개의 보건지소를 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마을 주민들을 1명의 공보의가 담당하면 환자가 제때 진료를 보기가 어렵고, 상태가 악화한 후 진료를 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며 "이는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현 상황을 두고 "정부가 단순히 응급실 인원수를 채우는 용으로 공보의와 군의관을 들러리 세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앞서 파견 초창기부터 저희가 가진 생각, 입장, 우려 등을 여러 언론사를 통해 표현했으나 (정부 측은 이를) 반영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열악한데... 군의관 파견에 우려"
군의관 상황 역시 공보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에서 복무 중인 군의관 인력도 넉넉한 게 아니다"라며 "군의관들은 각 사단에서 응급 진료를 위해 당직 근무 등을 하는데, 근무 순번이 빠르게 돌아가는 등 남은 군의관들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군도 의료 역량이 부족한데 군의관 파견까지 이어지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응급실 파견을 발표한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전혀 없고 국민들을 거짓 선동하는 비상 진료 대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들이 복무 중인 부대를 떠나고,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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