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미국도 확전 원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분쟁이 이스라엘의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제거로 극단으로 치닫다 마침내 10월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확전의 기로에 섰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중동정세 변화와 국제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강연한 ‘2024년 9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이란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박현도 교수는 “이스라엘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란을 건드려서 이란이 발끈해서 공격을 하기를 바란다”며 “이 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아니고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서 미국이 끼어들 거다. 그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된다”고 중동전의 성격을 규정했다. “미국과 합쳐서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는 게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의 꿈”이라는 것.
이란이 확전으로 맞서지 못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뒷배 미국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 난 다음부터 제재를 꾸준히 받았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퇴역해야 될 비행기들이 여전히 다니고 있는데, 그 비행기로는 이길 수가 없다. 방공망도 약하다”는 것. 따라서 러시아로부터 최신식 전투기와 방공망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모든 게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지금 이란이 중요한 것은 제재를 해제해야 되는 것”이라며 “맞더라도 이 전쟁에서 끝까지 참고 참으면 승자는 결국 이란이 될 거라고 얘기를 한다”는 논지를 폈다.
나아가 “(이란이) 제재를 해제 못 하면 이란의 경제는 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우리 한테도 안 좋다”며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우리 중소기업 200개가 살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이란 시장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제5차 중동전쟁은 없다. 제3차 세계대전이 있다. 그래서 확전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라고 결론지었다. 중동전이 확전되면 이스라엘과 미국이 한편이 되고 결국 러시아와 중국이 팔레스타인과 이란 등 아랍국가들을 지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이란은 다른 아랍국가들의 적이기도 하지만 “아랍 국가들은 지금 이란과 싸울 마음이 없다. 경제 발전을 해야 되니까”라는 판단이 전제로 붙는다.
현실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개시됐고, 이스라엘도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확전 가능성은 열려 있고, 박 교수가 진단했듯 전면전을 원치 않는 이유들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갈림길에 선 셈이다.
중동 정세 변화,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이 촉발
박현도 교수는 “현재 중동 정세의 변화, 국제 질서의 변화의 가장 큰 축의 시작은 미국의 ‘셰일(Shale) 에너지 혁명’”이라며 “에너지 자급자족의 꿈을 이룬 미국이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의 가장 거추장스러운 도전자인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지금 세계 정세가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석유가 없었다면 중동은 아프리카와 같을 것”이라는 명언처럼, 미국은 셰일 에너지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고, 에너지 자급을 넘어 수출까지 가능케 돼 중동을 중요하게 여길 이유가 사라진 것. 셰일 가스와 석유는 생산 단가가 높고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는 한계도 있다.
우리 나라도 사우디아라비아(30%)에 이어 두 번째로 석유를 많이 수입해 오는 나라가 바로 미국(10%)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이 불가능해져 우리 나라의 중동 석유 의존율은 60%에서 다시 이전의 70%로 되돌아 왔다.
당장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힘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물불 안 가리는 확전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때부터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외치며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과 상치되기 때문.
박 교수는 “미국이 조금씩 조금씩 중동에 대해서 관심을 끊는 게 본격적으로 드러난 게 2019년”이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두 곳을 공격해서 셧다운시켰지만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일성은 “미국을 공격한 게 아니다”였고, “만약에 사우디가 원하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상 사우디에 비용을 청구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분위기가 “미국은 더 이상 중동에서 군사 개입을 하지 않는다. 왜? 중동 에너지가 미국에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왜? 우리는 셰일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그 바쁘다. 우리는 중국을 잡아야 한다”는 것.
이에 반해 에너지 자립국이 아닌 중국은 중동의 석유자원이 절실하다. 중동 국가들은 당연히 에너지를 수출할 수 있는 중국과 친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23년 3월 중국의 중재로 이란-사우디아라비아 외교정상화가 이뤄졌다. 미국 단일패권이 중동에서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단극 시대가 끝났고...이제는 서로서로 연결되는 시대”이며, 중동국가들의 브릭스(BRICS) 가입도 이같은 흐름에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해리스와 트럼프
박 교수는 미국 대선이 미칠 영향을 전망하며 “트럼프도 그렇고 해리스도 그렇고 전쟁을 끝내기보다는 최대한 조용히 전쟁이 선거 악재만 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그 전쟁이 끝나기 힘들다”며 “일단 해리스가 되는 게 팔레스타인 문제는 트럼프가 되는 것보다 (해결이) 더 빠를 거다”고 전망했다.
“해리스가 네타냐후에 대해서 굉장히 차갑다”는 것이며, 반면에 “트럼프가 되면 네탄야후하고 찰떡궁합이기 때문에 특히 미국에서 강력하게 민심의 반전이 없는 한 이스라엘에게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대인 셈이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가장 큰 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하고 이스라엘이 손잡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팔레스타인이 22개 중동국가들을 믿고 이스라엘에게 덤비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중동국가들과 먼저 손을 잡는 ‘네탄냐후 독트린’으로 제압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아울러 이스라엘 ‘내분’, 네타냐후와 대법원의 갈등이라는 ‘허점’을 노린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권을 유지하지 않으면 퇴임후가 보장되지 않아 연임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인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한 상태다.
중동 전쟁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이 무기 안 주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쪽에서 “미국이 무기를 안 주면 우리 이스라엘은 전쟁 5일밖에 못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다고.
박 교수는 이란의 혁명수비대 연구소에서 “미국이 러시아, 이란, 중국을 막는 데 혼자 싸울 수 없기 때문에 자기의 파트너를 구성해서 싸울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장터로 유럽나토가,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전장터로 아랍나토가, 중국은 대만을 전장터로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동아시아나토가 담당하는 구상일 것이라고 분석한데 공감하고 이같은 기류가 2040년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화3000이 후원하는 ‘2024년 통일뉴스 월례강좌’ 10월 강좌는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학과 교수가 “북한 헌법 개정의 의미”를 주제로 10월 10일 오후 6시 30분 전태일기념관 4층 강의실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북한은 10월 7일 헌법 개정을 위한 최고인민회의 소집을 공표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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