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씨가 A 씨를 이용해 벌인 가상화폐 환전·대출은 처음부터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십만원 단위의 환전으로 시작해, 수백만원의 대출로 이어지더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단위로 규모가 점점 커졌다.
규모가 커지니, 태 씨를 믿던 A 씨도 걱정이 커졌다. 그때마다, 태 씨는 A 씨에게 피해자들의 자산 정보를 보여줬다고 한다. 실제 카카오톡 대화기록을 보면, 태 씨는 A 씨에게 피해자 C 씨와 D 씨의 자산을 보여주며 안심을 시켰다. 태 씨가 보여준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화면에 적힌 C 씨의 총자산은 3억2928만원 상당이었다. 태 씨는 “이 중에 1억 이상이 외화예금”이라고 설명했다. 또 태 씨가 D 씨의 자산이라며 보여준 화면에는 3억2984만원이 적혀 있었다. 태 씨는 A 씨에게 “저거 우리한테 400만원 생활비 제외하고 넘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가 피해자 C 씨와 D 씨에게 확인해 본 결과 태 씨가 보여준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다고 한다. A 씨는 “모두 합성한 거였다”라고 말했다. C·D 씨는 태 씨와 고려대 동문이다.
또 A 씨가 불안해할 때마다, 태 씨는 수시로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는 특수한 신분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심지어 태 씨는 “일단 (경찰) 신변팀 쪽에도 내용 공유했고, 얘도 능력됩니다”, “신원조회는 아까 강남경찰에 하긴 했어요”, “깡패 안 쓰고 경찰 쓰면 더 효율적이죠”, “걔 개인정보 등 받아서 강남경찰서 조회 넘김요”라면서 A 씨를 안심시켰다.
이 같은 태 씨의 말을 얼마나 신뢰했느냐는 질문에, A 씨는 “안 믿기 힘들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 경찰과 찍은 사진도 보여줬어요. 그 당시에는 그럴싸했습니다. 신변보호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았고, 나 같아도 경호를 붙일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친해졌겠지 생각했어요.”
“진실과 거짓을 섞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태 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A 씨 일행으로부터 빌려 간 가상화폐는 13억원 상당이다. 이중 이자 명목 등으로 갚았다는 3억원을 제외하면, A 씨는 태 씨에게 10억원이 넘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5월부터 8월 사이 약 3~4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A 씨는 7월 말~8월 초쯤 태 씨에게 속았다고 확신했지만, 이미 늦은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태○○의 말은 모두 뻥이었는데, 그때는 ‘그렇구나’ 싶었어요. 태○○가 교묘하게 진실과 거짓을 섞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치밀한 데다 너무 과감하니까 속을 수밖에 없었어요.”
A 씨는 태 씨가 여러 피해자에게 투자받거나 자신에게 빌린 돈을 전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날렸다고 보고 있다. 태 씨의 가상화폐 계좌를 추적해 본 A 씨는 “선물거래 후 전부 탕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돈을 모두 날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태 씨 측의 입장이다. 태 씨의 어머니는 A 씨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갚아줄 능력이 안 된다”면서, 되려 A 씨에게 “우리 집 망하게 하려고 한 거 아니냐”라고 화를 냈다. 또 태영호 처장 역시 다른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태○○는 성인”이라며 “그러면 채무채권 관계는 부모와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 A 씨와 다른 피해자들은 이후 여러 차례 태영호 처장과 태 씨 어머니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언론보도 후 태영호 처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네 줄의 사과문이 전부였다.
한편, A 씨는 2일 고소장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지난 9월 26일에는 피해자 E 씨가 주소지 관할 지역인 대구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오는 4일 오후에는 피해자 B 씨가 경기도 용인 소재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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