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군과 민이 하나 돼야”…박정희 계엄 담화문과 판박이
계엄시 요직 충암고 출신으로 채워…전두환 ‘하나회’와 닮은 꼴
여소야대라 계엄해제 가능?…방심은 금물
야당회유부터 체포, 국회 포위까지…계엄해제 대책 메뉴얼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빌 해거티 미국 연방 상원의원 등 7명의 상원의원과 배우자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빌 해거티 미국 연방 상원의원 등 7명의 상원의원과 배우자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퍼센트대의 낮은 지지율과 탄핵 여론에 맞서 계엄령을 발동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군과 민이 하나 돼야”…박정희 계엄 담화문과 판박이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느닷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 암약하고 있다”며 “군과 민간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힘을 모으는 국가 총력전 태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민의에 의해 선출된 정부를 부정 도괴시키려는 불순한 경향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계엄령의 특징은 군대가 사회 전 영역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일단 계엄령을 발동하게 되면 민간 영역을 비롯해 입법·사법·행정 전 영역을 군과 국가원수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이 말한대로 “군과 민간의 영역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반적인 국무회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계엄령 선포 담화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시민사회에 적대적이었다.

이에 각계각층에서는 공안사건을 터뜨려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를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염려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은 해방후 친일파와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이 즐겨 쓰던 표현”이라며 “빨갱이 소탕작전이라도 벌이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고, 한 시민단체는 “일제가 중일전쟁을 수행하며 전시 총력동원을 위해 만들었던 국가총동원법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계엄문건 개요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계엄문건 개요

계엄시 요직 충암고 출신으로 채워…전두환 ‘하나회’와 닮은 꼴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느닷없이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로, 경호처장 시절 진보당 강성희 전 국회의원을 폭행하고 카이스트 졸업생을 내동댕이친 바 있다. 

문제는 그는 육군 장성출신으로서 여전히 군부에 상당한 끈이 있는 강성 우익인사로 평가받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계엄 발동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게되는 국군방첩사령관을 충암고 9년 후배 여인형 전 중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경찰에 상당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행정안전부에 충암고 4년 후배 이상민 장관을 앉혀놓은 상태다.

계엄령 발동 시 요직을 차지하게 되는 인사 전원을 충암고 출신으로 채운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두환 등 육사 하나회 출신들에게 인사특혜를 베푼 것과 비견된다.

탄핵정국이 현실화되면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인 이유다.

 

여소야대라 계엄해제 가능?…방심은 금물

역대 한국의 계엄령은 이승만 정권에서 9번, 박정희 정권에서 3번 등 총 16번 발동됐으며 대개 독재에 맞선 시민저항을 억누르고자 선포됐다. 

이승만 정부가 여순항쟁과 4.3항쟁, 4.19 혁명 당시 계엄을 선포했고, 박정희 정부가 5.16 군사정변과 6.3 항쟁, 10월 유신, 부마항쟁 당시 계엄을 선포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사례로는 촛불시위를 억누르기 위해 선포하려했으나 미수에 그친 박근혜 정부 시절의 계엄령이 있다.

현재 정부·여당은 ‘야당(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바로 계엄이 무력화된다’며 야당의 주장을 음모론 취급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요구가 있다면 대통령이 바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국회의 계엄해제 시도를 물리치고 계엄을 관철할 수 있는 대책이 있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계엄문건. 계엄해제 시도를 차단하는 방법을 메뉴얼로 정리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계엄문건. 계엄해제 시도를 차단하는 방법을 메뉴얼로 정리하고 있다.

야당회유부터 체포, 국회 포위까지…계엄해제 대책 메뉴얼

당시 계엄문건 내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에 따르면, △여당을 통해 최단 시간 내 해제를 약속하며 야당 회유 △여러 구실을 통한 국회의원 체포와 사법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 유도 △그외 국회의 계엄해제안 직권상정 차단 강구 등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달리 말해 야당을 안심시키거나, 사전 체포로 계엄해제안 통과 과반수를 무너뜨리거나, 군을 통한 국회 포위로 계엄해제 강행돌파를 저지한다는 말이다.

당시 계엄문건에는 계엄 선포 즉시 미국 대사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이 윤 정부의 계엄령에 대비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못 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 이재용 당시 삼성부회장에게 뇌물을 받는 등 비리 스캔들로 인해 정권 말기에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에서 학습효과를 받은 만큼, 박근혜 정부가 차마 밀어붙이지 못한 계엄령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에서부터 양평고속도로 개발 특혜, 영부인 명품백 수수, 채해병 순직 수사외압 등 대통령 부부의 사법리크스가 상당한 규모로 누적된 상황, 정권 말기 탄핵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계엄기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